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 변경이 ‘신의 한수’가 된 영화

 

by. 레드써니

 

 

영화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의외로 개봉일이다. 개봉 시기에 따라 재미가 부족해도 시즌을 잘 만나 흥행에 성공하기도 하고, 좋은 작품임에도 운이 따르지 않기도 한다. 또한 개봉 시기에 따라 마케팅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즉, 개봉일이 영화의 운명을 좌우한다.

 

대부분 정해진 개봉일을 바꾸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한다. 개봉일을 변경할 경우 그동안 홍보 계획이 어그러지거나 작품에 자신감이 없다는 좋지 않은 소문도 퍼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봉일을 뒤로 미루는 것보다 앞당기는 게 낫다는 것이 정설이다. 개봉일을 바꿔서 망한 영화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악수에도 오히려 생각지 못한 ‘신의 한 수’가 되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있다. 그래서 개봉일을 변경했지만 의외로 호재로 작용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살펴본다.

 

 

 

타이타닉: 97년 여름 → 97년 12월 19일

 

이미지: 씨네힐

 

본격 개봉일 연기가 신의 한 수가 된 대표적인 예가 [타이타닉]이다. 당초 1997년 여름 블록버스터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 제임스 카메론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반년 가까이 연기된 12월 19일로 개봉일을 연기했다. 상영시간도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을 훌쩍 넘겼다. 지금 들으면 코웃음 치겠지만 그 당시 분위기는 심각했다. 오죽하면 가장 큰 실패가 예상되는 영화 1위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그나마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는 1위를 차지했지만, 성에 차지 않은 수익이었다. 하지만 입소문이 불거지면서 [타이타닉]의 향해는 순조로웠고, 결국 북미 박스오피스 15주 연속 1위라는 기록과 함께 사상 최초로 북미 6억 달러, 전 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되었다. 현재까지도 20억 달러 이상 역대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2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반년 가까이의 개봉 연기가 정말로 완벽한 영화를 탄생하게 만들었고, 관객에게 통했다.

 

 

신과함께-죄와 벌: 2017년 여름 → 2017년 12월 20일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신의 한 수’급 개봉일 변경의 예로 할리우드에 [타이타닉]이 있다면, 한국에는 [신과함께-죄와 벌]이 있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국내 최초로 두 편을 동시에 촬영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며 당초 개봉 예정일이었던 2017년 여름을 지나 겨울로 연기했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대규모 CG 작업에 대한 불안과 웹툰 원작 영화의 흥행이 불투명했던 그때, 개봉일 연기 결정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물며 개봉 연기 결정된 후 공개된 첫 번째 예고편은 원작 파괴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CG의 위용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예상을 넘는 호응을 얻으며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총 1,44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흥행 2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공에 고무되어 후속편은 오히려 개봉 3개월 전부터 8월 1일 개봉을 확정하는 자신감을 내보였고, 올여름 시리즈 쌍천만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만약 [신과함께-죄와 벌]이 2017년 여름에 개봉했다면, 그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 혹은 성공적으로 부활한 [스파이더맨: 홈 커밍]과 맞붙었을 테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2015년 12월 25일 → 2015년 7월 30일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정해진 개봉일을 늦추는 경우는 많지만 앞당기는 경우는 드물다. 하물며 반년이나 앞당기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섣불리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제목 그대로 ‘불가능한 개봉’에 도전했다. 영화의 원래 북미 개봉일은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이 겨울에 개봉했던 것처럼 2015년 12월 25일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파라마운트의 전략적인 배급으로 2015년 7월 30일 여름으로 개봉일이 앞당겨졌다. 오히려 이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영화팬들은 이 같은 개봉일 변경을 작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였고, 실제 공개된 작품 역시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전편이 거둔 흥행 성적에는 못 미쳤지만, 월드와이드 누적 6억 달러 이상을 돌파하며 전편과 6편의 디딤돌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만약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개봉일은 변경하지 않았다면, 10년 만에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붙어야 했을 것이다.

 

 

 

베테랑: 2015년 5월 예정 → 2015년 8월 5일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보통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개봉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연기하여 비수기에 개봉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베테랑]은 오히려 반대였다. 영화가 생각보다 잘 나오는 바람에(?) 성수기 시즌으로 개봉일을 미뤘다. [베테랑]은 2015년 5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지만, 시원한 액션과 사회의 부조리를 날리는 통쾌함으로 내부 시사회 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렇게 자신감으로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을 노리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그해 최고 기대작 [암살]과 쌍끌이 흥행을 이끌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종 1,314만 관객을 기록했고, 2015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년 5월 4일 → 2018년 4월 27일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현재까지 전 세계 20억 달러 이상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도 개봉을 코앞에 두고 개봉일을 변경했다. 개봉일을 변경하게 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워낙 기대작이었기에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뜨거웠는데, 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트위터에 “좀 더 일찍 개봉하는 건 어떨까?”라는 멘션을 남겼다. 이에 마블이 곧바로 응답했고, 당초 5월 4일 개봉에서 4월 27일로 한 주 앞당긴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진행했다. (단, 국내 개봉일은 이전부터 4월 25일로 정해졌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영화처럼 스튜디오의 운명을 건 혹은 피치 못한 상황 때문에 개봉일이 변경된 게 아니라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작은 움직임으로 전 세계에서 꽤 주목받는 이벤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를 얻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내년에 개봉할 [어벤져스4(가제)]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트위터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