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8년 한국영화

 

by. 레드써니

 

 

올해도 박스오피스를 비롯해 영화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국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부진 속에서도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뉴페이스 배우들이 파란을 일으켰으며, 소재의 한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한 영화가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다. 올해 한국 영화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천만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상대적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는 부진했다. 기대작들의 성과가 생각보다 좋지 못했고, 외화의 공세가 어느 해 보다 강했다. 매년 등장했던 천만 영화가 올해는 탄생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8월 [신과함께-인과 연]이 개봉해 이 같은 부진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엄청난 흥행 저력을 보여줬다. 개봉 첫날, 주말, 최단기간 N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각종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다. 유달리 더웠던 날씨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여름휴가로 극장을 선택했고, 1편 이후 이야기가 궁금했던 속편의 후광이 더해져 무난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12월 3일 현재 기준으로 올해 최고 흥행작(1,224만)이 되었다.

 

 

 

#리메이크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2018년에는 리메이크 영화가 유난히 눈에 띈다. 올초 [골든슬럼버]를 비롯해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라진 밤] 그리고 최근의 [완벽한 타인]까지. 이중 [골든슬럼버]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시적인 성과를 냈는데, 특히 [완벽한 타인](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 리메이크)은 비수기 10월에 개봉하고 비교적 중·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임에도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지금까지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검증을 받은 참신한 소재를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하고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는 리메이크 영화는 적절한 기획과 완성도로 앞으로도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스페인 영화 [슬립타이트]를 리메이크한 [도어락]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속편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개봉 몇 년 전부터 기획하고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생각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한국영화는 상대적으로 촉박한 제작기간과 한정된 시장 때문에 속편 영화가 뜸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과함께-인과 연]을 비롯해 [탐정: 리턴즈] 등 속편 영화가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 편 모두 흥행에 성공했는데, 특히 [탐정: 리턴즈]는 전편 관객수 262만 명을 넘은 3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3편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신과함께-인과 연] 역시 시리즈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속편 영화, 더 나아가 웹툰 원작 영화의 시장성까지 입증했다. 다만, 설날 연휴 특수를 노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전편에 못 미치는 24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속편 러쉬는 계속될 예정으로 [해적2], [타짜3], [반도](부산행2)가 형보다 나은 아우를 노린다.

 

 

 

#실화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올해 역시 실화 기반의 한국영화가 꾸준히 공개됐다. 뜨거웠던 그날의 함성을 그린 [1987]이 2017년 끝무렵에 개봉한 것을 시작으로 흑금성 사건의 이야기를 담아낸 첩보 영화 [공작], 일본 재판부에 맞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허스토리],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살인사건을 토대로 한 [암수살인], 가장 최근 개봉한 1997년 IMF를 소재로 한 [국가부도의 날]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실화와 역사를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아 개봉 후에 그와 관련된 이슈를 일으켰다. 실화가 주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과거를 통해 현재에 미치는 파급력을 봤을 때, 앞으로도 실화는 한국영화의 주요 단골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암수살인]의 경우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했음에도 해당 피해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아 상영금지 신청까지 갔었는데, 다행히 원만히 해결되어 개봉은 했지만 실화를 소재로 삼을 때는 보다 사려 깊은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칸과 ‘버닝’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칸영화제에서 [버닝]이 공개됐을 때, 현지 언론에서는 만장일치의 찬사를 보냈다. 주요 언론들의 평점은 출품작 중 최고 수준이었으며 황금종려상까지 점쳐지기도 했다. [시]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에게 세계는 박수를 보냈고 유아인, 스티븐 연 그리고 신예 전종서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엄청난 호평이 황금종려상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프랑스 개봉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며, 일반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재 [버닝]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한국 대표로 출품되었는데, 스피릿어워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선정되고, 전미비평가위원회에서 선정한 외국어영화 TOP 5에 포함되어 내년 아카데미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여성 주연 영화의 선전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선전도 다른 해보다 돋보였다. [소공녀]는 이솜의 발견으로 평가받으며, 현재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를 공감 있게 그려내어 호평을 받았다.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수상 여세를 모아 지난 9월 개봉 당시에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 원톱 주연, 신인 여자배우, 액션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마녀]는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신예 배우 김다미를 스타덤에 올렸다. 10월에 개봉한 [미쓰백]은 개봉 후 여성 관객들의 열띤 지지와 입소문에 힘입어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데 성공했으며, 주연을 맡은 한지민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국가부도의 날] 역시 여러 캐릭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임에도 한국은행 팀장 한시현 역을 연기한 김혜수의 선전이 단연 눈에 띈다.

 

 

 

#100억

 

이미지: (주)NEW

 

충무로에 “거대 제작비 영화는 성공하고 오히려 중간 규모의 영화가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100억대 이상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신과함께], [독전], [공작]을 제외하면 100억대 이상의 대작은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염력]과 [인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둔데 이어, 특히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한 100억대 영화 [물괴], [안시성], [명당], [협상]이 동시기에 개봉하면서 더욱 부진한 결과를 초래했다. 극장 수익으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은 [안시성]을 제외하고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앞으로 100억대 영화를 제작할 때 단순히 규모로 승부하기보다 달라진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실이 필요해 보인다.

 

 

 

#깜짝히트

 

이미지: (주)쇼박스

 

100억 대작 영화가 부진한 가운데, 오히려 깜짝 성공을 거둔 영화가 나왔다. [곤지암]은 한동안 침체되었던 한국 공포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그 결과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완벽한 타인] 역시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각본으로 승부해 스케일과 비주얼에만 집착했던 한국영화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는데, 개봉 전부터 재밌다는 입소문이 불거지면서 올해 손익분기점 대비 관객 가장 많이 모은 한국영화가 되었다. 8월 말 개봉한 [너의 결혼식]도 모처럼 만나는 첫사랑 로맨스 영화라는 컨셉으로 282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멜로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