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재밌는 마블 영화

 

MCU가 아니어도 괜찮아?

 

by. 레드써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고,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만들지 않은 ‘마블’ 영화 [베놈]의 흥행이 거세다. 국내에서는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북미에서도 2013년 [그래비티]가 기록했던 10월 주말 오프닝 기록을 깨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소니에서는 [베놈]을 시작으로 자레드 레토 주연의 영화 [모비우스]를 제작할 계획이며, 앞으로 소니 마블 유니버스를 확장할 야심에 부풀어 있다. 이 같은 소니의 행보 이전에 폭스에서는 [엑스맨]을 주축으로 한 [엑스맨 유니버스]를 진행 중이었다. 물론 디즈니-폭스 합병이 마무리된 머지않은 날에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손을 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나온 마블 영화 중 [베놈]처럼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놓칠 수 없었던 작품을 되돌아본다. 우리를 흥분하게 했던 MCU 아닌 마블 영화들.

 

 

 

 스파이더맨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지금은 믿고 보는 브랜드 ‘마블’이지만 [스파이더맨]이 나올 당시, 2002년은 그렇지 못했다. [이블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을 맡고, 당시 신인 배우에 가까운 토비 맥과이어가 나온다고 할 때는 더욱 전망이 어두웠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직은 마이너 장르라고 생각했던 그때, [스파이더맨]은 1억 달러 이상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슈퍼히어로 영화의 판세를 뒤집었다. 나는 것보다 더 아찔한 ‘스파이더 맨’의 공중 곡예와 짠내 나는 ‘피터 파커’의 드라마가 조화를 이루며 북미에서만 4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8억 2천1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2002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스파이더맨]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대형 배급사들은 마블 슈퍼히어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다 놓은 판권들을 슬슬 영화화하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 2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1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스파이더맨 2]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흥행면에서는 전편보다 조금 줄어든 북미 3억 7천3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7억 8천3백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1편보다 조금 줄어든 흥행 수익일 뿐, 2004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3위를 차지했다. [스파이더맨 2]는 흥행보다 작품성으로 더 진보했는데, ‘닥터 오타비우스’의 존재감과 전편보다 더 섬세하게 표현된 ‘피터 파커’의 내면은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단순히 볼거리와 규모에만 의존하지 않고 완성도를 갖춘 영화로 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데드풀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대부분 블록버스터에 금기시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민감한 것은 등급이다. 관객 입장의 제한이 있는 R등급은 블록버스터로서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금기에 덤벼든 히어로가 있었으니, 바로 [데드풀]이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그린 랜턴]급 흑역사로 출연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그야말로 팬심으로 [데드풀] 영화화를 성공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게 바로 성공한 덕후의 모습일까. 북미에서 3억 6천3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고, 등급으로 인해 중국시장을 포기했음에도 월드와이드 7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비가 고작 5천8백만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대박 중에도 상대박이다. 무엇보다 고만고만한 캐릭터와 스케일로 안전 지향적으로 가던 슈퍼히어로 영화에 등급의 한계를 뛰어넘는 표현력과 색다른 재미를 준 점이 탁월했다. 이런 슈퍼히어로에게 사랑을 보내줄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마블 슈퍼히어로 역사에서도 중요한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디즈니-폭스의 합병 이후 어쩌면 ‘R등급 슈퍼히어로’ 영화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지만, [데드풀]의 성과는 여전히 많은 스튜디오가 주시하고 있다.

 

 

 

 로건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은 분명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지 않아도 자랑스러운 작품이지만, [엑스맨]의 스핀오프 [울버린] 시리즈는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로건]은 달랐다. 영원한 ‘울버린’ 휴 잭맨의 마지막 [엑스맨] 작품으로 안 그래도 상처투성이 인생에 더욱더 짠내 나는 드라마와 인물 묘사로 슈퍼히어로 영화 이상의 걸작으로 다가왔다. 실제 흥행 성적도 [울버린] 시리즈 중 최고 기록인 북미 2억 2천6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6억 1천9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흥행뿐만 아니라 마블은 물론 DC까지 포함해 슈퍼히어로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라 스토리와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남긴 업적이 너무나도 대단하기에, 미안한 척 다시 컴백해도 열렬히 환영할 수 있는 울버린, [로건]이었다. 박수칠 때 다시 돌아와도 괜찮아요 휴 잭맨.

 

 

 엑스맨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스파이더맨]의 기록적인 흥행과 평단의 환호도 마블 슈퍼히어로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엑스맨]이야말로 마블 슈퍼히어로의 지금과 같은 브랜드 파워의 초석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작 당시 [유주얼 서스펙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차기 프로젝트로 큰 화제를 받았지만,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슈퍼히어로 무비?”라는 차가운 시선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2000년 여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진지한 슈퍼히어로 드라마로 즐거운 충격을 던졌다. 슈퍼히어로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전까지, 폭스는 [엑스맨]으로 자신들만의 [엑스맨 유니버스]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마블 스튜디오가 손대지 않았지만, 분명 그들의 청사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엑스맨] 시리즈였다.

 

 

 블레이드 2

 

이미지: 씨네월드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지 않았지만, 괜찮은 영화에 [블레이드 2]를 빼면 섭섭하다. [블레이드] 시리즈는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이 나오기 훨씬 이전인 90년대 후반부터 시리즈를 이어갔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인공 ‘블레이드’를 맡아 뱀파이어 헌터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는데, 3편의 시리즈 중 특히 2편을 걸작으로 꼽는다. [퍼시픽 림], [셰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을 맡고, [엽문]의 견자단이 직접 출연은 물론 무술 감독으로 참여해 시리즈 중 최고의 액션과 퀄리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을 넣어 탄탄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소문에 의하면 마블에서 [블레이드] 시리즈 부활을 위해 웨슬리 스나입스와 미팅을 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시리즈가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