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엄마가 아닌 여성의 욕망에 대하여, ‘에이프릴의 딸’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벤 이즈 백(Ben is Back) – 중독에 대한 작지만 강력한 가족드라마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마약 중독자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 가족의 크리스마스이브 하루를 그린 멜로드라마. 마약 중독자와 주위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절망적으로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마약은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것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벤 이즈 백]에서 그린 벤과 가족의 이야기는 평범한 가정에도 그 위험이 언제나 침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반부가 가족 드라마라면 후반부는 범죄 스릴러 같기도 한데, 분위기가 달라지는 부분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마약 중독에 대한 사실적 접근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다소 무겁고 예측 가능하기도 한 영화는 생명력을 얻는다. 줄리아 로버츠와 루카스 헷지스의 뛰어난 연기와 진짜 어머니와 아들 같은 케미는 영화의 이야기를 ‘신뢰하게’ 한다.

 

 

 

2. 걸캅스 – 유쾌하게 터지는 경찰 콤비의 B급 코미디 수사물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Amy: 전설의 형사와 꼴통 형사가 콤비를 이뤄 여성 타깃 범죄를 소탕하는 코미디 액션 영화.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터지는 웃음도, 꽉꽉 들어찬 묵직한 액션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로 현재 대두되고 있는 여성 타깃 범죄를 주제로 가볍지 않게 다뤄 한 번 더 생각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킨다. 주인공인 미영과 지혜가 처한 상황 속에서 보이는 장면들도 현실을 대변하고 있으며, 그 점을 비틀어 코미디로 승화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웃음을 선사한다. 라미란의 첫 주연, 첫 액션 연기라는 점에 놀랄 만큼 부딪히는 연기도 좋고, 이성경의 카체이싱 장면도 박진감이 넘치며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영화관에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오락영화다.

 

 

 

3. 에이프릴의 딸(April’s Daughter) – 엄마가 아닌 ‘여성’의 욕망에 대하여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에디터 띵양: 모성에 대한 편견을 시원하게 뒤엎었다. [에이프릴의 딸]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택한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에이프릴은 십 대인 둘째 딸 발레리아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두 딸이 지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모처럼 엄마 노릇을 한다. 그러나 이는 잠시일 뿐, 발레리아의 출산 이후 에이프릴은 내면에 감춰져 있던 욕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에이프릴의 행보를 지켜보면 막장이 따로 없다. 딸이 낳은 아이(본인에게는 손녀)를 훔친 것도 모자라, 발레리아의 남자친구 마테오의 마음까지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에이프릴의 행동을 결코 정당화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철저하게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영화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삼자 위치에 선 영화의 시선 덕에 ‘인간의 욕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은 듯한 기분이다.

 

 

 

4. 명탐정 피카츄(Pokemon Detective Pikachu) – 시리즈의 시작? 피카츄, 너로 정했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띵양: 영화 시작부터 들려오는 경쾌한 게임보이 소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명탐정 피카츄]는 어린 시절 [포켓몬스터]를 보면서 “나도 포켓몬스터가 있는 세계에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한 번쯤 상상해봤을 어른이들을 위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사망/실종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힘을 합친 주인공과 ‘말하는’ 피카츄의 여정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즐거운 경험이다. 게임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편이지만 ‘추리물’의 역할을 제법 충실하게 수행하고 웃음과 감동까지 있어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게임 원작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유머와 능청스러움이 지난 20년 동안 ‘귀여움’으로 승부했던 피카츄에 맞을까 싶었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하면서 영화 보는 재미를 더했다. [포켓몬스터]를 잘 몰라도 상관없다. 좌석에 앉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피카츄의 매력에 푹 빠질 테니 말이다.

 

 

 

5. 호텔 뭄바이(Hotel Mumbai) – 사실적으로 재현한 긴박한 테러 현장

이미지: (주)에스와이코마드

에디터 Jacinta: 시작부터 거침없다. 관객을 과감하게 아비규환의 테러 현장으로 데려와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에 빠뜨린다.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생생한 현장감은 실제 그곳에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생존 사투를 벌이는 호텔 직원과 투숙객들이 느끼는 절박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120여분을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무차별 테러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재현한 점은 분명 강렬한 인상을 남기나 한편으로는 영화가 전하려는 의도는 혼란스럽다. 무자비한 테러의 위험을 경고하며 비극을 체험하는 영화가 되길 바랬던 걸까. 생생한 현장감을 걷어내면, 전형적인 캐릭터와 진부한 서사만 남아 사실적인 재현 이상의 서사적 깊이와 통찰력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