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데드풀 2’ vs ‘버닝’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CGV아트하우스

 

종잡을 수 없던 이번 주 날씨 이야기만큼이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던 [데드풀 2]와 [버닝]이 주중 개봉했다.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데드풀 2]는 새로 합류한 조쉬 브롤린, 재지 비츠와 함께 전작의 ‘병맛’ 매력에 가족애를 더하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반면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들고 온 신작 [버닝]은 올해 칸 영화제 경쟁작 출품 이후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면서 황금종려상 수상을 노리고 있는 작품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기세가 한 풀 꺾인 가운데, 두 영화 중 어느 영화가 주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진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에그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에디터 겨울달: 1편에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상상 이상의 19금 입담을 목격했다면, 2편은 19금 입담을 기대하고 갔다가 감동을 경험한다. 본 에디터가 데드풀에서 좋아하는 건 눈치 보지 않고 전방위 모두 까기를 시전하는 대담함이다. 2편에서도 데드풀은 2시간 내내 본사에 자매사에 경쟁사까지 신나게 까고 영화 클리셰도 한없이 비웃다가 본체(=배우)의 과거까지 대차게 털어버린다. 가족영화의 뻔한 공식을 농담거리로 삼으면서 가족영화의 훈훈함을 만드는 지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다만 전작보다 똘끼넘치는 순간은 줄어들고, 멋있어서 입 벌리고 보다가 잔인함에 ‘윽’ 소리가 나올 액션은 많아졌다. 가장 놀라운 순간은 카메오의 등장인데, 반가운 얼굴도 있지만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고 할 만한 인물이 1초 만에 지나가니 눈 크게 뜨고 보시길 추천한다. 그리고 쿠키 영상은 꼭 챙겨보자. 이 영상 때문에 영화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가장 중요한 내용을 품고 있다.

 

에디터 띵양: [데드풀 2]는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영화다. 전작의 파격에 ‘가족 코드’를 더해 감동을 선사했고, 전작보다 떨어진 웃음의 신선함은 양과 질로 승부를 봤다. 거기에 [존 윅], [아토믹 블론드]를 연출한 데이빗 레이치에게 메가폰을 쥐어주면서 한층 화려해지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 자신의 강점을 더욱 견고히 다져서 아이덴티티 확립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개그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반절쯤 될까말까했다는 사실이다. 워낙에 데드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말이 빠를 뿐더러 유머의 범위가 단순히 야한 농담이나 비아냥거림에서 국적, 서브컬처까지 확대되면서 전부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그래서 또 한번 볼 예정이다. 잠깐 등장할뿐인 카메오와 쿠키 영상이 영화의 목적이라 해도 될 만큼 재미있으니 유심히 보길 바란다.

 

에디터 H: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가족영화(발음 조심!).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을 연기하는지, 데드풀이 라이언 레이놀즈인 척하고 데드풀을 연기하는지 이젠 경계선이 모호할 지경이다. 웨이드 윌슨의 거침없는 입담에 쉬는 시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평소에 다양한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옆 사람이 왜 계속 웃는지 어리둥절할 만하다. 같은 회사인 엑스맨 시리즈뿐만 아니라 MCU, DC,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을 끊임없이 인용하고 있어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아토믹 블론드]의 감독답게 액션 시퀀스가 화려하고 묵직하면서도 합이 좋았으며, 그에 곁들여지는 사운드트랙에 쾌감마저 느껴진다. 다만 전편보다 더 피 튀기고 잔인해서 주의해야 할 듯. 이 영화는 쿠키 영상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쿠키 영상은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Jacinta: 초반 느슨한 전개는 아쉽지만, 분노가 폭발하기까지 차분하게 쌓여가는 미스터리는 거장이라 칭호 받는 감독의 명성을 재차 확인시킨다. 모그의 음악은 딱 필요한 때에 긴장과 혼란을 끄집어내고, 집요함이 전해지는 유려한 영상은 숨은 메시지를 함축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이상의 예술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첫 번째는 ‘종수’라는 캐릭터를 직선적으로 표출한 유아인의 연기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캐릭터 해석은 이 시대 불안한 청춘을 대변하기에 공감의 여지도 부족하고 거슬리기만 한다. 어쩌면 굳은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인물 설정 때문일지 모른다. 이제는 다소 식상한 설정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종수’는 물론, 그의 내재된 분노를 촉발하는 ‘해미’ 역시 문학사에 등장한 관습적인 인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쉬움으로 내달릴 뻔 한 영화에 흥미를 부여하는 것은 스티븐 연이 연기한 모호한 인물 ‘벤’이다. 영화 외적 논란과 상관없이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내며 예상 가능했던 결말에 그나마의 타당성을 부여한다. 결국 8년 만의 컴백은 반갑지만, 영화 전반 강하게 서린 과거의 색채와 관습은 [버닝]을 아쉬운 영화로 남게 한다.

 

에디터 겨울달: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기 전부터 이 영화가 그리는 불안한 청춘에 마음이 불편했다. 미려한 화면과 감정을 증폭하는 음악은 20대 청년 종수의 열등감과 분노를 생생하게 전하며 감정을 끌어올렸고, 나는 편치 않은 마음 때문에 의자를 여러 번 고쳐 앉으며 봤다. 복잡하고 상징이 가득한 영화를 과도하게 단순화하자면, [버닝]은 결국 종수와 벤의 이야기다. 종수는 벤에게 집착하고, 벤이 가진 모든 것을 열등감 가득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쏟아낸다.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해미에 대한 사랑은 핑계일 뿐, 모든 걸 가지고도 삶이 지루하다는 사람들에게 미움과 증오를 쏟아낸다. 사회에서 소외되어 무력하고, 강인하게 일어설 자신이 없는 청년의 분노가 푸른 화면에 넘실대면, 그의 감정과 선택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 전부터 압도된다. 이것이 영화가 의도한 경험이라면, 내게는 먹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에디터 띵양: [버닝]은 에디터에게 너무 어려운 영화였다. 뚜렷한 특징이 보이는 영화는 그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할 수 있지만, [버닝]은 영화에 내재된 수많은 메타포만큼의 무언가가 혼재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 혼재됨을 지켜본 기분은 “좋지만 불편하고 난해하다”였다. 영화는 ‘실체도 없고 이유도 알 수 없는 분노와 좌절감’을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 담아낸다. 모호함과 미스터리함이 뒤섞이면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불편함 혹은 새로움을 안겨주기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것이다. 에디터와 함께 영화를 본 관객들 중 몇몇은 도중에 나가기도 했고 영화가 끝나고 화를 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천천히 되새김질한다면 좋은 작품임이 분명할 테지만, 이 영화가 나에게 안겨준 불친절한 난해함을 생각한다면 그 곱씹음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