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전설과 새로운 시대의 완벽한 콜라보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 전설과 새로운 시대의 완벽한 콜라보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원희: ★★★☆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오던 [터미네이터]가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실상 [터미네이터 2: 오리지널](심판의 날) 이후의 이야기를 다뤄 오리지널과 바로 이어지는 속편이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가 심판의 날에 미래를 바꿔놨지만, 새로운 미래는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류의 새로운 희망인 대니 라모스를 Rev-9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강화 인간 그레이스가 미래에서 나타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서사의 큰 틀은 그간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방식과 큰 차이가 없고, 무시무시한 새 터미네이터 역시 2편의 T-1000과 유사하다. 자칫 식상해질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대니의 서사와 그레이스와의 관계, 사라 코너와 T-800의 관계가 두드러지면서 그 빛을 발한다. 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액션 시퀀스는 훨씬 더 시원시원하게 터진다. 원작의 오마주도 곳곳에서 등장하니 원작 팬들도 새로운 관객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오락 영화다.

날씨의 아이(Weathering With You) – 역대급 스케일로 더욱 호소력 짙어진 ‘신카이 마코토’표 러브 스토리

이미지: ㈜미디어캐슬

에디터 홍선: ★★★★ [날씨의 아이]는 하늘을 맑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비한 소녀와 도쿄로 가출한 소년이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부터 기승전결이 확실한 스토리와 공감대 높은 캐릭터로 대성공을 거두더니 [날씨의 아이]에서는 이와 같은 장치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왔다.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급 스케일에 섬세한 배경 묘사가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10대 소년, 소녀의 설레는 만남이 극이 진행될수록 사랑과 희생이라는 숭고한 메시지 가득한 서사로 다가와 [너의 이름은.]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니나 내나(Family Affair)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습디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영준: ★★☆ 어느 날 삼 남매 앞으로 날아온 한 통의 편지. 편지의 주인공이 오래전 자신들을 떠난 어머니임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어머니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니나 내나]는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이 결국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어주는 모습은 익히 봐온 전개지만, ‘알면서도 당하는’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삼 남매 개개인의 사연과 속 사정에 집중한 점, 그리고 배우들의 생활밀착형 연기는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더라’라는 메시지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10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다루려는 이야기의 갈래가 많다 보니 이음새가 다소 엉성하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기 위해 굳이 이렇게 먼 길을 돌아야 하나 싶은 아쉬움도 든다.

텔 잇 투 더 비즈(Tell It to the Bees) – 강압적 시대, 아름다운 사랑

이미지: (주)라이크 콘텐츠

에디터 혜란: ★★☆ 1950년대 보수적인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에서 사랑을 찾은 두 여성의 이야기.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리디아는 아들과 함께 ‘더러운 동성애자’라는 소문의 주인공, 의사 진과 함께 살고, 진과 사랑에 빠지면서 안식을 찾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시대와 대비되어 더 특별해 보인다. 말, 행동, 생각 무엇도 자유로울 수 없는 동네에선 비밀을 지킬 수도, 소문을 막을 수도 없다. 그러니 물리적 폭력보다 더 숨 막히는 수군거림과 편견을 사랑으로 이겨내는 과정은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중심이 리디아의 아들 찰리, 리디아, 진으로 거듭 옮겨가며 가끔 중심을 잃고, 아직도 벌이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홀리데이 그레인저와 안나 파킨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영화의 약점을 상쇄할 만큼 파워풀하다.

오늘, 우리(Today, Together) – 오늘도 괜찮아 토닥토닥

이미지: 필름다빈

에디터 홍선: ★★★☆ [오늘 우리]는 [2박, 3일], [환불], [5월 14일], [대자보] 등 4개의 단편이 묶은 영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어렵고, 힘들고, 기가 막히고, 서글픈 하루를 담았다. 작게는 연애 문제, 크게는 법정 고소와 입사 취소 등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만난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공감가게 그렸다. [2박 3일]은 구성과 센스가 돋보이며, [환불]은 제목과 연결되는 마지막의 놀라움과 감동을 준다. 특히 [대자보]는 흑백 화면과 원 테이크로 영상을 담아 인위적인 모습 없이 날 것 그대로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보여줘 인상 깊다. 원래는 따로 만들었던 단편영화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짧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한데 뭉쳐, 주인공 모두에게 “오늘도 괜찮아”라고 토닥여주고 싶다.

하이 라이트(High Life) – 공허한 우주를 가로지르는 불온하고 대담한 상상력

이미지: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현정: ★★★☆ 형식도 내용도 SF 영화의 관습을 철저히 타파한다. 물리학에 크게 관심 없어 보이는 영화는 범죄자들을 태우고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두려움, 혼란이 뒤엉킨 이야기를 스산하면서도 모호한 화법으로 담아낸다. 갓난아이와 단둘이 망망대해의 우주를 떠도는 고독한 남자 몬테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줄거리로 삼아 파괴 본능이 앞서는 인류의 야만성을 그려낸다. 우주선은 버려진 식민지나 다름없고, 탈출구가 없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사람들은 뒤틀린 형태로 욕망 혹은 두려움을 발현한다. 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꽤나 파격적이다. 특히 욕구 해소 방에서 펼쳐지는 줄리엣 비노쉬의 오르가즘쇼는 이 영화가 가진 대담한 상상력을 반증한다. 결국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가장 먼 곳에서 인류와 나약한 본성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