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킬링 디어’ vs ‘스카이스크래퍼’

 

이미지: UPI 코리아, 오드(AUD)

 

본격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계절이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일수록 더위를 잊게 해줄 영화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번 주말 쾌적한 영화관으로 나들이 계획이 있다면, 초고층 빌딩에서 펼치는 드웨인 존슨의 짜릿한 고공 액션 [스카이스크래퍼]와 서늘한 긴장감으로 압도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킬링 디어]는 어떨까. 영화를 본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오드(AUD)

 

에디터 Jacinta: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서늘한 냉기를 한껏 품고 부조리한 세계의 뒤틀린 본성을 탐구한다. 음울한 블랙 코미디로 봐도 좋을 만큼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기묘한 옷을 입고 쓸데없이 친절하거나 필요한 순간에는 입을 다문다. [킬링 디어] 역시 차갑고 건조하며, 또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한 그의 세계관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번엔 보다 극단적인 상황에 가두고 잔혹한 선택을 종용한다.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스티븐과 마틴의 미묘한 관계가 불러온 파국을 통해 선과 악, 도덕성의 경계를 넘어 어리석은 본성을 해부한다. 이전보다 두드러지게 개입한 음악은 날카롭고 팽팽한 긴장을 연출하며 불안한 심리를 조성한다. 또한 배리 케오간은 발군이다. [덩케르크]의 순박한 청년을 잊게 하는 섬뜩함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목적을 가늠할 수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이다. 마지막까지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답게 정서적인 불결한 잔상을 떨칠 수 없던 까닭은 콜린 파렐과 니콜 키드먼 사이에서도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 배리 케오간이 있기 때문 아닐까. 그는 이 가족의 구원자일까, 심판자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찬찬히 곱씹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에디터 amy: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자신의 특기를 맘껏 뽐낸 듯한 작품. 그리스 비극을 모티브로 하여 신화적인 복수극을 보여 주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그린다. 난해한 비유와 상징이 많아 한 번 봐서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친절하게 느낄 수 있다. 차갑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그리며 여러 장치들로 기괴함과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절로 긴장하게 만들고, 특히 천진한 소년에서 점점 건조하고 감정이 메마른 듯, 마치 인간이 아닌 듯한 모습의 ‘마틴’을 연기하는 배리 케오간이 소름 돋도록 압도적이었다.

 

에디터 겨울달: 복수의 덫에 걸려든 한 남자의 이야기.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그린다. ‘복수극’을 표방하지만 그보다는 비극이 다가올 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춘 심리극에 가깝다. 화목하고 평온한 듯한 중산층 가족은 목숨은 잃을 위기 앞에서 비겁하거나, 잔인하거나, 냉정하다. 영화의 건조한 톤 때문에 오히려 이들의 감정과 태도가 더 크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하고, 뒤로 갈수록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더 충격적이고 소름 끼친다. 각본,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훌륭하다. 특히 [덩케르크]로 주목받은 배리 케오건은 ‘무섭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미지: UPI 코리아

 

에디터 Jacinta: 히어로 슈트를 입지 않아도 그 자체로 히어로가 되는 드웨인 존슨에게 매우 기댄 영화. 그가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칠 때마다 안도하고 환호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빌런의 존재감을 무색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의족을 찼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가공할 위력에 다소 심심한 기분도 든다. 그래도 불길에 휩싸인 초고층 빌딩에서 보여주는 재난 액션만큼은 시원시원하니 드웨인 존슨의 맨몸 액션을 보고자 했던 관객에게는 제값을 해낸다 하겠다. 덧붙여 만능 해결사 덕트 테이프의 활용도에 놀랄 것이다.

 

에디터 겨울달: 초능력이 없어도 슈퍼히어로 같은 드웨인 존슨의 재난 액션 영화. 최첨단 디자인의 초고층 빌딩도 그를 막을 순 없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하다. 캐릭터, 플롯, 주제 무엇 하나 ‘에지’ 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진정한 빌런 ‘펄’ 빌딩을 덕테이프 감은 맨손으로 물리치는 걸 보면 역시 이런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 몰려온다. 그러니 이 영화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감상하자. 물리적 법칙과 확률을 뛰어넘는 기상천외 액션은 머리로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더 락인데?” 한 마디만으로 가슴으로 모두 느낄 수 있다. 아, 고소공포증 있는 분들은 감상에 주의하시는 것이 좋다. 초고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샷이 몇 번 나오는데, 영화의 백미 같은 장면이지만 조금 아찔했다.

 

에디터 amy: 드웨인 존슨 식의 팝콘 무비. [램페이지]에서 맨몸으로 괴수들에게 맞섰다면, 이 영화에서는 맨몸으로 초고층 빌딩을 상대한다. 슈퍼 파워가 없어도 히어로 같은 비주얼의 드웨인 존슨을 저지하려고 여러 방해 요소들을 심어뒀지만, 역시 드웨인 존슨의 강력함을 막아낼 수는 없나 보다. 맨손과 덕테이프, 밧줄만을 가지고 240층의 세계 최고층 빌딩을 종횡무진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길 지경이다. 머리 아플 일 없이 가볍게 영화를 즐기며 짜릿한 액션을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