평론가들이 질색한 최고의 호러무비

by. 예하

 

 

사실 사람들은 “평단의 반응”에 별 관심이 없다. 비평가와 객석의 간극은 언제나 깊어 왔고, 특히 상업영화에서 비평이란 건 애저녁에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오히려 장르 영화에서는 입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롤러코스터를 타듯, 혹은 장마의 습기처럼 불쾌하고 소름 끼치게 스미듯, 공포영화란 단 하나의 짜릿한 ‘쾌’를 향해 달리니까.

그것조차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평단의 혹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들을 만나보자. 대체 뭘 그렇게 싫어했고 대체 무엇에 그렇게 열광했는지, 올여름 나만의 납량특집 라인업에서 확인해볼 만한 영화 6편을 소개한다.

 

 

 

1. 이벤트 호라이즌 – 로튼토마토 전문가평점 24% | 관객평점 61%

 

이미지: 파라마운트 픽처스

 

뭐? 이 영화 명작 아니었어? 장르 영화 팬이라면 애저녁에 흠숭하고 있었든지, 아니면 분명 어디선가 SF 호러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들어봤을 영화. 이 리스트의 첫 번째 주자는 [이벤트 호라이즌]이다.

어느새 아주 가까운 미래가 되어버린 2040년, 우주를 탐사하던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자취를 감춘다. 그로부터 7년 뒤, 희미한 신호만을 믿고 꾸려진 구조선이 이벤트 호라이즌에 도착하지만, 그곳에 있던 모든 대원들은 오래전 목숨을 잃은 상태다. 이젠 새로 도착한 탐사대가 환영에 시달리며 하나둘 죽어간다.

오컬트에 고어, 광기까지 빠짐없이 뒤섞인 SF 스릴러에 어떻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평단 로튼토마토 지수는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리스트에서 한결같이 1위를 차지하며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개봉 21주년을 맞은 이 컬트 명작은 올해도 당신의 모골을 송연하게 할 것이다.

 

 

2. 커버넌트 – 로튼토마토 전문가평점 4% | 관객평점 62%

 

이미지: Screen Gems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관객평점이 62%인 것에 조금 놀랐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이제 돌아보면 [커버넌트]는 2000년대 중후반에 몰아친 하이틴 판타지의 서막을 연 작품이다. 후에 마블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 버키 반즈가 될 세바스찬 스탠과 SF 시리즈 [익스팬스]에서 짐 홀든으로 활약하게 될 스티븐 스트레이트가 주연을 맡았다. 이들이 풋풋한 하이틴 아이돌이던 시절이었다.

‘초자연 액션 스릴러’라는 화려한 한국 카피를 달고 나온 [커버넌트]는 2년 뒤 등장한 [트와일라잇]과 톤 앤 매너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한 마을 입스위치에 알 수 없는 힘을 지니고 태어난 5명의 가족이 있고, 서약을 통해 몇백 년 넘게 그 비밀을 지켜 왔으나 그 가족에서 추방되었던 일원의 후예가 돌아와 어두운 초능력으로 마을을 혼란과 공포에 빠트린다.

물론 칭송하기엔 어려운 영화지만, 그래도 4%는 잔인한 숫자다. 더운 여름날 퇴근 후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맥주 한 캔 따고 62%와 4% 사이에서 마음을 정해보는 건 어떨까.

 

 

3. 고사 : 피의 중간고사 – 다음영화 전문가평점 3.0/10 | 네티즌 평점 6.7/10

 

이미지: SK텔레콤(주)

 

이번엔 한국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1998년 [여고괴담] 개봉 이후 한국 영화계에는 일대 공포영화 붐이 불었다. [장화, 홍련]이나 [4인용 식탁]처럼 스타일리시한 호러부터 [궁녀]와 같은 사극 접목형 공포영화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안타깝지만 전문가들이 그 세를 꺾은 영화로 꼽는 작품이 [고사 : 피의 중간고사]다.

수능을 앞두고 진행되는 엘리트반 수업에 (추억의 드라마 ‘학교’를 연상시키는) 다양하고 선명한 캐릭터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수업이 한창이던 어느 날, 교내방송 스피커에서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러나오고 교실 TV에서는 물이 차오르는 수조에 갇힌 전교 1등의 모습이 등장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중간고사 문제를 풀지 않으면 친구들이 차례로 죽는다.

