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배심원들’ 보통 사람의 시선과 마음으로 법을 바라보다

날짜: 5월 15, 2019 에디터: 에그테일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로지(Rosie) – 가족의 사랑이 유일한 희망

이미지: (주)박수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Amy: 집을 잃은 로지의 가족이 겪는 일들을 그리는 현실적인 드라마. 로지의 가족이 오랫동안 살던 집에서 갑작스럽게 쫓겨나고, 안주할 곳을 찾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굵직한 사건들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대신 사건이 벌어진 후 며칠간의 이야기를 덤덤하고 메마른 톤으로 보여주는데, 아일랜드의 현실을 꼬집는 사실적인 장면들은 보는 이까지 답답하고 괴롭게 만든다.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한데도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어떻게든 가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로지의 모습은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로지를 통해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여도 아이를 대할 때 부모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2. 서스페리아(Suspiria) – 폭력적인 춤사위에 깃든 묵직한 메시지

이미지: ㈜더쿱, 씨나몬㈜홈초이스

에디터 띵양: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 1977]을 원작으로, 유명 무용 아카데미에 입단하기 위해 베를린을 찾은 수지가 겪는 비현실적인 경험을 그린다. 아쉽게도 원작을 볼 기회가 없었으나, 적어도 루카 구아다니노의 리메이크가 고어와 공포 속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1977년 독일이라는 배경이나 라디오와 TV에서 흘러나오는 적군파(RAF) 뉴스는 처음에는 의아할 수도 있다. 감독은 왜 이를 강조했는지 불친절한 방식으로 영화 내내 보여주고, 또 설명한다. 극중 하나의 ‘의식’으로 여겨지는 춤은 격정적이고 폭력적인 비주얼로 보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 특히 결말부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제정신으로 찍었는지 우려가 될 정도로 충격적이다. 순수하게 ‘공포’와 ‘고어’의 요소를 고려한다면, 공포 영화/원작 팬들에게는 아쉬운 작품으로 남을 수 있어도 장르 영화에 풍부한 스토리와 묵직한 메시지를 더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3. 배심원들 – 보통 사람의 시선과 마음으로 법을 바라보다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겨울달: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바탕으로 한 유쾌하고 따뜻한 법정 드라마. 어쩌다 재판에 참여한 평범한 사람들, ‘배심원들’을 중심으로 의욕 넘치는 일반인들이 법정에서 겪는 좌충우돌부터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느끼는 중압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상업영화 첫 주연인 박형식 등 배심원 8인과 판사, 검사, 변호사까지 모두 개성이 뚜렷하며, 특히 배심원을 맡은 배우들 간 호흡이 자연스럽다. 김준겸 판사를 맡은 문소리는 목소리, 표정, 의상까지 디테일을 살린 연기로 캐릭터에 감탄과 존경의 마음마저 들게 한다. 배심원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법정 영화에 나오던 사건의 자극적인 요소, 치열하고 극적인 법정 다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보통 사람의 시선과 마음으로 법과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캐릭터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며, 이들의 시각과 사법 엘리트의 관점이 부딪히는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4. 악인전 – 익숙함을 비틀어 쾌감으로 질주하다

이미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에디터 Jacinta: 조폭, 형사, 살인범. 한국 범죄영화의 단골손님이 한 작품에 모였다. 뻔하고 식상할 것 같은 우려는 세 관계를 비틀면서 참신한 의외성을 만들어낸다. 자존심이 상한 조폭과 사건을 놓칠 수 없는 형사, 극과 극 캐릭터가 인정사정없는 냉혹한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공조하면서 흥미로운 긴장 관계가 조성된다. 다만 과잉된 형사 캐릭터, 브로맨스,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묘사 등 익숙한 풍경이 삼각 구도의 균형을 흩트리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거칠고 투박할지언정 사족이 없는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극중 직업이 조폭인 마동석의 액션도 타격감이 충분하다. 청불 등급답게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만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범죄의 도구로 숱하게 이용됐던 여성 희생자가 없어 심적인 부담감도 덜하다.

 5. 논-픽션(Doubles vies) – 지적인 텐션이 넘치는 흥미로운 대화의 장

이미지: ㈜트리플픽쳐스

에디터 Jacinta: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 중 가장 쿨하고 유쾌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지적인 대화로 끌고 가며, 관객들도 열띤 토론의 장에 동참하고 싶게 한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가볍게 내뱉는 말에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현대인의 고민이 녹아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물들은 저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픽션과 논픽션,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은밀한 긴장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얽히고설킨 관계를 사유하는 대화를 통해 능청스럽게 풀어내는 연출력과 파리지엥의 일상을 보는듯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몰입감을 높인다. 이 흥미진진한 대화는 한 번만 보기에는 아쉽다.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지적인 대화가 그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