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이 궁금한 올해의 여성 배우들

날짜: 11월 9, 2019 에디터: 현정

최근 개봉작 중 개봉 규모는 작지만 화제를 모으는 영화가 있다. 메릴 스트립, 나탈리 포트먼, 케이트 블란쳇, 리즈 위더스푼, 지나 데이비스, 산드라 오, 클레이 모레츠, 제시카 차스테인 등 쟁쟁한 배우들을 비롯한 여성 영화인이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에 만연한 기회 불균등과 성차별을 고백한 [우먼 인 할리우드]다.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할리우드 산업 내 불평등을 말하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여성 서사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한국 영화계도 기회 불균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여성 영화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해도 여전히 남성 감독, 남성 배우가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이 일상에 스며든 성차별과 불평등을 말하며 사회적 화두를 제기했듯이 영화는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깊은 인상을 남긴 여성 배우들의 이후 행보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 82년생 김지영 > 보건교사 안은영

개봉 3주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세대불문 뜨거운 공감을 얻으며 흥행 열풍을 이끄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화제의 중심에는 그 자체로 김지영이 되어 마치 내 주변 이야기를 보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사실적인 몰입을 끌어낸 정유미가 있다. 새로운 인생 캐릭터로 불려도 좋을 만큼 누군가의 딸이자 동료,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의 보편적인 일상을 과장 없이 덤덤하게 그려내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82년생 김지영]에서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로 공감을 자아냈다면, 차기작은 용감무쌍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이경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기이하고 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유미는 ‘퇴마’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 역을 맡아 힐러이자 한문 교사 홍인표 역에 캐스팅된 남주혁과 호흡을 맞춘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박소담: 기생충, 삼시세끼 산촌편 > 특송

[기생충]에서 기택네 가족의 막내 기정은 유달리 눈에 띈다. 긴장하거나 주눅 드는 법 없이 가족 중 가장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박사장네 집안에 녹아들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을 능력도 인정받는다. 기정이 과외 면접을 앞두고 ‘독도는 우리땅’ 멜로디에 맞춰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니 사촌~”을 막힘없이 술술 불렀던 것처럼 박소담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한 영화에서 자신의 몫을 야무지게 해낸다.

이후 [삼시세끼 산촌편]를 통해 예능 나들이를 했던 박소담은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한 [특송]으로 돌아온다.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배송하는 성공률 100%의 드라이버가 한 아이를 차에 태운 뒤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화끈한 운전 실력을 가진 주인공 은하 역을 맡아 격렬한 카체이싱 등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지: (주)쇼박스

염정아: 미성년, 뺑반, 삼시세끼 산촌편 > 인생은 아름다워

2018년 하반기 영화 [완벽한 타인]과 드라마 [SKY 캐슬] 대성공 이후 쉴 틈 없이 열일하는 배우 염정아. 올초 개봉한 [뺑반]에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시연의 내사과 사수 윤과장 역을 맡아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더니, 동료 배우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 [미성년]에서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영주로 분해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최근 종영한 [삼시세끼 산촌편]까지 동분서주 바빴던 염정아의 신작은 놀랍게도 뮤지컬 영화다. [국가부도의 날]로 호평받은 최국희 감독의 신작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류승룡과 부부로 호흡을 맞춰 뮤지컬 연기에 도전한다. 학창 시절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생일 선물을 요구한 아내와 어쩔 수 없이 함께 길을 떠나는 남편의 이야기에, 누구나 알고 있는 명곡 레퍼토리가 녹아들 거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가득이다. 참고로 [삼시세끼 삼촌편]에서 흥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는데, 2005년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춤과 노래 솜씨를 아낌없이 보여준 적 있다.

이미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하늬: 극한직업, 열혈사제, 블랙머니 > 클라우스 47

이하늬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2019년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드라마 [열혈사제], 개봉을 앞둔 [블랙머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도회적인 이미지와 사생활에 가려졌던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선보인 두 작품이 코미디에 기반한 개성 강한 캐릭터였다면, [블랙머니]의 김나리는 냉철한 이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엘리트 변호사다. 극과 극의 인물이지만, 온도차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제 이하늬는 더욱 보폭을 넓혀 한국, 프랑스 합작 드라마에 도전한다.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알려진 [클라우스 47]으로 프랑스 정계를 뒤흔든 대만 무기 로비스트의 실화에 바탕한 작품이다. 극중에서 로비스트 역을 맡는다고 하니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이하늬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이미지: (주)NEW

전도연: 생일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먼저 떠나간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순남은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속으로 삭이는 인물이다. 그 절절한 아픔이 진심이 담긴 연기를 만나 뜨거운 감정으로 체화된다. [남과 여] 이후 3년 만의 복귀작 [생일]은 국민적인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택해 우리가 미처 보듬지 못했던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전도연은 최근 출연한 [방구석 1열]에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들어오는) 작품 수가 줄었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만날 작품은 2018년 연말 촬영을 마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절박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욕망에 휩싸이는 인간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동갑내기 배우 정우성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춰 강렬한 이미지의 인물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했을 당시 코미디 영화에 대한 열망을 보인 만큼 이후의 차기작이 코미디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라미란: 내안의 그놈, 걸캅스 > 정직한 후보, 블랙독

고등학생 동현과 몸이 바뀐 첫사랑 판수의 열렬한 구애를 받느라 웃픈 상황에 처하는 미선, 앙숙 관계 시누이 지혜와 함께 본능적인 감각으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현실은 민원실 주무관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 라미란은 특유의 친근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미선과 미영에게 유쾌한 매력을 입힌다. 특히 처음으로 주연에 나선 영화 [걸캅스]는 영화 외적인 논란에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라미란표 코미디는 계속될 예정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그린 [정직한 후보]다.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라미란 외에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조한철, 윤세아 등이 출연하고, [김종욱 찾기]와 [부라더]의 장유정 감독이 연출한다. 코미디가 아닌 정극 연기를 보고 싶다면 오는 12월 16일 첫 방영을 앞둔 드라마 [블랙독]이 있다. 기간제 교사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로, 라미란은 주인공 고하늘(서현진)의 멘토이자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열혈 선생님 박성순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이정현: 온라인 탑골공원, 두번할까요 > 반도,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탑골 가가 혹은 조선의 레이디 가가.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에서 스트리밍 하기 시작한 과거 [인기가요] 방송 영상이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자 이정현에게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지금 봐도 파격적인 테크노 여전사 컨셉의 무대에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진 것. 그리고 2017년 [군함도] 이후 잠시 뜸했던 작품 활동도 데뷔 23년 만에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두번할까요]를 선보이며 재개했다.

다시 가수 활동을 하는 모습도 보고 싶은 이정현은 내년에 재난 블록버스터와 SF 코믹 스릴러로 찾아온다. 첫 번째 작품은 [부산행] 4년 이후 이야기를 그린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다. 강동원, 권해효, 구교환 등이 출연한 작품에서 이정현은 좀비에 맞서 살아남은 생존자 민정 역을 맡아 사람들을 이끄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두 번째 작품은 독창적인 코믹 호러에 능한 신정원 감독의 신작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다. 완벽한 남편이 죽지 않는 인간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위기에 처한 부인이 친구들과 합심해 남편을 죽이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