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결혼 이야기’ 이혼 과정으로 결혼의 풍경을 포착하는 드라마

날짜: 11월 27, 2019 에디터: 에그테일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 – 이영애의 명연기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제목의 의미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홍선: ★★★☆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한 엄마의 절박한 사투를 그린 영화. 절제와 분노의 감정을 넘나들며 ‘정연’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한 이영애의 연기가 눈부시다.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것을 넘어 아동 학대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미아 찾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영화의 진심이 전달될 정도다. 다만 캐릭터에 대한 세심한 연출이 돋보였던 전반에 비해, 전개는 늘어지고 전체적인 영화 톤과 맞지 않는 몇몇 에피소드는 아쉽다. 몇 년 전 개봉한 데이빗 핀처의 영화 제목과 같아 작명에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보다 더 절박하고 주제를 잘 담은 제목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허슬러(Hustlers) – 어두운 곳일지라도 우정은 피어난다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디터 원희: ★★★ 콘스탄스 우,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을 맡은 실화 바탕의 범죄 드라마. 뉴욕의 스트립 클럽에 신입으로 들어와 적응하지 못하던 데스티니는 라모나의 파워풀한 폴댄스 무대를 보고, 그의 도움을 받아 스킬을 배우며 우정을 키워나간다. 이후 경기 불황을 맞이하고 라모나와 데스티니는 메르세데스, 애나벨과 팀을 꾸려 증권가 남자들의 지갑을 터는 범죄를 시작한다. 여성들이 뭉친 케이퍼 무비이지만 [오션스 8] 같은 범죄 오락 영화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스펙타클한 범죄 장면이 주는 통쾌함보다는 데스티니의 시선을 통해 그와 라모나의 관계에 집중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를 보듬는 여성의 연대와 우정을 그린다. 복잡하게 얽힌 데스티니와 라모나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콘스탄스 우와 제니퍼 로페즈의 연기가 돋보인다. 제니퍼 로페즈의 폴댄스 장면도 놀라울 정도로 전문적이다. 소재가 주는 거부감이 있을지언정 이런 영화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 이혼으로 보는 결혼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제목과 달리 배우 아내, 연극 연출가 남편의 이혼 과정으로 결혼의 풍경을 포착하는 드라마. 아이 양육 문제, 위자료와 재산 분할, 거주지 문제 등 이혼할 때 합의할 것들로 부부가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린다. 가족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와 자아 모두가 스러져갈 때 느끼는 좌절, 양측 이혼 변호사들의 설전에서 삶이 속속 까발려질 때 느낀 수치심, 완벽한 부모처럼 보이길 바라며 동동거릴 때 느낀 절망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미세한 얼굴의 떨림부터 폭발적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장면까지 모두 보여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부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죽을 것 같이 싸우다가도 아이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는 둘의 모습은 유달리 짠하고 씁쓸하다. 각본도 연출도 정말 훌륭하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와 배우가 완성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연극 같은 롱테이크 신을 환상적으로 소화한 스칼렛 요한슨,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노래까지 다 잘한 아담 드라이버. 두 사람의 연기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넷플릭스 영화이지만 넷플릭스로만 보기엔 너무 아깝다. [아이리시맨]과 다른 결로 돋보이는 수작이다.

카센타(NAILED) – 타이어 펑크가 양심의 펑크로 이어질 때

이미지: ㈜트리플픽쳐스

에디터 영준: ★★★☆ 파리만 날리던 재구와 순영의 카센터에 어느 날부터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인근 공사장을 오가는 트럭들이 떨어뜨린 쇳조각에 타이어 펑크가 났다는 것을 알아낸 재구는 도로에 못을 박아 큰 돈을 만지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카센타]는 살면서 한 번쯤 마주칠 법하지만 선뜻 말하기엔 어려운 상황들을 통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욕망과 양심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공감하고 웃기에는 어딘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그리고 선을 넘자 자책하던 재구와 달리,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자제력을 상실하는 순영의 모습에서 얼핏 [브레이킹 배드]의 제시와 월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박용우와 조은지 배우의 연기, 그리고 하윤재 감독의 연출과 각본이 잘 어우러져 인상적인 블랙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러브 앳(Love at Second Sight) – 사랑에 소홀했던 남자의 반성문

이미지: (주)크리픽쳐스

에디터 현정: ★★★ 너무 가깝고 편해서 소중한 대상을 몰라볼 때가 있다. 프랑스에서 온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앳]은 사랑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편해서 소중한 사람에게 홀대했던 남자의 뒤늦은 후회와 성찰을 그린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으려는 이야기는 여타 로맨스에서 흔한 설정이지만, 다른 세상에서 깨어난다는 평행 세계관에 액자식 구성을 더해 [러브 앳]만의 신선한 재미를 꾀한다. 소재에 차별화를 둔 [러브 앳]의 강점은 정공법을 충실히 따르며 달콤하게 설레면서 유쾌하기도 한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코미디는 적재적소에서 빵 터지고,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며,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서로 간의 호흡도 좋다. 예측 가능한 결말로 안착하는 순간도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 공감할 수 있도록 끌어낸다. 가볍고 훈훈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러브 앳]을 권한다.

크롤(Crawl) –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영화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현정: ★★★ [크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굳이) 가서 위험을 맞닥뜨리고 생존 사투를 벌이는 재난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다. 아버지를 찾으러 초대형 허리케인이 불어오는 집으로 갔다가 식인 악어떼의 공격을 받는다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실제 사건에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니 놀랍다. 하지만 [크롤]의 매력은 실화가 아니다. 지하실에 갇힌 부녀의 극한의 생존기라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밀어붙이며 매서운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사납고 포악한 악어의 존재감은 묵직하고 곳곳에서 선혈 낭자한 고어 파티가 벌어진다. 한마디로 한동안 맥이 끊인 악어 스릴러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어 진부한 설정도 눈감게 된다. 마지막까지 강인한 생존 의지를 보여주는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단단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집 이야기(I Am Home) – 내 삶이 쌓이고 추억을 보듬은 공간의 이야기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혜란: ★★★ 서울에서 혼자 살던 주인공 ‘은서’가 추억이 깃든 아버지의 집에 머물며 벌어지는 가족 이야기. 열쇠가게와 붙어 있는 파란 대문 집에서 아버지와 딸의 현실감 가득한 관계가 그려진다. 집, 창문, 열쇠처럼 집과 관련한 일상의 물건이 인물의 마음과 관계의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유영, 강신일 등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주인공 가족의 삶에 더 공감했고,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나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답답하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가 더 깊은 이야길 나눌 수 있을 순간에 상징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사물의 의미에 집중하는 대신 인물들이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드러냈다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해야 할 때 입을 다문다는 건 안다. 그래서 영화마저 그러지는 않았으면, 욕심인 걸 알면서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위!(We) – 10대 범죄영화의 강렬한 느낌표와 물음표

이미지: (주)미로스페이스

에디터 홍선: ★★★ 조용한 국경 마을에서 벌어진 10대들의 범죄 사건을 담은 작품.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구조가 독특하다. 함께 어울리던 친구의 죽음에 관한 비밀이 중요한 미스터리인데,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마지막까지 사건의 발단과 결말이 감춰져 있어 흥미롭다. 올해 극장에 개봉한 어떤 영화보다 수위 높은 노출과 범죄 자체를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혼란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평화로운 여름방학 같은 풍경과 분위기 있는 음악들로 이질감은 더욱 커져간다. 모든 사단이 10대의 호기심과 욕망이라고만 하기에는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와 불쾌감에 호불호가 많이 나눠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