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너의 결혼식 vs ‘나를 차버린 스파이’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주)누리픽쳐스

 

무더위 끝에 찾아온 태풍 소식에 전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디 모두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히 이번 태풍을 이겨내길 간절히 바란다. 8월의 끝자락에 다다른 이번 주에도 관객들의 이목을 끌만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스릴러에 지친 관객들에게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안겨줄 김영광, 박보영 주연 [너의 결혼식]과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첩보 액션의 판도를 뒤바꾼 케이트 맥키넌, 밀라 쿠니스의 [나를 차버린 스파이]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중에서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그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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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겨울달: 오랜 시간 동안 엇갈리고 만나고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 첫사랑 소동으로 경쾌하게 출발하는 영화는 미래와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실 연애 이야기로 향한다. 우연과 승희의 길고 질긴 인연은 바보 같은 선택과 엇갈린 타이밍이 쌓이고 쌓인 결과라, 영화 말미에 두 사람의 사이가 이루어지는지는 썩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사랑에 가슴앓이한 사람이라면 영화에 크게 공감할 작품. 다만 영화가 우연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승희는 서사의 또 다른 주체가 아니라 (다른 영화의 표현을 빌자면)’귀엽고 섹시한 퍼즐’로 남는 것이 아쉽다. 우연의 모든 행동은 친절하게 설명되고 정당화되는 반면, 승희의 마음은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랬을 것이다’ 짐작할 뿐이다. 우연이 대표하는 ‘순정파 첫사랑’ 스토리는 그동안 여러 작품으로 잘 보았으니, 이제 승희의 이야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

 

에디터 띵양: 슬슬 스릴러 장르에 피로가 쌓일 무렵 혜성같이 등장한 제법 괜찮은 청춘 로맨스. 예고편에 속지 말길 바란다. 이 영화는 예고편처럼 그저 가볍고 달달하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너의 결혼식]이 건드는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수많은 사랑 영화에서 다루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꽤나 영리하게 조합해 관객들에게 옛 추억을 돌이켜 보게끔 만든다.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너의 결혼식]을 보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 영화가 남자의 첫사랑을 억지로 미화하지 않은 부분이다. 흔히 ‘추억 보정’이라 불리는 필터 없이, 냉정한 현실을 적당히 가미해 달콤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우연으로 시작해 우연으로 끝나고, 필연적으로 진부할 수밖에 없는 전개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곱씹고 웃어넘기고, 그리고 후련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게끔 만들어주기에 추천한다. [500일에 썸머]처럼 볼 때마다 남자와 여자의 시점을 오가며 이입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다.

 

에디터 Amy: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낸 첫사랑. ‘황우연’의 짝사랑의 시작과 갈등, 끝을 그리는데, 주인공인 ‘황우연’과 ‘환승희’, 그리고 그들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박보영이 연기하는 ‘환승희’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 김영광이 그리는 ‘우연’은 때로는 천진하게, 때로는 듬직하게 ‘환승희’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사용할 만한 것이 그렇게 없을까 하는 것이다. 10대 때부터 시작해서 20대를 보내는 와중에도 한결같이 여성에게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농담은 웃음보다는 불쾌함을 준다. 영화 내내 ‘사랑은 타이밍’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사랑이 틀어지는 이유는 결코 타이밍이 아닌 ‘황우연’ 자신이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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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겨울달: 처음부터 끝까지 킬킬대다가 빵빵 터지는 스타일. 버디 코미디를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우면 색다른 재미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밀라 쿠니스, 케이트 맥키넌 두 배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가끔 사라지는 순간이 보이기도 한다. 두 배우의 코미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특히 극장에서 보기를 권한다. 집에서 볼 땐 그저 킬킬댈 농담도 극장에서는 와하하 웃으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라 할 수 있는 조크가 나올 때 (특히 여성) 관객들이 빵 터지는 걸 보면, 이게 나만 웃긴 게 아니구나 하는 연대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이 영화만큼은 친구들과, 특히 여성 관객이라면 동성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에디터 띵양: 옆에서 웃으니까 나도 일단은 웃게 되는 영화.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가 개봉하기 이전, 그리고 이후로도 한동안 ‘첩보 액션’은 대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두 여성 주인공, 심지어 스파이 경력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보란 듯이 고정관념과 클리셰를 비틀어버린다. 그리고 그 비트는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날카롭고 묵직한 대사와 액션, 그리고 유머는 관객으로 하여금 쾌감과 전율을 느끼게 한다. 두 주인공 케이트 맥키넌과 밀라 쿠니스는 자신의 매력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도 함께할 때의 케미까지도 좋아 편하게 볼 수 있었지만, 목표하는 관객층이 여성이다 보니 때로는 웃음 포인트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 참, 그리고 15세 관람가라고 너무 안심하지는 말자. 사람 움찔하게 만드는 대사와 연출이 종종 튀어나오니, 어느 정도 대비하고 보길 바란다.

 

에디터 Amy: 케이트 맥키넌과 밀라 쿠니스가 올여름 극장가에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 이전 출연작들을 통해 케이트 맥키넌과 밀라 쿠니스 모두 코믹한 연기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각자 특유의 유머를 잘 살려 놀라운 하모니를 이뤄냈다. 또한 이 영화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스파이 액션 장르인 점도 놓치지 않았다. ‘구남친 덕에 얼떨결에 스파이가 되어 버린 ‘오드리’와 베스트 프렌드 ‘모건’은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액션과 영상은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고 스펙타클하다. 시원시원한 액션을 즐기면서 한바탕 웃고 싶다면 [나를 차버린 스파이]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