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문화의 세계를 담은 가을향 나는 영화 5편

by. Jacinta

 

 

지독했던 무더위가 물러나니 매일 같이 산책하고 싶은 날씨가 이어진다. 선명하게 높은 파란 하늘을 보노라면 여름내 더위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풍부한 감성과 지성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매번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는 블록버스터에서 잠시 멀어져 규모는 작아도 예술혼과 감수성을 깨워줄 색다른 영화가 보고 싶다. 여기, 예술가들의 삶을 그렸거나 혹은 특별한 문화 공간을 다룬 영화 5편이 차례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타샤 튜더(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이미지: (주)마노엔터테인먼트

 

동화작가, 삽화가, 원예가, 자연주의자, 수집가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는 ‘타샤 튜더’. 탄생 100주년 기념작 [타샤 튜더]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삶과 작품 세계를 10년간의 취재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타샤 튜더는 1938년 그림책 ‘호박 달빛’을 출간한 뒤, 일생 동안 약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내놓으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세기 미국의 목가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으며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하고, 백악관 크리스마스 카드에 실리기도 했다. 50대 중반, 책으로 벌어들인 인세로 버몬트주 산골 30만 평을 구입하고서 수십 년간 18세기 영국식으로 꾸민 정원을 가꾸며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은 아름다운 화원을 완성했다. 마츠타니 미츠에 감독은 타샤 튜더의 동화 같은 정원으로 들어가 느릿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삶을 추구한 작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소박한 일상을 비추며,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작품 세계의 기원을 느끼게 한다.

 

 

 

파이널 포트레이트(Final Portrait)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피카소가 질투했던 20세기의 위대한 아티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이야기를 곧 있으면 영화로 만날 수 있다. [파이널 포트레이트]는 자코메티가 초상화를 제작하는 동안 모델이 되었던 작가 제임스 로드가 18일간의 작업 과정을 기록한 저서 ‘작업실의 자코메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친숙한 배우 스탠리 투치가 평소 열렬한 팬인 자코메티의 창작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한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바탕으로 각본과 연출을 맡고, [킹스 스피치]와 [베스트 오퍼]의 제프리 러쉬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아미 해머가 이젤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지켜봤던 자코메티와 제임스 로드를 연기했다.

영화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으며,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제코메티의 끊임없는 고뇌와 창작의 고통 속에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자코메티의 제안을 수락하고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보며 치열하게 논쟁했던, 세대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더욱 흥미로운 기대를 불러온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ibris: New York Public Library)

 

이미지: 영화사 진진

 

가을은 뭐라 해도 독서의 계절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선선한 날씨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와 어디엔가 몰두하고 빠져들기를 권한다. 한껏 게을러져 있다면 가볍게 책 한 권 들고 산책하기 좋은 날씨일 때 부지런히 책 읽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세계 5대 도서관이자 뉴요커들에게 사랑받는 ‘뉴욕 공립도서관’의 여러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보면 지금 당장 손안에 책 한 권을 마련하고 싶을지 모른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라 당스], [내셔널 갤러리]와 같은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거장’으로 불리는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의 작품이다. 학교, 주 의회, 발레단, 미술관에 이어 이번에는 뉴욕의 명소로 향해 123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뉴욕 공립도서관의 모습을 다각도로 담아냈다. 다큐멘터리에서 흔한 내레이션과 인터뷰를 배제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또 도서관에 속한 커뮤니티를 묵묵히 비추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서관의 개념을 훌쩍 넘어 전반적인 시스템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돌아보게 한다. 197분의 상영 시간은 다소 부담스럽긴 해도 역사와 문화,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도서관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기회가 될 것이다.

 

 

 

맥퀸(McQueen)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맥퀸]은 제목 그대로 세계를 매혹시킨 천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패션계의 괴짜 혹은 이단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세계를 매료시킨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 세계와 삶, 미처 알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담아냈다.

알렉산더 맥퀸은 견습 재단사로 패션계에 입문한 뒤, 패션 명문 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졸업 발표회에서 파격적인 콘셉트의 작품을 선보이며 단숨에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패션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 이사벨라 블로우는 단번에 그의 천재성을 알아봤고, 맥퀸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패션 감각을 드러내는 런웨이를 선보이며, 패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금기를 깬 파격으로 패션계를 뒤흔들었지만, 천재적인 디자인만큼이나 황홀하고 문제적이며 고독했던 맥퀸이란 인물을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호밀밭의 반항아(Rebel in the Rye)

 

이미지: ㈜트리플픽쳐스

 

[호밀밭의 반항아]는 전 세계 청춘들을 매혹시킨 ‘호밀밭의 파수꾼’이 탄생하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대학에서 쫓겨나 방황하는 아웃사이더 제리 샐런저가 모두가 선망하는 사교계의 스타 오나 오닐에게 반하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J.D. 샐린저는 예술과 낭만이 흐르던 1940~50년대 미국에서 기존 문학계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끝까지 관철시키고자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예민하고 반항적인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를 거침없는 언어와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호밀밭의 파수꾼’은 출간 즉시 숱한 논란을 불러왔고 오늘날까지도 문제작으로 남아있다. 니콜라스 홀트가 세상을 향해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아웃사이더 작가 제리 샐린더로 분해 청춘을 사로잡은 세기의 걸작이 탄생하기까지 여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