비평가들은 이곳에 옮기기 민망할 정도의 혹평을 쏟아냈으나, 문제는 이 작품에 137만 명이 들었다는 거다. 200만 전후를 큰 흥행으로 보는 공포영화 시장에서 이는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수능’이라는 너무나 한국적인 소재와 15세 관람가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다. 퍼즐, 고어, 좀비, 학원물, 로맨스… 이 모든 게 한 영화에 들어있는 게 평단에선 망하고, 객석에선 흥한 모양이다.

 

 

4. 리포! 더 제네틱 오페라 – 로튼 토마토 전문가평점 35% | 관객평점 72%

 

이미지: ㈜수키픽쳐스

 

호러판엔 엄청난 팬을 거느린 컬트 영화가 특히 많다지만, 21세기엔 이쯤 되어야 당당히 명함이라도 내밀 것이다. 오직 컬트가 되기 위한 영화, 난장판이 따로 없지만 자세히 보면… 음, 자세히 봐도 이상한 영화. [리포! 더 제네틱 오페라]다.

2056년, 한 기업에서 독점으로 인공장기를 대량 생산하는 근미래. 그러나 오직 살기 위해 인공장기를 받아간 사람들이 그 비용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대거 생겨난다. 그 떼인 장기를 받아 오는 사람들이 바로 ‘리포맨’이다. 장기를 떼인 사람은? 당연히 죽는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단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은 [쏘우] 2, 3, 4 편을 만들었고 지금도 거의 1년에 1~2편씩 온갖 갈래의 공포영화를 찍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뮤지컬이다. 끔찍한 노래들이 이어지는 뮤지컬. 이 영화를 싫다고 하는 게 영화 평론가로서의 마지막 직업윤리일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관객들은 72%라는 매우 높은 평점을 줬으니, 우리도 한 번 구경해볼 법하다.

아 참, 가장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패리스 힐튼이 주연 중 한 사람이고, 이 영화를 통해 2008년 골든라즈베리상에서 최악의 배우로 선정되었다.

 

 

5. 블러드 솔저 – 로튼토마토 전문가평점 45% | 관객평점 78%

 

이미지: 이십세기 폭스

 

인터넷 별점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앞서 소개한 [이벤트 호라이즌]만큼은 아닐지라도, 숨겨진 걸작 [블러드 솔저]의 전문가 평점이 45%인 이유는 정말 모를 일이다.

금광을 찾아 모두가 한없이 서부 연안을 향해 달리던 미국개척시대. 미국과 멕시코의 전투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콘 혼’이라는 남자가 존 대위의 기지를 찾아온다. 일단 그를 묶어두고 살펴본 그의 은둔처에서 사람의 시체와 그것을 먹은 흔적이 잔뜩 발견된다.

전쟁을 배경으로 카니발리즘을 다루며 미국 제국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걸작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한국에도 이 영화를 뒤늦게 관람한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캐스팅 목록도 상당히 화려하다 가이 피어스를 필두로 한 주연들 외에도 당대의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지만, [블러드 솔저]는 체코 출신의 여성 감독이 이런 규모의 스타들을 기용하여 만든 보기 드문 작품이다. 혹시 이상하리만치 싸늘했던 평단의 반응에 이렇다 할 차기작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6. ‘쏘우’ 시리즈 – 로튼토마토 전문가평점: 49% | 관객평점(시리즈 평균): 64.4%

 

이미지: 영화사 한결

 

자, 이제 우리가 아는 가장 익숙한 프랜차이즈로 끝을 맺자. 당신이 이 기사를 클릭할 때부터 예상했던 바로 그 영화. [쏘우] 시리즈다.

[쏘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고문물’의 장르를 완전히 새롭게 개척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사방이 막힌 큐브에 갇혀 묶여 있고, 의문의 목소리는 반대편에 묶인 상대를 죽여야만 살아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여기서부터 사지를 썰고 드릴이 돌아가고 턱이 빠지는 피칠갑 난장판이 시작된다. 공포에 떨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특별한 의도나 장치가 없는 이 영화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2004년 작은 독립영화로 시작한 [쏘우] 시리즈는 감독을 바꿔가며 벌써 8편이나 제작되었고, 젊은 감독 제임스 완은 [인시디어스], [컨저링] 등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는 공포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리즈 전체의 관객 반응도 64.4%로 그렇게 높지는 않으나, 로튼토마토 전체 영화 평균이 24.8%라고 하니 훌륭한 수준이다. 당신은 혹시 고어를 좋아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