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다루다 진짜 재난이 된 영화

 

재난영화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갖가지 재난 상황을 압도적인 규모로 담아내 볼거리를 선사한다. 스펙터클한 쾌감은 재난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소재만 다를 뿐 익숙한 상황과 캐릭터를 반복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됐다. 최근 극장가에 ‘따따따’ 열풍을 불러온 [엑시트]는 기존 장르 영화의 관습을 영리하게 탈피해 초반의 낮은 기대치를 뒤엎는데 성공했다.

한때 대형 스크린 관람 욕구를 불러왔지만, 어느 순간 새로울 게 없는 장르로 굳어버린 재난영화. 박스오피스에서 고전 혹은 폭망 했던, 재난을 다루다 스스로 재난이 되어버린 영화를 모아봤다.

 

 

 

지오스톰(Geostorm)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비평가 15% / 관객 36%
제작비 $120 million
전 세계 성적 $221.6 million
국내 성적 1,028,384명

가까운 미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인간이 기후를 조작한다는 설정은 흥미로우나 예고편이 전부였던 영화. [지오스톰]은 단순 자연재해가 아닌 탐욕과 이기심에 눈먼 인간이 날씨를 조작하면서 벌어지는 전 세계적 대재앙을 다루지만, 흔히 기대하는 재난영화의 스펙터클한 쾌감은 실종된 채 뻔한 클리셰를 답습하면서 잔뜩 실망을 안겼다.

최근 내놓는 작품마다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을 맡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혹평을 받으며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다. 총 1억 2천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2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마케팅비를 포함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데 실패한 것.

[지오스톰]처럼 전 지구적 이상기후를 다룬 [투모로우]의 경우, 비슷한 제작비로 5억 4천만 달러 이상을 거두었으니 얼마나 씁쓸한 성적인지 알 수 있다.

 

 

포세이돈(Poseidon)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비평가 33% / 관객 43%
제작비 $160 million
전 세계 성적 $181.7 million
국내 성적 2,316,695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재난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에어 포스 원], [트로이]의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연출을 맡고, 커트 러셀, 에미 로섬 등 다채로운 배우진이 참여해 대형 파도에 휩쓸려 좌초된 초대형 유람선에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다.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초대형 유람선을 웅장하게 재현현 세트를 제작해 실제처럼 생생하게 재현하고자 했지만, 인간군상에 대한 묘사와 긴장감이 살아있는 원작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1억 6천만 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 세계적으로 1억 8천만 달러를 버는데 그쳤으니 쓰려도 보통 쓰린 성적이 아니다.

원작의 경우 47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9천3백만 달러를 들어들였고, 난파된 유람선을 다룬 또 다른 영화 [타이타닉]은 2억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21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다.

 

 

허리케인 하이스트(The Hurricane Heist)

이미지: (주)NEW

로튼토마토: 비평가 45% / 관객 23%
제작비 $35 million
전 세계 성적 $31 million
국내 성적 214,949명

[분노의 질주], [트리플 엑스]의 롭 코헨 감독이 재난과 범죄를 결합해 허리케인이 급습한 텅 빈 도시에서 미연방 재무부 금고를 둘러싼 재난 액션 영화를 탄생시켰다.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은 물론 금고를 지켜야 한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아쉽게도 이를 뒷받침하는 개연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 결과 박스오피스 성적은 민망할 정도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인 3500만 달러를 들이고도 망했기 때문이다. 북미 박스오피스 9위로 데뷔해 6백만 달러를 버는데 그치고, 전 세계 성적을 합해도 제작비를 회수하는데 실패했다.

비슷한 규모의 영화가 거둔 성적만 봐도 [허리케인 하이스트]의 참담한 성적이 와 닿는다. 슈퍼 토네이도가 불어닥친 재난을 그린 [인투 더 스톰]의 경우 5천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북미에서 흥행은 실패했으나 전 세계 누적 1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비평가 43% / 관객 53%
제작비 $100 million
전 세계 성적 $93.9 million
국내 성적 809,827명

[하트 오브 더 씨]는 19세기 최대의 해양참사로 알려진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에 영감을 받은 나다니엘 필브릭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선원들의 사투를 그린다.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의 베테랑 감독 론 하워드가 연출을 맡아 대자연의 위엄을 압도적인 스케일과 함께 자연 앞에 한없이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반응을 얻었으나 제작비가 너무 많이 투입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묵직한 주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1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된 대규모 영화였지만, 9천3백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해 제작비 회수에 실패했다.

[하트 오브 더 씨]처럼 조난당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다른 영화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둔 것과 비교된다. 등반 도중 조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에베레스트]는 5천5백만 달러의 예산으로 2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기록했고, 홀로 등반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청년의 실화를 옮긴 [127 시간]은 제작비 1천8백만 달러를 들여 북미에서만 순제작비를 회수, 전 세계 6천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했다.

 

 

폼페이: 최후의 날(Pompeii)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비평가 27% / 관객 34%
제작비 $100 million
전 세계 성적 $117.8 million
국내 성적 1,373,873명

[폼페이: 최후의 날]은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도시가 잿더미로 변한 폼페이를 소재로 한다. 2000년 만에 발견되어 화제가 된 인간 화석을 모티브로 재난과 액션, 로맨스를 적당히 버무렸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폴 앤더슨 감독, [왕좌의 게임] 키트 해링턴이 만나 전설적인 비극을 스크린에 재현했다.

하지만 진부하고 빈약한 스토리로 혹평받으며 박스오피스에서 참담하게 망했다. 1억 달러를 들여 압도적인 스케일을 뽐냈지만 서사가 뒷받침하지 않는 영화는 관객을 사로잡기 무리였다. 북미에서 2천3백만 달러의 초라한 성적을 올리며 전 세계 누적 1억 달러를 상회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정통적으로 화산을 소재로 한 영화의 성적이 아쉽다. 1997년 차례로 공개된 쌍둥이 영화 [단테스 피크]와 [볼케이노]는 각각 1억 1천6백만 달러와 9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예산을 집행하고도, 전 세계 누적 1억 7천8백만 달러, 1억 2천2백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했다.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이미지: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로튼토마토: 비평가 83% / 관객 82%
제작비 $110 million
전 세계 성적 $121.8 million
국내 성적 101,303명

[딥워터 호라이즌]은 2010년 멕시코만 일대에 최악의 피해를 끼친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 사건을 다룬다. [론 서바이버]의 피터 버그 감독과 마크 월버그가 의기투합해 명백히 인재로 발생했던 당시의 참혹한 현장과 처절한 사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사실적인 현장감, 배우들의 호연, 안정된 연출이 어우러져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았다.

다만 준수한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한 성적은 아쉽다. 1억 1천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고도 북미에서만 6천 1백만 달러를 기록하고, 전 세계 누적 1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재밌는 건 피터 버그와 마크 월버그의 협업이 흥행에 성공한 [론 서바이버] 이후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이비씰 대원들의 감동 실화를 다룬 [론 서바이버] 이후 연이어 실화에 기초한 [패트리어트 데이], [딥워터 호라이즌]를 내놓았지만 호평과 반대로 흥행은 부진했다. 실화에서 가상의 액션 스릴러로 방향을 선회해 [마일22]를 선보였으나 역시 흥행의 단맛을 보는데 실패했다. 현재 두 사람은 [원더랜드]라는 범죄 스릴러 신작을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