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탐정들이 활약하는 범죄 미스터리 한국 영화

형사나 경찰은 아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실력으로 각종 사건사고의 배후를 파고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탐정. 수사관과 달리 활동 제약이 많음에도 뛰어난 수사력과 기지를 발휘해 사건 뒤에 얽힌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며 짜릿한 쾌감을 전한다. 아직 한국영화 속 미스터리는 주로 형사들이 도맡고 있지만, 때때로 탐정 혹은 아마추어들이 각종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추리 본능을 자극한다.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사바하(2019)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사바하]는 오컬트와 미스터리가 만난 영화다.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자신만의 장기를 발휘해 신흥 종교 비리를 추적하는 박목사가 사슴동산이라는 수상한 종교 단체를 조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관객을 사건으로 끌어들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목사는 기존 종교인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능글맞은 사기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해안스님의 표현에 빗대자면 소위 ‘장사 냄새가 나는’ 인물이다. 종교적 신념보다는 돈을 따르며, 각종 종교 단체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던 박목사는 사슴동산을 조사하면서 이제껏 본 적 없는 난관에 부딪히고 혼란에 빠진다.

그림자 살인(2009)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그림자 살인]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추리 오락 영화의 즐거움에 중점을 둔 영화다. 주로 배우자의 외도를 뒷조사하던 사설탐정 홍진호가 살인 누명을 쓸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의학도 광수의 의뢰를 받고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정민과 류덕환이 ‘셜록 홈즈’의 셜록과 왓슨을 떠올리는 탐정과 의학도로 분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 속에 숨겨진 비밀과 의미를 풀어가며 한국형 탐정추리극의 묘미를 전한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에 엄지원이 사대부가의 며느리라는 신분을 감춘 채 발명가로 활동하는 여성 캐릭터로 가세해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만시경, 은청기 등 당시 시대 분위기를 살린 수사 장비와 갖가지 신기한 실험 도구와 발명품이 빼곡한 작업실 등도 볼거리.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5)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고전소설 속 ‘홍길동’을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에서 새롭게 변주해 탄생시킨 영화다. 재력가 황회장이 설립한 탐정 조직 활빈단의 수장 홍길동이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섰다가 검은 조직 광은회의 음모와 마주하는 이야기다. 고전과 달리, 영화에서 홍길동은 어리 시절의 사고 후유증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돼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있다. 다정하지 않고 신념도 정의도 없는 탈이념적인 인물이나 명석한 두뇌로 실마리를 추적하며 나쁜 놈들을 처단한다. 시대 구분이 모호하고, 하드보일드 누아르를 보는 듯한 스타일리시한 분위기가 매혹적이다.

임금님의 사건수첩(2016)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허윤미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유쾌한 모험극 같은 조선시대 과학수사극을 선보인다. 궁궐보다 사건 현장이 체질인 호기심 많은 임금 예종과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신입사관 이서가 한양에 도는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수사에 나서는 이야기다. 주로 근엄한 카리스마가 넘쳤던 기존 사극의 왕과 달리, 인간적이고 추리 본능이 앞서는 예종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단서를 조합해가고, 어리바리하면서도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이서와는 유쾌한 군신 케미를 선보인다. 추리의 쾌감은 아쉽지만, 상반된 캐릭터가 빚어내는 잔재미는 쏠쏠하다. 특히 안재홍의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

범죄의 여왕(2016)

이미지: ㈜콘텐츠판다

[범죄의 여왕]은 생활밀착형 탐정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평범하디 평범한 아줌마 양미경. 오지랖 넓고 넉살 좋은 성격으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가 ‘촉’을 세우게 된 계기는 어마어마한 수도요금 때문이다.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이 무려 120만 원이나 나온 것. 영화는 수도요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로 상경한 양미경이 사법고시를 앞두고 긴장이 곤두선 고시원에서 수상한 흐름을 감지하고 배후를 파헤치는 고군분투를 담아낸다.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한 박지영이 촉 좋은 아줌마로 분해 살가운 친화력을 이용해 사건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남성 중심의 수사물에 질린다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탐정: 더 비기닝(2015)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아마추어 탐정과 베테랑 형사가 만났다. [탐정: 더 비기닝]은 추리력을 뽐낼 기회를 찾아 경찰서를 기웃거리던 만화방 주인 강대만이 소꿉친구가 누명을 쓰자 평소 앙숙관계였던 광역수사대 형사 노태수와 협력해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킬링 포인트는 대만과 태수의 브로맨스. 서로를 수사의 방해물로 보고 으르렁거리며 사사건건 부딪혔던 두 남자가 남편과 아빠로서 겪는 애환을 나누는 모습을 짠 내 나는 코미디로 담아내 잔혹범죄를 쫓는 추리수사물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흥행에 힘입어 2018년 여름에 속편 [탐정: 리턴즈]가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