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에드 아스트라’, 저 먼 우주로, 나를 찾아 떠나다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에드 아스트라(Ad Astra) – 저 먼 우주로, 나를 찾아 떠나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에디터 혜란: ★★★☆ 브래드 피트가, 우주가 배경인, SF를 찍었다? [애드 아스트라]를 볼 이유는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하지만, 영화는 ‘우주 영화’에 품은 막연한 기대를 배반한다. 주인공 로이는 아버지를 찾고 진실을 알기 위해 해왕성으로 먼 여행을 떠나는데, 그 여정은 우주 탐사보단 내면을 파고드는 구도의 길에 가깝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로이의 자기 고백을 들으며, 지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드러나는 인간의 알량한 자존심을 목격하며 영화는 관객에게 삶의 본질을 고민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물론 우주 영화답지 않은 카체이스(?) 장면 등 고난도 액션 시퀀스는 있으나 스펙터클 대신 고요함, 화려한 비주얼 대신 브래드 피트의 눈빛이 더 중요한 작품이다. 한없이 조용하고 진지한 SF 영화를 기다린 분들께 추천한다.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 진정성 있는 연기로 완성된 고단한 여정

이미지: (주)이수C&E, ㈜더쿱

에디터 현정: ★★★ 약물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들과 그를 구하려는 아버지. 얼핏 설정만 보면 감정에 호소하며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 스토리로 안착할 것 같다. 하지만 [뷰티풀 보이]는 쉽게 예상되는 안전한 길로 가지 않는다. 대신 한 발짝 물러나 두 부자의 힘겨운 이야기를 담담히 지켜보고자 한다. 재발과 회복을 반복하는 아들과 헌신적인 노력과 애정에도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번갈아 비추며, 일상을 무너뜨리는 약물중독 문제를 담아낸다. 무엇보다 섣부른 희망으로 약물중독의 위험성에 벗어날 수 있음을 낙관하지 않으며, 왜 약물에 빠져들었는지 사연을 부여하지 않는다. 약물중독은 특정 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티모시 샬라메는 중독의 수렁에서 건져내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들을, 스티브 카렐은 계속되는 좌절에 힘겨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안정감 있는 연기로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애틋하고 짠하다.

예스터데이(Yesterday) – 클리셰를 비틀진 못했지만 ‘비틀즈’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미지: 유니버설 픽처스

에디터 영준: ★★★ ‘흔하면서도 새롭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 [예스터데이]의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과 무명 엔터테이너가 스타로 거듭나며 겪는 인생의 굴곡에 대한 이야기는 [스타 탄생]을 비롯한 음악 영화에서 이미 수도 없이 접한 것이다. 잭과 엘리의 사랑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비틀즈가 사라졌다’라는 설정과 비틀즈의 음악이 가진 힘은 기시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었고 새로웠으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비틀즈를 향한 존중과 사랑이 묻어나는 각종 레퍼런스, 리처드 커티스와 대니 보일 특유의 유머 감각도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비싼 저작권료 때문인지는 몰라도 몰입하려는 찰나에 음악이 끊기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미 친숙하거나 새로 알게 된 비틀즈의 명곡들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스터데이]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디스트로이어(Destroyer) – 스크린을 압도하는 니콜 키드먼의 연기 변신

이미지: (주)라이크 콘텐츠

에디터 원희: ★★★ 니콜 키드먼 단독 주연인 범죄 스릴러 영화. 경찰인 에린에게 보라색 잉크가 묻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배송되고, 그 돈과 얽힌 17년 전 과거 회상 장면이 이어진다. 한 범죄조직에서 잠입 수사하던 에린과 크리스는 애틋한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정체를 들킨 크리스는 결국 조직 보스 사일러스의 손에 죽고 만다. 에린은 홀로 크리스를 위한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데, 긴장감을 계속 붙들어두기엔 아쉬울 정도로 느릿하게 서사가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마치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을 연상시키는 니콜 키드먼의 연기 변신이다. 나이 들고 지쳐 있지만 노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현재의 모습과 17년 전 패기 넘치는 젊은 모습이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 니콜 키드먼의 놀라운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니콜 키드먼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비뚤어진 집(Crooked House) – 추리의 재미보단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혜란: ★★☆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영상화한 [비뚤어진 집]은 한 탐정이 부호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러 저택의 사람들을 조사하는, 후던잇(whodoneit)에 충실한 미스터리 드라마다. 치밀한 수사나 즐거운 수수께끼 풀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탐정 캐릭터나 수사 과정이 포와로나 미스 마플처럼 인상적이진 않아서다. 영화의 매력은 오히려 피해자 주변인들의 “비뚤어진” 면모에서 나온다. 레오니디스 가문의 사람들은 체면과 자존심을 위해 진심은 감추되 다른 가족에겐 공격성을 숨기지 않는다. 압권은 가족이 모두 모인 저녁 식사 장면으로, 연기파 배우들이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인다. 이들의 점잖은 물고 물어뜯기에 빠져드는 사이 영화가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이다.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탐정물이니, 플롯보단 캐릭터에 기대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즐길 만한 영화다.

언더 더 실버 레이크(Under the Silver Lake) – 이런 괴랄함 오랜만이야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현정: ★★★ 사라진 이웃집 여성 사라를 찾는 샘의 여정에 동참할지 여부는 철저히 관객의 몫이다. 139분의 긴 러닝타임은 구불구불 뒤엉킨 환각 속에 갇힌 듯 모호하게 흘러간다.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활용하고 할리우드를 풍자하는 서사 곳곳에는 떡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내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은 비호감 찌질 청년 샘이 기묘한 여정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히치콕, 브라이언 드 팔마,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면 고전 누아르 영화의 정취를 한껏 품고 할리우드 쇼 비즈니스의 비밀스러운 음모론에 다가서는 이야기는 매혹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미스터리를 회수하는 이야기를 선호한다면, 숨겨진 암호와 메시지를 찾기만 할 뿐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지 않는 영화는 당혹스러울지 모른다. 에디터는 솔직히 기이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히치콕풍의 스타일은 끌리지만, 이야기가 다다른 곳은 왠지 난감하고 샘에 비해 납작하게 눌린 여성 캐릭터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