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유전’ vs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UPI 코리아

 

6월의 두 번째 주말을 앞두고 한동안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독전]에 도전할 두 편의 외화가 개봉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무너지는 한 가정의 모습을 담은 [유전]과 전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프랜차이즈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최신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연출 데뷔작 [유전]은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북미에서 극찬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공포 영화다. 이에 국내 번역을 맡은 번역가까지도 “너무 무섭다”라고 평가해 국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개봉과 동시에 118만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감동한 바요나 감독이 급하게 한국을 찾아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에그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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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acinta: [유전]은 ‘불길한’ 분위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다. 극적인 전개와 깜짝 공포를 기대한다면, 영화가 추구하는 공포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유전]은 비극이 반복되는 한 가족의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그린다. 가족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섬뜩한 비극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찾아와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의 세계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가족의 일상이 점차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 초반부터 기분 나쁘게 스멀거렸던 공포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후반 20-30분에 이르면,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이 폭발하면서 넋을 빼놓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또한 기괴하고 잔혹한 이미지와 툭툭 튀어나오는 음산한 사운드, 몸을 내던진 배우들의 연기는 더욱 기분 나쁜 잔상을 남기게 한다. 단, 정서가 다른 공포이기에 무서움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에디터 띵양: “욕 나오게 무섭다”라는 문구를 보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공포 영화를 기대했다면, 아쉽게도 [유전]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면서 속으로 욕을 수십 번, 수백 번 되뇌면서 보는 공포 영화다. [유전]이 추구하는 공포는 근래 개봉한 공포 영화들이 표방한 공포와는 전혀 다르다. 관객들을 한순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에 집중한 최근 영화들과는 달리, [유전]은 영화 초반부에 보여준 인물들의 삐걱거림이 점점 공포와 불안, 불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병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서서히 관객의 목을 조여 오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불안과 공포에 잠식되어 망가지는 과정에 이입된 이들에게 [유전]은 최고의 공포 영화로 기억되겠지만, 다른 방식의 공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결말도 이상하고 길고 지루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 천차만별이기에 어떤 ‘공포’가 더 낫다고 감히 평가할 수 없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아렸던 아랫입술과 두 손을 떠올려보면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 가장 힘들고 무섭게 본 공포 영화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Amy: 이 영화를 보고 잠만보인 내가 며칠 분량의 잠을 잃어버렸다. 이 영화는 관람할 때만 무서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잔상을 끈적하게 남기는 듯한 영화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 영화는 예고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제목을 보고 혈연 간에 유전되는 지병과 관련된 이야기일까 생각했었는데, 컬트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가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영화가 됐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공포심을 더해주는데, 특히 엄마 ‘애니 그레이엄’ 역의 토니 콜렛이 완전히 분위기를 압도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달려갈수록 끝없이 공포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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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acinta: 공룡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영화 속 공룡으로 대표되는 인류의 위험한 시도와 이기심에 경고의 메시지를 볼거리 많은 풍성한 종합선물세트로 풀어낸다. 재난 액션, 공포 스릴러, 유머 등 여러 장르를 한 번에 녹여내며 숨 돌릴 틈 없이 전력 질주한다. 화산 폭발로 절체절명 위기를 맞는 순간에서는 재난영화 못지않은 스펙터클한 경관을 연출하고, 록우드 저택에서는 한정된 공간과 공룡을 결부해 원초적인 공포를 실감 나게 재현한다. 거기에 발전된 기술로 보다 생생하게 구현된 공룡은 영화가 줄 수 있는 볼거리가 무엇인지 증명한다. 다만, 모든 게 지나치게 넘치다 보니 그만큼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인류를 경고하는 감독의 의도가 압도적인 볼거리에 다소 묻힌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그래도 마지막 의미심장한 결말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 ‘쥬라기’ 시리즈가 어디로 향할지 기다려지게 한다.

 

에디터 겨울달: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과 액션을 기대하고 갔지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조금은 다른 영화로 다가왔다. 영화의 전반부가 전형적인 ‘재난 블록버스터’라면 후반부는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한 ‘크리처 호러’다. 전체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데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많아서, 에디터처럼 심장이 약한 분들은 주의하시는 게 좋겠다. 이번 [쥬라기 월드]가 정말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과학을 이용해 생명을 도구화하는 인간의 탐욕과 그 끔찍한 결과다. 주인공과 관객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은 ‘인도랩터’는 영화든 현실 세계든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지 않는 인간에게 온 재앙이다. 팝콘 무비 [쥬라기 월드]까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뤄야 하나 싶지만, 애초에 이런 상상의 시작이 ‘인간’이라는 점은 잊지 말자. 그리고 영화가 심각해져도 우리에겐 어떤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액션 히어로 버전’ 크리스 프랫과 [혹성탈출]의 시저 같은 블루가 있다. 이들이 3편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에디터 띵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공룡이 나오는 호러 스릴러 영화다. 오리지널 [쥬라기 공원] 시리즈나 전작 [쥬라기 월드]의 공룡들도 분명 인간을 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생명체들이었지만, 그보다는 ‘경외의 대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폴른 킹덤] 속 공룡들은 ‘경외’의 느낌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거기에 영화 후반부는 광활한 초원이 아닌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서의 생존 사투를 그렸기 때문에 관객들이 느낄 공포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공존’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지만, 후안 바요나 감독은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에서 보여준 자신의 장점을 [폴른 킹덤]에 더하면서 뻔할 수 있던 영화를 맛깔나게 연출했다. 설령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엉망진창이었을지라도 이 영화를 보러 갔을 것 같다. 장엄한 [쥬라기 공원]의 테마 음악과 함께 거대한 티렉스가 울부짖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