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세계를 그린 넷플릭스 하이틴 영화

 

by. Jacinta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 신작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때로 완성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해도 점차 다양성이 실종되는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여러 장르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는 매달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공포영화를 제외하고는 쉽게 볼 수 없는 10대의 서사를 다룬 하이틴 영화를 모아봤다. 약간의 오글거림과 유치 찬란함은 감안해야 하지만, 가벼운 킬링 타임으로 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키싱 부스(The Kissing Booth)

 

이미지: 넷플릭스

 

같은 날 태어난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 엘과 리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하이틴 로맨스 영화. 단, 절친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아’가 절친 ‘경선’의 훈남 동생 ‘준희’와 비밀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엘은 남몰래 좋아한 리의 형 노아와 몰래 사랑에 빠진다. 엘이 절친을 속이고 데이트를 하게 된 이유는 그들만의 우정 규칙 때문이다. 리가 엄격하게 여기는 우정 규칙에는 친구의 가족 혹은 친척을 넘보지 않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키싱 부스]는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 엘과 리의 우정을 위태롭게 하는 금기 ‘로맨스’를 가볍고 유쾌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물론 때때로 오글거리기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있지만, 상큼 발랄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에 눈 감고 넘어가게 된다. [컨저링], [위시 어폰]의 조이 킹이 엘 역을 맡아 상대배우(노아) 제이콥 엘로디와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Alex Strangelove)

 

이미지: 넷플릭스

 

올봄 미국에서 개봉해 호평받은 [러브, 사이먼]처럼 10대 남학생의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동물 덕후이자 모범생 ‘앨릭스 트루러브’는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클레어와 친구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하지만, 이상하게 결정적인 순간 머뭇거린다. 숫기가 없는 걸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 여자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앨릭스는 결국 디데이까지 잡아버리지만, 그날이 다가올수록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누군가가 아른거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는 암묵적으로 성 정체성을 부인해온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기까지 과정을 로맨스를 곁들여 담아낸다.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은 축소되고, 위기와 갈등은 쉽게 해소되기도 하지만, 10대 남학생의 커밍아웃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다. 특히 앤드류 가필드를 떠올리게 하는 대니얼 도헤니의 풋풋한 매력은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다.

 

 

 

캔디 상자(Candy Jar)

 

이미지: 넷플릭스

 

‘입시지옥’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캔디 상자]는 오직 원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우등생 로나와 베넷의 ‘적과의 동침’을 그린 영화다. 각각 예일대와 하버드대 진학을 꿈꾸는 두 사람은 입시 준비의 일환으로 토론 대회에 참가하며 경쟁력을 키운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면서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은 만나면 무시하고 으르렁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합격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같은 팀이 되어 토론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영화는 경쟁자였던 두 사람이 오직 공부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공유하며 점차 우정 어린 관계로 변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교우 관계, 부모와의 갈등 등 1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로맨스보다는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두 주인공의 자아가 성장하는 과정에 보다 초첨을 맞춘다.

 

 

#리얼리티하이(#REALITYHIGH)

 

이미지: 넷플릭스

 

이제 소셜미디어가 없는 일상은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곳곳에 넘친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자기표현이 편리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생활 침해 등 위험 요소도 다분하다. 제목에 과감하게 해시태그가 들어간 [#리얼리티하이]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SNS를 소재로 한 영화다. 어린 시절 뼈아픈 경험 이후 SNS와 멀어진 대니는 인기와도 거리가 먼 평범한 여학생이다. 어느 날, 예전부터 좋아한 캐머런과 가까워지면서 일상은 점차 꼬이기 시작한다. 그는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박살낸 알렉사의 남친이기 때문이다. 순진한 대니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 알렉사는 음흉한 의도로 접근한다. 매번 느끼지만, 이런 영화에서 음모는 주인공만 모른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보다 더 발달한 디지털 기술이다. SNS와 디지털 세상은 대니에게 혹독한 시련과 달콤한 보상을 번갈아 주면서 주체적인 자아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녀석들의 졸업백서(Dude)

 

이미지: 넷플릭스

 

현재 상영 중인 [트루스 오어 데어]의 루시 헤일, [오션스8]의 아콰피나, [유전]의 알렉스 울프가 출연하고, [오션스8]의 각본에 참여한 올리비아 밀치의 첫 연출 영화다. [녀석들의 졸업백서]는 고교 졸업을 2주가량 앞둔 네 친구의 우정과 갈등을 드라마 형식으로 담아낸 성장 영화다. 늘 함께 하며 남다른 우정을 공유하는 릴리, 클로에, 아멜리아, 레베카는 졸업을 앞두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변화를 맞이한다. 그중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공통점을 안고 더욱 강하게 결속되었던 릴리와 클로에는 우정이 흔들릴 정도로 갈등한다. 영화는 마약, 흡연, 음주, 성문화를 거리낌 없이 보이며 10대들의 방황과 혼란을 그린다. 다소 자극적인 수위를 넘나들기도 하지만, 섬세하게 그린 네 친구의 성장 서사는 취향 저격할지 모른다.

 

 

 

가질 수 있다면(You Get Me)

 

이미지: 넷플릭스

 

현재 할리우드에서 핫한 배우 할스턴 세이지와 벨라 손이 출연한 스릴러 영화. 10대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하이틴 영화의 풋풋함과 거리가 멀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10대 타일러는 완벽한 여친 앨리슨과 안정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사소한 오해로 다투고 돌이킬 수 없는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낸다. 순간적인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타일러와 하룻밤을 보낸 홀리가 무서운 집착을 보이며 일상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인물에 대한 부족한 서사와 상투적인 설정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벨라 손의 집요한 연기와 할스턴 세이지의 풋풋한 매력은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상쇄한다.

 

 

루저의 역습(The Outcasts)

 

이미지: 넷플릭스

 

“고등학교는 다 똑같다. 가장 좋은 시절이며, 최악의 시절이기도 하다.” [루저의 역습]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묘한 이중성과 10대들의 우정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절친 조디와 민디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울타리에서 학교생활에 충실하지만, 절대다수를 무시하는 오만한 휘트니와 패거리에게 번번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치명적인 공격을 받는다. 과학 덕후 민디는 절친 조디를 위해 복수하고자 그들과 같은 학교 내 덕후들을 모아 휘트니 패거리에 반격을 시도한다. 그들의 반란은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대체로 전형적인 하이틴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뜻밖의 지점에서 의외성을 드러내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