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하게 즐겁거나 감동적인 ‘전체관람가’ 영화

요즘 영화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는 ‘무해함’이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피로도를 느끼는 관객은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표현 방식이 어떤지 살펴볼 때가 많다. 좋은 이야기라도 전개 과정에서 표출하는 방법에 따라 거부감을 주거나 의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대별로 구분한 관람 등급은 가장 편리하게 영화의 표현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관람 등급이 낮을수록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일 때가 많은데, 가족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전체관람가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실사 영화도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고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곤 한다. 온 가족이 봐도 좋지만 혼자 봐도 좋은 (애니메이션 제외) 전체관람가 영화를 소개한다.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 동화 같은 시선으로 그린 비극적인 역사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SAG)에서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수상한 [기생충] 이전 후보에 올랐던 작품은 지금도 걸작으로 회자되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긴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말에 모티브를 얻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수용소의 비참한 현실을 그와 대비되는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그려내 전쟁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1998), 아카데미 남우주연상(1999) 등을 수상하며 찬사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2016년 재개봉을 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알라딘(Aladdin) – 남녀노소 누구나 흥겹고 즐겁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니의 마법이 통했다. 좀도둑 알라딘이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나 환상적인 모험에 나서는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요즘의 정서에 맞게 실사화해, 2017년 [미녀와 야수] 이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던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에 모처럼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개봉 전 우려를 불식하는 윌 스미스의 활약과, 신예 미나 마수드와 나오미 스콧의 신선한 매력이 어우러져 점차 입소문을 얻으며 역주행의 기적을 일궈냈다. 귀에 착착 감기는 익숙한 음악과 극의 분위기에 부합하는 4DX 상영도 인기를 끈 요인으로 꼽힌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Mary Poppins Returns) – 귀호강! 눈호강!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줄리 앤드류스 주연의 [메리 포핀스]가 원작에 대한 존경 어린 마음을 담은 속편 [메리 포핀스 리턴즈]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에밀리 블런트가 성인이 된 뱅크스 아이들에게 찾아온 보모 메리 포핀스 역을 맡아 연기는 물론 노래와 춤을 소화하며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내고, 뮤지컬 배우이자 작곡가, 작사가인 린-마누엘 미란다를 비롯해 콜린 퍼스, 메릴 스트립, 벤 위쇼 등 쟁쟁한 출연진이 가세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원작이 지닌 클래식한 매력을 유지하며, 현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가미해 눈과 귀가 즐겁다.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 황홀하고 감동적인 3D 모험극
이미지: ㈜해리슨앤컴퍼니

알라딘이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와 모험에 나섰다면, 인도 소년 파이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믿기 힘든 여정을 함께한다.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각색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동물을 싣고 이민을 떠나는 도중 거센 폭우를 만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년 파이의 신비로운 모험을 그린다. 소설이 가진 상상력을 환상적으로 구현한 3D 시각효과 덕분에 더욱 이야기에 몰입되는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 김태리의 삼시세끼
이미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 포레스트]는 취업, 연애 뭐하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혜원이 어머니와 추억이 서린 옛 고향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사계절로 담아낸 혜원의 일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별다른 갈등 구조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자연을 벗 삼고 고향 친구들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도시에서 쉽게 꿈꾸기 힘든 여유가 가득하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나를 위한 소중한 한 끼’는 무심한 듯 위로를 건네며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것 같다.

우리들(The World of Us) – 그럼 언제 놀아?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쉬이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들]은 외로운 아이 선과 지아가 여름 내내 가깝게 지냈다가 멀어지며 갈등하는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심스럽게 담아낸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는 말을 하기에 선과 지아가 겪는 상처는 또래의 갈등에 그치지 않고, 이미 그 시절을 훌쩍 지난 어른들도 아프게 찌른다. 관계 맺기의 좌절과 당혹감을 세심하게 포착한 윤가은 감독의 관찰력과 아역 배우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연기도 [우리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원더(Wonder) – 세상을 바꾸는 작은 기적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원더]는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가족이 전부였던 소년 어기가 학교에 진학하고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부딪히며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린 나이에도 [룸]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 역을 맡아 호기심 많고 순수한 소년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편견의 벽을 허무는 어기는 쉽게 혐오하고 차별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 같아 보인다.

해리 포터 시리즈 – 아이도 어른도 홀리는 마법학교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J. K. 롤링의 소설을 옮긴 [해리 포터] 시리즈는 현재도 스핀오프 영화(신비한 동물 사전)가 나올 만큼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2001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11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까지, 총 8편의 영화를 선보였으며, 지금도 팬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관객들과 함께 성장한 배우들은 현재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도 시리즈 연출(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을 맡기도 했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2005년 개봉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만 12세 관람 등급을 받았다.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 – 원조 ‘슈가맨’
이미지: 판씨네마㈜

[서칭 포 슈가맨]은 요즘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양준일을 찾아낸 [슈가맨]의 모티브가 된 영화다. 픽션보다 더 놀라운 실화로, 미국에서는 참담하게 망한 앨범이 남아공에서 본인도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인기를 끈 가수 슈가맨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존 음악 다큐멘터리와 달리 미스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며,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 인물의 삶은 깊은 여운을 전한다. 특히 수십 년간 그의 음악을 사랑해준 팬들 앞에서 펼치는 공연은 왜 [서칭 포 슈가맨]이 만들어져야 했는지 알게 해준다.

베일리 어게인(A Dog’s Purpose) – 댕댕이 전지적 시점
이미지: 씨나몬㈜홈초이스

일견단심 4회 차 견생 베일리가 첫 주인 이든을 만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되는 귀여운 댕댕이들을 실컷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영화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성공적인 반응에 힘입어 속편 [안녕 베일리]가 제작됐고, 넷플릭스에는 이와 비슷한 댕댕이의 여정을 그린 [더 웨이 홈]을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