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마약 중독 연기로 빵 뜬 배우들

by. alex

 

 

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부분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동반한다. 마약 중독자의 증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동시에 영화적 표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배우의 연기력이 관건이다. 진짜 같은 마약 중독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를 알아본다.

 

 

 

이완 맥그리거 – 트레인스포팅

 

이미지: Miramax Films

 

1989년 TV 시리즈 단역으로 데뷔한 이완 맥그리거는 영화 [트레인 스포팅]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영화는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에 담아내 화제를 일으켰다. 맥그리거는 극중 마약중독자 ‘랜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주사식부터 좌약식까지 다양한 마약에 취해 널브러지는 선정적인 장면을 소화하며, 영화 내내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약을 끊고 환각에 시달리는 장면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절규하며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고, ‘lust for life’에 맞춰 거리를 질주하는 오프닝 장면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짧게 민 머리와 한쪽에 찬 귀걸이, 모델처럼 마른 몸매에 잘 어울리는 90년대 패션이 어우러진 맥그리거의 리즈 시절 비주얼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사무엘 L. 잭슨 – 정글 피버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올해로 70세가 된 ‘슈퍼 동안’ 배우 사무엘 L. 잭슨은 나이가 무색하게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워즈]와 [어벤져스] 시리즈,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출연해 영화의 감칠맛을 살린 그는 1991년 영화 [정글 피버]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이때 그의 나이는 43세였는데 이토록 긴 무명 시절을 보낸 이유는 오랜 방황과 약물 중독이 그 원인이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빠듯한 살림을 꾸렸던 어머니 아래서 어두운 유년기를 보냈다. 흑인 인권운동이 미국 사회의 물결을 이루던 시절, 대학생이었던 잭슨은 흑인 인권운동 단체 ‘블랙팬서’ 당원으로 활동했다. 대학교 운영위원회를 습격하는 등의 시위를 주도하며, 종종 살해 위협도 받았다. 이즈음 마리화나와 LSD 같은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약에 취해 부엌에 널브러진 모습을 딸에게 보인 1991년 마약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해 마약 중독자를 연기하며 긴 무명 생활에서 벗어났다. 재활 이후 몇 주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글 피버] 촬영에 돌입해 마약 중독자를 연기한 그는 괄목할 만한 연기로 칸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배우 인생 2막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천우희 – 써니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써니]에서 유독 시선이 가는 배우가 있다. 바로 열등감 넘치는 일진 ‘상미’를 연기한 천우희다.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연기를 시작한 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했다. 이후 [허브], [마더], [이파네마 소년] 등에서 주조연을 맡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데뷔 7년 차에 영화 [써니]로 드디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극중 불량학생 ‘상미’ 역을 연기하며 발랄한 고등학생 캐릭터들 사이에서 유독 삐딱한 분위기를 풍겼다. 찰진 욕과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영화 내내 존재감을 드러낸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사시나무처럼 떨며 본드 중독자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이전에는 늘 약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써니] 이후에는 한동

안 세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을 만큼 상미 캐릭터는 강렬했다. 이 작품으로 얼굴을 알린 천우희는 영화 [한공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게리 올드만 – 레옹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에 출연하기 전 게리 올드만은 이미 영국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배우였다. 로즈 브루포드 연극 학교를 졸업한 후 [딕 휘팅턴과 고양이], [슬로언 씨를 위하여], [구조되다] 등의 연극에 출연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극단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단원이 되어 명성을 떨쳤다.

글로벌한 스타로 발돋움 한 영화는 [레옹]이었다. 극중 부패한 형사 ‘스탠스 필드’ 역을 맡아 광기를 표출하며 영화사에 남을 만한 악역을 탄생시켰다. 마약을 차지하고자 일가족을 몰살하는 형사 스탠스 필드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피가 잔뜩 몰린 얼굴과 상체를 뒤틀며 약에 취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틸다 아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협박하는 장면과 “everyone!”이라고 외치는 장면의 명연기는 모두 그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는데, 동료 배우는 진짜 살해 협박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서연 – 독전

 

이미지: (주)NEW

 

배우 진서연은 ‘올해의 재발견’ 배우 중 한 명이다. 상반기 흥행작 [독전]에서 마약 중독자 ‘보령’ 역을 맡아 관객의 시선을 강탈한 그녀는 영화 내내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진서연은 2007년 연극 [클로저]로 데뷔한 후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 [이브의 유혹 – 좋은 아내], [반창꼬] 등에 출연하며 필모를 쌓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절친 배우 한효주의 추천으로 [독전] 오디션에 참가하며 배우 인생 2막이 열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중 캐릭터처럼 꾸민 뒤 오디션에 등장해 섬뜩한 표정 연기와 요가를 선보이며 이해영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캐스팅됐다. 완성된 영화에서 마약 시장의 거물의 파트너 ‘보령’으로 분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었고 실제 마약 중독자를 연상케 하는 기괴한 표정과 몸짓으로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에게 무서우니 그만 웃어 달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던 그녀의 연기는 강렬함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