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새로운 호러 거장의 탄생, ‘어스’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어스(US) – “새로운 호러 거장의 탄생”

이미지: UPI 코리아

에디터 겨울달: 조던 필이 돌아왔다. 심장을 옥죄고 온몸이 덜덜 떨릴 만큼 긴장감 가득한 영화로. 처음엔 도플갱어와의 살벌한 만남을 그린 하우스 호러이겠거니 예상했지만, 영화는 중반부터 더 크고 깊은 세계로 나아간다. ‘대체 왜?’라는 물음은 신경을 긁는 사운드와 음악, 아름답고 섬뜩한 영상을 만나 공포심을 자극한다. [겟 아웃]만큼 내용이 쉽진 않지만 단서와 상징을 곳곳에 깔아놔 흥미를 돋운다. 무엇보다도 무서운데도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집중력이 엄청나다. 빨간 옷, 날카로운 가위 같은 물건들의 비주얼과 루피타 뇽의 섬뜩한 표정은 잠잘 때도 생각날 만큼 강렬하다. 호러라면 백 미터 밖으로 도망가는 에디터도 N차 관람을 고민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영화다.

 

 

2. 썬키스 패밀리 – “사랑꾼 가족을 소개합니다!”

이미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에디터 Jacinta: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발칙한 오프닝부터 예사롭지 않다. 애정 넘치는 20년 차 부부 준호와 유미를 중심으로 저마다 사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발칙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박희순과 진경은 그동안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거리낌 없이 애정 표현을 나누는 사랑꾼 부부를 맡아 닭살 넘치는 호흡을 보여주고, 아역배우 이고은은 똑 부러지는 연기로 위기를 맞은 부부의 귀여운 해결사로 나서 시종일관 미소 짓게 한다. 소통과 화합으로 귀결되는 메시지는 익숙하고 동시다발적인 서사는 산만할 때도 있지만, 그동안 모성애와 부성애로 익숙한 가족 드라마의 전형에서 벗어난 것으로 새롭고 신선한 풍경이 연출된다.

 

 

3. 장난스런 키스 – “장난처럼 사라져버린 개연성”

이미지: 오드(AUD), 씨나몬㈜홈초이스

에디터 Amy: 숱하게 실사화되었던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이번에는 대만 영화 버전으로 돌아왔다. 우연히 장즈수와 입맞춤을 하게 된 위안샹친은 장즈수를 짝사랑하게 되고, 성적도 다르고 자신을 무시하기 일쑤지만 멈출 줄 모르는 짝사랑을 시작한다. 여름 향기와 청량함을 풍기는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지만, 쾌활하고 발랄한 비주얼과는 달리 완성도는 안타깝게도 저조하다. 20권이 넘는 원작을 영화 한 편에 욱여넣으려던 탓인지 서사는 중간중간 끊어지고 인물 간의 감정선은 개연성을 잃었다. 10년 전이었다면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였을 인물들의 특성은 그 매력을 오롯이 느끼기 어려워 좀처럼 이입하기 힘들고, 결국 남은 것은 배우들의 비주얼과 영상미뿐이라 아쉬움이 느껴진다.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유치함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 대만의 감성을 느끼면서 도전해볼 만하다.

 

 

4. 강변호텔 – “흑백의 눈 내린 강변처럼 무덤덤한”

이미지: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무브먼트MOVement

에디터 띵양: [강변호텔]은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시인과 그를 찾아온 두 아들, 그리고 같은 호텔에 묵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들의 일상을 통해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또 관객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누가 봐도 홍상수 작품’이다. 능청스럽고 직설적인 유머나 감독 본인을 투영한 듯한 캐릭터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홍상수 감독의 인생이 담겨있다. 그의 작품 철학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강변호텔]만큼은 이것이 ‘철학’보다는 ‘고집’이라 느껴졌다. 유독 기시감이 느껴지고 이전과 달리 어딘가 이야기가 힘이 빠져 보였는데, 이 때문인지 더더욱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대사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심심하게 느꼈던 작품이지만, 그 안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빛이 났다.

 

 

5.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RBG) – “작고 위대한 거인”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에디터 겨울달: 법률과 삶 속에 스며든 차별을 뜯어고치는 데 일평생을 바친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전기 다큐멘터리. 셔츠와 문신 디자인의 주인공이 될 만큼 “악명높은” 긴즈버그의 삶을 애정과 존경이 가득한 시선으로 발랄하게 그린다. 영화는 전기 다큐멘터리로서 뭔가 색다른 것을 시도하진 않는다. 그저 충실하게 한 사람의 역사를 따라간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힘과 영감이 되는 인물의 이야기는 별다른 기교 없이도 깊은 감동을 준다. 긴즈버그가 그동안 대법원에서 펼친 기소 의견, 대법관이 되어 발표한 반대 의견 하나하나 그의 목소리로 들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된다. 어둡고 힘든 일상의 희망이 될 슈퍼히어로를 갈망하는 요즘, 확신과 목표를 가지고 인생의 속도에 맞춰 부지런하게 세상을 바꿔가는 현실 영웅을 만날 수 있다.

