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영화

 

연쇄 살인마나 유령, 초자연현상을 내세운 공포 스릴러가 아니라 해도 보는 내내 두근거리는 긴장을 멈출 수 없는 영화가 있다. 인물 사이의 심리전을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보여주거나 혹은 인물의 극단적인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아니면 불편한 심리를 유발하는 기묘한 분위기, 관객의 예상을 배반하는 전개 등 여러 장치를 통해 긴장과 불안을 조성한다. 할로윈데이를 맞아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긴장감이 백미이거나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상야릇한 잔상이 남는 영화를 모아봤다.

 

 

 

킬링 디어

 

이미지: 오드(AUD)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관객을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감정으로 밀어 넣는 재주가 탁월하다. 그의 영화 속 부조리하고 극단적이며 비현실적인 상황은 건조한 냉기를 품은 채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킬링 디어]는 마치 감정이 거세된 듯한 가족에게 찾아온 잔혹한 비극을 다룬다. 의료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마틴은 섬뜩하리만치 무심한 표정으로 스티븐에게 죽음의 대가로 가족 중 한 명을 선택할 것을 종용하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말이 차례로 실현된다. 영화 전반 가득한 기괴한 긴장과 불안은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유지되며, 극장 밖을 나서는 순간에도 꺼림칙한 잔상을 남긴다.

 

 

 

디트로이트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 당시 알제 모텔에서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옮긴 영화. 대담하고 사실적인 연출로 유명한 감독답게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과 불안으로 밀어붙이며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한다. 특히 흑인과 여성을 우롱하고 탄압하며 공포를 조성하는 백인 경찰로 분한 윌 폴터의 사실적인 연기가 더해져 더욱더 강렬하고 실감나는 충격을 전한다. 무엇보다 현재까지도 사건의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인종차별의 현실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착잡한 분노가 가시지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지: 판씨네마㈜

 

가정 폭력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날카롭고 선명한 연출로 담아낸 영화. 이혼한 가족들의 전사를 상세하게 밝히지 않지만, 엄마를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소년과 그런 아들에게 자꾸만 집착하는 아빠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보기만 해도 위태로운 불안을 가중시킨다. 영화는 폭력의 현장을 꼼꼼하게 재현하기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물의 고통과 불안을 체험의 형식으로 전한다. 특히 섬뜩하게 몰아치는 엔딩 무렵의 후반부는 가까이 있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쉽게 일어설 수 없는 전율을 안긴다.

 

 

 

케빈에 대하여

 

이미지: ㈜티캐스트

 

여성에게 모성애는 의무가 아니다. 또한 임신은 축복이 되기도 하지만 근원적인 두려움도 내포한다.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작가 에바는 여행지에서 만난 프랭클린과 사랑에 빠져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한다. 삶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사랑을 쏟아내기에 육아는 버겁기만 한데, 남편은 방관자에 머물고, 그 사이 첫째 케빈 사이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벽은 갈수록 견고해진다. 영화는 모성애에 관한 과감하고 도발적인 질문과 함께 복잡하고 뒤틀린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애증의 관계를 탄탄한 긴장으로 그려낸다. 틸다 스윈턴과 에즈라 밀라의 뛰어난 감정 연기도 이 무섭고도 참담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블랙스완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모티브를 얻어 완벽을 추구하는 발레리나의 광기와 분열을 담아낸 영화. 나탈리 포트만의 혼신의 연기에 힘입어 탄생한 주인공 니나가 순수하고 연약한 백조와 사악하고 관능적인 흑조, 상반된 1인 2역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려움과 극심한 중압감이 초래한 혼란과 위기의식은 점차 자기 파괴적인 세계로 향하며 치명적인 파국을 초래한다. 욕망과 불안이 뒤엉킨 잔혹한 예술의 세계를 가차 없이 몰아붙이는 전개는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을 선사한다.

 

 

 

올 더 머니

 

이미지: 판씨네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올 더 머니]는 비정한 탐욕이 주인공인 영화다. 막대한 부를 손에 쥐고도 납치된 손자를 위해 단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선언한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한 섬뜩함을 안긴다. 이 냉혹한 구두쇠는 돈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물질만능주의 현대 사회가 낳은 비극인 셈이다. 영화 중반, 인질범과 협상을 벌이는 긴박한 상황에도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에피소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섬뜩한 기분이 들게 한다.

 

 

 

서치

 

이미지: 소니 픽쳐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화상통화 등으로 채워진 영화는 처음에만 다소 낯설 뿐 이내 금방 친숙하게 다가온다. 바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하는 디지털 라이프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각종 효과음은 친숙하게 들리고, 커서의 움직임에서는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래서인지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빠의 디지털 추적기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런데 말이다. 가족이라는 유리한 이점을 이용해 딸의 각종 온라인 기록을 열람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의 SNS가 걱정된다. 온라인 세상에 남긴 흔적 하나하나가 단서가 되는 21세기의 불안이라고 할까. 차분하고 꼼꼼하게 모든 기록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면서 SNS에 섣불리 많은 것을 공유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슈퍼 히어로 영화를 새로 쓴 MCU 10주년을 맞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팬들에 기대와 염원에 부응하는 볼거리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MCU를 대표하는 마블 히어로들이 총출동했음에도 산만한 인상 없이 각 공간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마블 영화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 감각이 긴장을 완화하고, 후반부의 물량 공세는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팬들의 즐거움은 대단원으로 향하면서 충격과 공포, 그리고 슬픔과 탄식으로 변해버린다. 마침내 타노스가 목적을 달성하면서 우주에 대재앙이 닥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 내내 유쾌한 웃음을 안겼던 [앤트맨과 와스프]도 쿠키 영상에서 적막하게 변해버린 세상을 비추며 타노스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이미지: UPI 코리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전편보다 한층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안고 새로운 장르를 추가해 돌아왔다. 바로 ‘호러’! 원래 시리즈 특성상 공룡과 인간의 추격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가 상당한 긴장을 주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초반에는 섬에서 벌어지는 재난 블록버스터의 전형으로 흘러가지만, 록우드 저택으로 공간을 옮기고 나서는 폐쇄적인 공간을 이용해 공룡의 살벌한 위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게다가 그 모든 게 인간의 비뚤어진 탐욕에서 비롯됐으니 더욱 서늘한 기분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뜻하지 않게 쫄깃한 공포를 실컷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덩케르크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쟁 영화는 적군과 아군의 치열한 전투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전쟁 영웅을 만드는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존의 전쟁 영화 문법에서 한 발짝 벗어나 전장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병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관객을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들고 폭격이 가해질지 모르는 전장으로 초대한다. 전체 영화의 75% 정도를 아이맥스로 촬영하고, CG가 아닌 대규모 엑스트라와 물량 공세로 채운 영상은 전장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시계 초침 소리를 이용한 한스 짐머의 음악은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