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와 래지상을 동시에 수상한 배우

 

by. 밍밍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로, 아카데미 수상은 많은 영화인들의 꿈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 역시 그해 작품상을 받는 최고의 영예는 어디로 향할지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최고’를 뽑는 아카데미 시상식 바로 전날, ‘최악’을 뽑는 이색 시상식이 열린다. 바로 그해 최악의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상을 주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일명 ‘래지상’이다. 골든 라즈베리는 1981년 장난처럼 조촐하게 시작된 영화제였지만, 긴 세월 동안 명맥을 이어오며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하루 차이로 ‘최고’와 ‘최악’이 갈리는, 아카데미와 래지상 수상 명단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을 만나보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United Artists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와 연이 없기로 유명한 배우였지만, 2016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아카데미에 맺힌 한을 풀었다. 디카프리오는 가장 사랑받는 배우인 동시에 최고의 배우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1998년 영화 [아이언 마스크]로 최악의 영화 커플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루이 14세와 그의 쌍둥이 형제 필립 1인 2역을 소화한 디카프리오는 최악의 영화 커플상을 혼자서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을 남겼다.

 

 

산드라 블록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20th Century Fox

 

2010년 산드라 블록은 하루 차이로 아카데미와 래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극과 극을 오갔다. 영화 [올 어바웃 스티브]로 래지상에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산드라 블록은 시상식장에 해당 영화 DVD가 가득 담긴 수레를 들고 나타나, 관객들에게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 같다며 DVD를 나눠 주며 영화 관람을 권했다. 그렇게 최악의 여우주연상에 대한 불만을 센스 있게 드러낸 블록은, 바로 다음날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같은 해 래지상과 오스카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최초의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케빈 코스트너

 

이미지: 동아수출공사, Warner Bros.

 

영화 [언터쳐블], [꿈의 구장] 등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른 케빈 코스트너는 [늑대와 춤을]을 연출하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첫 연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케빈 코스트너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그렇다고 해서 감독 케빈 코스트너가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포스트맨]으로 흥행 대참패를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래지상 시상식에서 최악의 감독상과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작품상 세 부문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로베르토 베니니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코리아픽처스

 

이탈리아의 영화배우이자 감독 겸 극작가로 활동하는 로베르토 베니니는 역대 가장 예상치 못했던 아카데미상 수상자 중 한 명이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 [인생은 아름다워]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제8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는 수상 호명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의자 위를 밟으며 무대로 달려 나가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고, 시상식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그러나 베니니는 2002년 개봉한 영화 [피노키오]에서 억지 피노키오라는 혹평을 들으며 래지상 시상식에서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라이자 미넬리

 

이미지: Allied Artists, Kings Road Entertainment

 

라이자 미넬리는 1970년대를 풍미한 배우이자 가수로, 에미상과 토니상, 아카데미상, 그래미상을 모두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아티스트다. 라이자 미넬리는 1930년대 혼란스러웠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캬바레]를 통해 197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라이자 미넬리는 1981년작 [아더] 이후로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래지상의 불명예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미넬리는 1988년 개봉한 영화 [처단자]에서 킬러 집단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콜걸을 연기했는데, 함께 연기한 버트 레이놀즈와 나란히 래지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결국 수상의 불명예는 라이자 미넬리에게만 돌아갔다.

 

 

킴 베이싱어

 

이미지: Warner Bros., UPI 코리아

 

모델로 활동하던 킴 베이싱어는 1983년 개봉한 영화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서 본드걸을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영화 [나인 하프 위크], [배트맨] 등에 출연하며 명실상부한 스타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1997년작 [LA 컨피덴셜]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킴 베이싱어는 래지상 후보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배우이기도 했다. 1980년부터 2004년까지 열린 래지상 시상식에서 총 6번 후보에 올랐다. 단 한 번도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2017년 개봉한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을 통해 마침내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