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제작이 무산된 명작 혹은 망작

 

by. Tomato92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과 데이빗 예이츠가 의기투합하여 엄청난 흥행을 거둔 [신비한 동물사전]의 후속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개봉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원작과 영화의 탄탄한 팬층과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어렵지 않게 성공 반열에 오르며 속편 제작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할리우드를 포함한 각국의 영화 산업에서 속편 제작이 보장된 영화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다음편을 만들 만큼 충분히 성공했음에도 속편 제작이 고사되거나 엄청난 예산을 들였음에도 대중에게 외면을 받으며 속편 제작이 무산되는 사례가 흔하다. 각각 다른 이유로 속편 제작이 무산된 명작과 망작을 소개한다.

 

 

 

 

1. 포레스트 검프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피터팬픽쳐스

 

[포레스트 검프]는 다른 사람보다 다소 부족해도 굳건한 의지로 소중한 가치를 품에 안고 사는 남자의 복합적인 삶을 탁월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5,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월드와이드 7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그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에서 트로피를 휩쓸었으며, 특히 톰 행크스는 전년도에 [필라델피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2년 연속 수상대에 오르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이 같은 대성공에 힘입은 각본가 에릭 로스는 원작 소설의 속편 ‘Cump and Co.’의 각본 작업을 시작했지만, 2001년에 일어난 끔찍한 9.11 테러 이후 작업을 돌연 중단했다. 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속편 중단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포레스트 검프 속편 작업을 위해 여러모로 힘쓰는 중이었다. 2편은 검프가 벤치에 앉아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장면 이후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9.11 테러가 일어난 다음 날, 톰과 감독 로버트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이 속편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세상은 변했고, 시간이 분명 오래 지나기는 했지만 어떤 것들은 하나인 채로 남기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때 무산된 프로젝트는 2007년 파라마운트 제작자들이 각본을 재검토한다는 소식과 함께 재가동되는가 싶더니 현재까지 아무 소식도 없는 상황이다.

 

 

2.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워너 브라더스는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이 극장에 걸리기 전까지 이 코믹스 원작의 작품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제작진이다. [007 카지노 로얄], [007 골든 아이]의 마틴 캠벨을 감독으로 발탁한 후 각본 작업에만 무려 네 명의 작가를 투입했다. [다크 나이트] 성공 이후 잔뜩 들떠 있었을 워너는 DC 유니버스의 입지를 굳힐 작품의 주연으로 라이언 레이놀즈를 내세우고 제작에 전면 돌입했다.

 

무려 2억 달러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영화의 마지막 작업을 끝냈음에도 부족했는지 기술 효과를 위해 1,000만 달러를 더 투자했다. 이 소식을 기사로 접한 팬들은 코믹북 역사상 엄청난 역작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 또한 무슨 자신감인지 마틴 캠벨은 작품의 트릴로지를 구성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으며, 워너의 허락 하에 영화를 찍는 동안 속편 각본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개봉 후 비평가와 관객에게 재앙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으며,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들인 것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뒀다. 사실 영화가 수작은 아니지만 꽤 볼만하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는데, 제작진이 한없이 끌어올린 기대감으로 밤잠을 설레며 극장을 찾았을 코믹스 원작 팬들의 광기 서린 분노에 묻힌 감이 없지 않다. 어쨌든 영화 개봉 전 벌인 모든 설레발에도 속편 제작은 결국 무산됐다. 대신 그린 랜턴을 리부트 한 [그린 랜턴 군단]이 2020년 개봉 예정이다.

 

 

 

3. 세븐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세븐]은 2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입체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명연기, 잘 짜인 각본, 충격적인 엔딩 등으로 스릴러의 표본이자 교과서로 불린다. 속편은 [오션스 일레븐], [매치스틱 맨]의 테드 그리핀이 각본을 맡았고, [세븐]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제목은 ‘에이트(Ei8ht)’로 결정했다. 대신 이 속편에는 약간의 변주를 줘서 모건 프리먼이 맡은 서머셋 형사가 새로 발견한 초능력으로 범죄를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핀처가 새 영화의 감독을 맡길 바랐지만, 그는 영화의 장르를 바꿔 버린 스튜디오의 결정을 탐탁지 않아했다. 핀처는 2005년 한 인터뷰에서 속편 각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밝히며 완곡히 거절했다. “2~3년 전에 그 각본을 읽었는데, 영화사는 이걸 ‘세븐’의 속편으로 만들길 원했다. 그들은 모건의 캐릭터 서머셋에 예지력 같은 걸 부여해서 그 초능력으로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길 원했고, 그 얘길 들은 순간 ‘형사일 참 편하게 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속편 제작이 힘들었던 이유에는 핀처의 불참뿐 아니라 스케줄 문제도 있었다. 당시 유망주였던 브래드 피트가 [세븐]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올라 매우 바빠졌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여러 이유로 몇 년 동안 제작이 계속 지연되던 [에이트]는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대신 각본 설정의 일부를 차용한 범죄 스릴러 [솔러스]가 2015년 북미에서 개봉했다.

