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블룸이 알아야 할 여성 감독들의 공포영화

 

by. Jacinta

 

지난주 할리우드는 호러 명가로 불리는 블룸하우스의 수장 ‘제이슨 블룸’의 경솔한 발언으로 뜨거웠다. 여성 감독들과 작업하려고 하지만, 공포영화를 연출할 여성 감독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에는 여성 감독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할리우드 내에서 성평등을 요구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봤을 때 그의 실언은 아쉽기만 하다. 특히 지난주 북미에서 개봉해 흥행 잭팟을 터트린 [할로윈]이 이룬 성과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후 제이슨 블룸은 SNS에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어쨌든 할리우드는 제이슨 블룸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에게 공포 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들의 리스트를 보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음은 해외 매체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이슨 블룸에게 소개한 여성 감독 리스트의 일부다.

 

 

 

로우 – 줄리아 듀콜뉴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줄리아 듀콜뉴 감독의 장편 데뷔작 [로우]는 채식주의자가 식인 본능을 깨닫는다는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한 영화다.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인공 저스틴이 동물 내장을 강제로 먹어야 하는 혹독한 대학 신고식을 치른 뒤 식인 본능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단적인 소재에서 흔히 기대하는 자극적인 장면 연출보다 억압된 욕망과 충돌하며 고통받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식인 본능보다 더 가혹하고 폭력적인 대학 사회를 강렬하게 대비하며 집단의 광기와 억압, 인간의 억눌린 욕망에 질문을 던진다.

 

 

바바둑 – 제니퍼 켄트

 

이미지: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캡틴 마블] 감독 후보로도 거론되며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제니퍼 켄트는 독특한 호러 영화 [바바둑]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바바둑]은 남편이 죽은 뒤 행동장애가 있는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싱글맘이 ‘바바둑’이라 불리는 악령으로부터 아들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된 현실이 주는 고통과 증오 등의 감정이 어두운 내면을 발현하고 공포를 야기한다는 설정이 오락적 재미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제니퍼 켄트는 최근 신작 [나이팅게일]을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했으며,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 애나 릴리 아미푸르

 

이미지: 찬란

 

애나 릴리 아미푸르의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언뜻 [렛 미 인]의 설정을 떠올리면서도 그와 결이 다른 진행으로 독특한 잔상을 남기는 영화다. 주인공 뱀파이어 소녀는 밤이면 차도르를 두른 채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응징한다. 어느 날 자신처럼 고독한 분위기가 풍기는 아라쉬를 알게 되고, 예정된 수순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친밀해진다.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전개에도 뱀파이어를 연기한 세일라 밴드의 독보적인 존재감과 스타일리시한 미장센과 음악이 매료시킨다. 애나 릴리 아미푸르는 이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 [텍사스 황무지 납치 사건]과 드라마 [리전], [캐슬록]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사랑의 마녀 – 안나 빌러

 

이미지: Oscilloscope Laboratories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단번에 눈길을 끄는 [사랑의 마녀]는 2007년 [환상의 주부, 비바]로 데뷔한 안나 빌러의 두 번째 영화다. 매력적인 여자 일레인은 자신을 사랑해줄 남자를 직접 찾아 나서지만, 그녀의 주문에 걸린 남자들은 계속해서 죽거나 자살한다. 그녀 앞에 사건을 수사하려는 형사가 나타나는데, 그는 일레인에게 운명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의 마녀]는 6-70년대 영화 스타일을 훌륭히 재현하고, 현대의 페미니즘과 맞닿는 도발적인 설정을 포함시켜 독특한 흥미를 선사한다.

 

 

 

아메리칸 사이코 – 메리 해론

 

이미지: 21세기엔터테인먼트, 길벗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는 오늘날 크리스찬 베일을 있게 한 작품을 논할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영화다. 극단적인 살인 충동에 빠진 남성의 엽기적인 살인을 은유적으로 그리며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 허영과 욕망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를 연출한 메리 해론은 이후 주로 TV 시리즈 연출을 해왔으며, 최근 인상 깊은 연출작으로는 19세기 캐나다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 살인범의 실화에 영감을 받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그레이스]가 있다.

 

 

굿나잇 마미 – 베로니카 프란츠

 

이미지: 즐감

 

성형수술을 받은 이후 변해버린 엄마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쌍둥이 형제와 엄마의 진실게임을 다룬 오스트리아 공포 영화. 아역 배우들의 사실적인 섬뜩한 연기와 불안감을 조성하는 스산한 분위기가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억눌리고 불완전한 심리를 파고든 수작으로 베니스영화제를 비롯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세베린 피알라와 공동 연출을 맡은 베로니카 프란츠는 또다시 파트너십을 이뤄 리차드 아미티지 주연의 판타지 스릴러 [The Lodge]를 연출했다.

 

 

허니문 – 리 자니악

 

이미지: 와이드 릴리즈㈜, ㈜메인타이틀 픽쳐스

 

막 결혼식을 올리고 한적한 호수 마을로 신혼여행을 떠난 젊은 부부가 겪는 악몽을 그린 영화. 첫날밤, 의문의 일을 겪은 후 서로를 의심하고 사랑이 공포로 변해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커플의 심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다. 리 자니악은 연출 데뷔작 [허니문]의 각본도 직접 썼으며, [왕좌의 게임] 로즈 레슬리와 [페니 드레드풀]의 해리 트레더웨이가 비운의 신혼부부를 연기했다.

 

 

폴링 – 캐럴 몰리

 

이미지: (주)더블앤조이 픽쳐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메이지 윌리엄스와 현재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배우로 부상한 플로렌스 퓨가 상반된 성격의 단짝 친구로 등장한다.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시대로 기억되는 1960년대, 보수적인 여학교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계속되자 권위적인 어른들과 충돌하며 진실 찾기에 나선다. 여성 감독 캐럴 몰리가 연출을 맡아 한창 예민한 시기를 통과하는 십대들의 불안정한 내면과 욕망을 섬세한 연출로 담아내 찬사를 받았다.

 

 

비밀스러운 초대 – 캐린 쿠사마

 

이미지: 넷플릭스

 

[걸파이트], [죽여줘! 제니퍼]를 연출한 캐린 쿠사마 감독의 심리 스릴러. 2년 전 아이를 잃은 뒤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한 부부의 수상한 밤을 그린다. 멕시코에서 만난 남성과 새 출발을 한 전부인 이든의 초대를 받은 윌은 연인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영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윌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음습한 긴장을 조성한다. 로건 마샬그린의 탁월한 연기가 정적인 연출에서 오는 지루함을 상쇄한다.

 

 

리벤지 – 코랄리 파르자

 

이미지: ㈜컴퍼니 엘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는 애인의 사냥 여행에 따라나섰다 성폭행을 당하고 버려진 여성의 핏빛 복수극을 그린 영화.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단숨에 화제작으로 부상했으며, 코넬리 파루쟈는 첫 연출작임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위 높은 폭력과 감각적인 스타일로 무장한 [리벤지]는 의도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을 전복하고 현실적인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로 여성 복수 스릴러의 새 장을 열며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