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지나치면 아쉬울지 모를 로맨스 영화

 

알라딘과 자스민은 지니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고 거침없이 날아오르고 있지만, 국내 극장가에서 로맨스는 어쩐지 푸대접을 받는 듯하다. 로맨스의 무게가 가볍든 진지하든 널리 널리 사랑받길 바라는 에디터의 입장에서 괜히 아쉬운 기분이 든다. 일단 로맨스는 두근거리는 설렘을 탑재하고 코미디를 더해 유쾌한 재미를 전하거나 혹은 현실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디테일한 설정으로 달콤 쌉싸름한 여운을 남기는데, 다른 장르 영화보다 세심하게 감정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영화 속 로맨스를 보면서 대리 만족하고 싶거나 혹은 격하게 공감하며 여운에 취하고 싶다면 지금 소개할 영화를 감상해보자. 깨알 같은 설정 혹은 독특한 매력으로 사로잡을, 올해 이미 개봉했거나 곧 개봉할 영화 7편이다.

 

 

 

우리 사이 어쩌면 –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이미지: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의 단골 화두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녀의 이야기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진부함을 피해 갈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 사이 어쩌면]은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 이어 아시아계 배우 랜들 박과 앨리 웡을 내세워 아시아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 사이 어쩌면]의 매력은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이 전부가 아니다. 15년 만에 재회한 마커스와 사샤의 훼방꾼으로 특급 게스트를 선보인 것인데, 예고편부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은 키아누 리브스의 강력한 존재감이 화제다. 키아누 리브스는 사샤의 새 남자친구인 본인 역할로 출연해 퇴장하는 순간까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압도한다. [우리 사이 어쩌면]은 우리에게 친숙한 아시아 문화와 예상치 못한 사랑의 훼방꾼을 등장시켜 소재의 뻔함을 기분 좋게 비껴간다.

 

 

 

파이브 피트 – No터치, No허그, No키스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같은 병을 가진 환자끼리는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안전거리 6피트를 유지해야 하는 낭포성 섬유증. 병원에서 만난 윌과 스텔라는 첫눈에 호감을 느끼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 가까이 다가설 수 없다. [파이브 피트]는 낭포성 섬유증의 특성을 이용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청춘남녀의 로맨스에 애틋함을 불어넣는다. 윌과 스텔라는 강렬한 끌림 속에 용기를 내어 서로의 안전거리를 5피트로 줄이지만, 그럼에도 보통 연인들에겐 당연한 손을 잡거나 포옹 등의 일상적인 스킨십을 할 수 없다. 콜 스프로즈와 헤일리 루 리차드슨, 두 젊은 배우는 싱그럽고 로맨틱한 매력으로 순수하고 애틋한 로맨스에 두근거리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후반 전개가 아쉽긴 하지만, 스킨십 없이도 섹시한 텐션을 만들어내는 수영장신은 [파이브 피트]만이 전하는 독특한 로맨스의 매력을 온전히 담아낸다.

 

 

 

아사코 – 첫사랑과 꼭 닮은 남자

이미지: (주)이수C&E

함께 있으면 모든 게 특별했던 첫사랑 바쿠가 사라진 몇 년 후, 평온을 찾은 아사코에게 그와 꼭 닮은 남자 료헤이가 나타난다. 동일본 대지진이 휩쓸고 간 날, 아사코는 밀어내려고 애를 쓰던 료헤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딘가 불안했던 바쿠와 달리 한없이 편한 료헤이와 함께 안정된 하루하루가 흘러가던 어느 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첫사랑 바쿠가 돌아온다. [아사코]는 외연상으로는 첫사랑과 현재의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얼핏 닳고 닳은 막장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아사코]의 강점은 많이 본듯한 삼각 로맨스를 섬세한 심리 드라마로 전개하며 불완전한 사랑의 속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과 편안한 현재에서 흔들리는 아사코의 마음이 이해되기에 변덕스럽게 갈팡질팡하며 상처를 주는 모습을 마냥 비난할 수 없다. 아사코의 선택을 이해하든 비난하든, 분명한 건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사코를 보면서 사랑이 갖는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리아 벨 – 오직 사랑만 할 수 없는 현실

이미지: 소니 픽쳐스

글로리아는 오래전 이혼하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간다. 장성한 두 자녀는 엄마의 품에서 벗어난지 오래지만, 글로리아는 언제까지나 엄마이면서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한다. 어느 날 글로리아는 종종 가는 댄스 클럽에서 자신처럼 이혼한 아놀드를 만나 데이트를 시작한다. 모처럼 들뜨고 설레는 감정에 휩싸이지만, 안타깝게도 아놀드와 만남은 쉬이 흘러가지 않는다. 이제껏 살아왔던 환경이 다른 탓일까. 두 사람의 관계는 자꾸만 어긋나고, 아놀드는 글로리아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긴다. 특히 전부인과 자녀들의 영향에서 1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찌질하고 못난 모습으로 질척거린다. [글로리아 벨]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일상을 따라가며, 오직 사랑만 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을 비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의 감각을 일깨우고,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글로리아에게 마음 깊이 공감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쩌다 로맨스 –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된다면?

이미지: 넷플릭스

동화 같은 결말로 이르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나도 ‘로코’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을까. 여기 [어쩌다 로맨스]의 주인공 내털리는 전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냉소적인 엄마 밑에서 로맨스를 부정하며 살아온 내털리는 현실은 로맨스 영화와 다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어느 날 사고를 당한 후 눈을 뜨니 그토록 부정하던 로맨스 세상의 주인공이 됐다. [어쩌다 로맨스]는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비틀고 변주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내털리의 성장을 담아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조 – 로봇과 인간의 사랑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테오도로에게 사만다가 있다면, 여기 영화 [조]의 주인공 콜에겐 자신이 창조한 로봇 조가 있다. [라이크 크레이지], [이퀄스], [뉴니스] 등 자신만의 독특한 로맨스 감성을 구축해온 드레이크 도리머스의 신작으로, 자신이 로봇인지 모르는 조가 인간 콜을 사랑하면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콜은 과거 이별을 겪은 아픔 때문에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연인을 알려주는 연구에 매진하며 로봇 조를 만들게 되는데, 스스로의 정체성을 모르는 조가 콜에게 사랑을 고백해온다. 인간과 로봇의 사랑은 가능할까.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빠졌듯이 콜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민하면서 점차 조의 매력에 빠져든다.

 

 

 

롱 샷 – 20년 만에 만난 첫사랑이 대선 후보라면?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실제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끌어오기 마련이다. 여기 [롱 샷]도 예외는 아니다. 전직 기자인 백수 프레드는 20년 전 자신의 베이비시터였던 첫사랑 샬롯과 재회하는데, 현실의 갭이 엄청나다. 샬롯은 미국 최연소 국무장관이자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히며, 현재는 대선 후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샬롯이 프레드를 선거 캠페인 연설문 작가로 고용한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선거 캠페인에 로맨스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여기서 더욱 비현실적인 것은 이 로맨스의 주인공이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인 샤를리즈 테론과 편안하고 친근한 외모로 코미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세스 로건이란 사실. 또한 [웜 바디스]에서 좀비 로맨스를 선보였던 조나단 레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 비현실적인 로맨스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