 

 

 

4.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은 제임스 카메론, 조지 루카스, 로버트 A. 하이라인, 아서 C. 클라크 등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모험의 왕’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가 쓴 ‘화성의 공주’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바숨이라는 행성에서 조단가와 헬리움이라는 두 도시가 전쟁 중인 상황에서 존 카터라는 남자가 화성에서 지구를 오가는 목걸이를 얻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일단 명색이 디즈니표 SF 영화라 2억 5,000달러라는 엄청난 예산을 책정했고, 감독직에는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베테랑이자 픽사의 창립 멤버 앤드류 스탠튼을 기용하여 성공 의지를 다졌다. 원작부터 11부작 시리즈라 한 편으로 끝내기는 당연히 어려운 작품이었기에 제작사 측에서는 3부작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자칫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영화가 망해서 공수표만 날린 꼴이 됐다.

 

영화가 망한 원인으로는 무려 1억 달러에 가까운 마케팅비로 삽질한 이유가 가장 컸다. 우선 원작에는 ‘화성’이 모든 시리즈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음에도 디즈니 측에서 이를 독단적으로 삭제해 버렸고, 그들이 내놓은 여러 개의 예고편에서는 영화의 내용이나 작품의 위상을 알려주기보다는 몇 분간의 영상을 때깔 좋은 화면으로 채우며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보여주기만 바빴다. 또한 카메론의 [아바타]처럼 앞서 말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거장들이 ‘화성의 공주’에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에서 이미 봤던 설정이나 장면이 대거 나오기 때문에, 이를 모르고 본 관객들은 영화가 어딘가 부족하고 진부해 보인다는 아이러니한 평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을 만든 모든 이에게 상처로 남은 대실패로 당시 디즈니 회장이었던 리치 로스가 사임했고, 속편을 찍기로 한 2012년 스탠튼이 다음 프로젝트는 [도리를 찾아서]라고 공표하며 디즈니의 영원한 흑역사로 남게 됐다.

 

 

 

5. E.T.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E.T]는 사랑스러운 외계인 이티와 엘리엇의 순수한 우정을 유려한 연출로 담아내 남녀노소 불문하고 동심을 자극하며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힌다. 스필버그의 작품이라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지만, 제작비의 약 80배라는 대박을 터트리며 자연스레 속편 얘기가 나왔다.

 

이티와 엘리엇의 이별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던 관객들은 영화의 다음 편이 나온다는 소식에 쾌재를 불렀을 테지만, 스필버그와 각본가 멜리사 매티슨은 2편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SF 스릴러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예정된 속편의 제목부터 ‘ET : 야행성의 공포’였고, 엘리엇과 그의 친구들이 사악한 성격의 식인성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온갖 고문을 당하고 있을 때 이티가 그들을 구출한다는 것이 개략적인 줄거리였다. 후에 스필버그는 1편을 본 사람들의 동심을 파괴하고도 남을 내용의 2편 제작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의 속편은 아티스트인 당신의 진실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E.T’의 속편을 만드는 건 영화의 순결함을 도둑질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다음 편 제작이 엎어진 대신, 1편의 소설화를 맡았던 작가 윌리엄 코츠윙클은 사춘기가 된 엘리엇과 이티의 이야기를 그린 ‘E.T.: The Book of the Green Planet:’이라는 제목의 속편격 소설을 썼다.

 

 

 

6.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

 

이미지: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블루미지

 

[헝거 게임], [트와일라잇], [다이버전트]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소설의 영화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차세대 영어덜트 시리즈 후보로 점쳐지던 작품이다. 당시 ‘섀도우 헌터스’는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천사, 악마, 뱀파이어, 요정, 늑대인간 등의 요소를 다 집어넣은 인기 시리즈로, 누적 판매 부수가 2,5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넓고 충실한 팬층을 보유했다.

 

스튜디오는 이러한 이유로 시리즈의 성공을 너무 자신한 나머지 작품이 미처 개봉하기도 전인 2013년 5월에 2편 제작을 공표했으며 구체적인 제작 스케줄까지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릴리 콜린스, 제이미 캠벨 바우어의 눈부신 비주얼을 가릴 정도로 개연성 없는 전개와 설득력 없는 캐릭터, 막장 코드, 원작 파괴 등의 이유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고 [트와일라잇]이 작품성 있는 영화로 보인다는 관객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미 속편 제작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자 당황한 제작사는 1편이 너무 10대 관객층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변명을 급급히 내놓으며 2편 제작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제작사 콘스탄틴의 회장 마틴 모스코위츠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된 속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나면 제작을 진행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며 확고한 의사를 내비치는가 했지만, 2014년 ‘섀도우 헌터스’ TV 시리즈 제작이 결정된 이후 자연스레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