 

 

6. 콜레트(Colette) – “나의 이름을 찾아가는 긴 여정”

이미지: (주)NEW

에디터 Jacinta: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시대를 선도한 인물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가 유령작가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여정을 그린다. 팀 버튼의 [빅 아이즈]가 그랬듯 [콜레트] 역시 꼼꼼하게 재현한 시대상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비범하고 진취적인 여성의 자아 찾기에 자연스레 몰입감을 조성한다. 여성의 권익에 관심이 많은 요즘, 실제 인물의 극적인 생애는 그 자체로 공감과 감동을 안긴다. 매혹적인 인물을 주인공을 택한 영화가 가진 장점에도 아쉬움은 있다.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억압하는 사회에서 내면의 갈망에 눈을 뜨고 변화하는 인물을 다소 평이한 연출로 담은 건 아닌지 생각 든다. 이보다 더 적역일 수 없는 키이라 나이틀리 캐스팅과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해 내면의 고뇌가 깊이 있게 전달되지 않는다.

 

 

7. 선희와 슬기 – “거짓의 끝에 낙원 따위는 없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띵양: 작은 거짓말 하나가 소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선희와 슬기]는 먹먹하고 아픈 영화다.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선희는 ‘슬기’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녀의 거짓말에 악의는 없었다. 그동안 부모에게조차 느끼지 못했던 관심을 얻기 위해, 그저 평범한 10대 학생으로 살고 싶었던 마음에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나 작은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몰고 온 파장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슬기의 삶은 선희와 다르다. 웃음이 가득하고, 항상 무리 밖에서 맴돌던 그녀가 무리를 이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삶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같아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마지막 장면이 다소 의아하지만, 꽤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임은 분명하다.

 

 

8. 덤보(Dumbo) – “훨씬 더 사랑스러워진 아기 코끼리 덤보”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Amy: 사랑스러운 아기 코끼리 덤보가 헤어진 엄마를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그린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었던 덤보의 귀여움이 실사로 더욱더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오롯이 서커스장에서의 덤보의 이야기에 집중했었다면, 영화에서는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 아이들과의 관계를 비추면서 한계를 뛰어넘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가장 압도적인 부분은 역시 화려한 볼거리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동심을 자극하는 꿈 같은 비주얼에 화려한 색감으로 무장한 서커스와 단원들의 모습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화면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어린아이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집중하기에는 조금 긴 러닝타임이지만 화려한 영상미는 시간 가는 것도 잊게 해 줄 것이다.

 

 

9. 아틱(Arctic) – “이토록 위대한 생존을 위한 생존”

이미지: ㈜삼백상회

에디터 겨울달: 인적 하나 찾기 힘든 새하얀 북극 벌판과 매즈 미켈슨의 본능같은 연기로 채운 인상적인 생존담. 생존 영화라 결말을 알 것 같은데도 영화에 빠져든다. 그렇지만 [아틱]은 다른 생존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주인공의 이름과 직업은 밝히지만 위기 앞에서 과거를 회상하지 않으며, 관객들이 가장 궁금할 부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심지어 대사도 많지 않다. 대신 무자비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 사이의 대결에 집중한다. 이 부분에서 취향이 갈릴 순 있어도, [아틱]은 곁다리 요소 없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움직임 자체가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10. 더 길티(The Guilty) – “수화기 너머, 보이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다”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Jacinta: 긴급신고센터에 임시 좌천된 경찰이 납치된 여성의 전화를 받고, 오직 통화와 노련한 수사 감각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더 길티]는 제한된 공간과 위축된 인물이라는 흥미로운 재료에 세심하게 공들인 사운드를 입히고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바짝 밀착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릴러를 완성했다. 한정된 정보만으로 수화기 너머의 긴박한 상황을 유추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안긴다. 동시에 점차 격렬해지는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며 심리 스릴러의 성격을 더한다. 사건의 전모와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단순히 실험적인 형식을 갖춘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구원과 속죄의 메시지를 전하며 생각지도 못한 강한 여운을 안긴다. 다만 영화가 추구하는 극단적인 구성이 모든 관객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할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