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산드라 블록의 연기력 ‘버드 박스’

날짜: 12월 29, 2018 에디터: amy

이미지: 넷플릭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고 있는 오리지널 영화들은 극장에 걸리는 영화 못지않거나, 때로는 그보다 월등히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기도 한다. 보다 작은 화면으로 손쉽게 제공되는 만큼 선택의 폭을 넓혀 여러 배우와 다양한 소재, 서사를 사용한 작품이 많은데, 절묘하게 맞물린 선택으로 그려진 영화는 넷플릭스 유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영화 [버드 박스] 역시,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잔 비에르 감독이 연출한 [버드 박스]는 조시 맬러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실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세상에 닥치고, 그 괴물을 목격한 사람들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자해를 하며 스스로 죽음으로 내몬다. 순식간에 찾아온 재앙에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근처의 집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외부의 빛을 차단하고 눈을 가리며 어떻게든 살아나갈 방법을 찾으려 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의 시점은 5년 전과 현재를 교차하면서 보여 주는데, 첫 시작은 주인공 맬러리가 아이 둘과 함께 눈을 가리고 강으로 가는 장면이다. 5년 전 재앙의 시작부터 순차적으로 번갈아 그려내며, 과거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재에 대한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임신 중이었던 맬러리는 동생과 함께 병원을 다녀오는 중에 괴물에 의해 동생을 잃고 그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차례차례 희생되면서 그 괴물은 어떤 물체를 통해서 보더라도 예외는 없다는 것과 괴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영화 속 요소 하나하나를 풀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와 화면으로 보여주는 점이 좋다.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 모두 빈틈없이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정말 대단한 배우는 바로 산드라 블록이다. 단독 주연으로 내건 이 영화에서 산드라 블록이 혼자서 영화를 힘있게 이끌어나간다. 처음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던 무력한 모습에서 점차 적응하고 새로운 환경을 마주할 때마다 똑 부러지는 결단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는데 연기의 색채가 뚜렷해 감정의 변화를 선명하게 그린다. 일전에 단독 주연 영화 [그래비티]를 통해서도 느꼈지만, 산드라 블록은 혼자서도 능히 관객들이 개인의 감정과 처한 상황에 같이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다른 배우 한 명을 더 뽑자면, 맬러리의 동생 제시카로 등장한 사라 폴슨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주 짧게 등장하는데도 임팩트 있는 씬스틸러로 공포의 시작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이미지: 넷플릭스

이 영화에서 어머니와 모성애를 다루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임산부였던 때의 맬러리는 뱃속의 아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임신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출산의 시기가 닥쳤을 때까지 이어진다. 같은 임산부였던 올림피아가 진통을 호소할 때, 본인도 양수가 터지고 고통스러운데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랬던 맬러리에게 돌봐야 할 두 아이가 생긴다. 재앙이 이어지는 나날을 5년이나 흘려보내면서, 맬러리는 아이들을 걸, 보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없어져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움직였던 맬러리는 두 아이 중 한 명의 눈가리개를 벗겨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와 아이들과 함께 괴물에게 쫓길 때 비로소 아이들과 마음이 연결되며 애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괴물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새들은 아주 소중한 존재다. 위험을 감지해서 괴물이 근처에 다가왔을 때나 괴물을 보게 하려는 사람들이 접근할 때 울음소리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반영하듯, 맬러리는 상자에 새들을 옮겨 담고 눈을 가린 채 위험을 헤쳐나간다. 사랑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린 눈을 뜨기를 유혹하는 괴물을 버텨내고 마침내 도착한 곳이 바로 시각 장애인 학교라는 것이 드러났을 때는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띵한 느낌까지 든다. 푸른 잔디 위로 노래하는 새들이 가득한 조경이 어우러진 뜰에서 시각 장애인과 앞이 보이는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함께 하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신인류처럼 보인다.

 

[버드 박스]는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4500만 개의 계정에서 시청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엄청난 반응으로 단기간에 이렇게 기록을 세운 이유는 신선한 소재와 매끄럽고 촘촘한 연출, 그리고 배우의 흡입력 있는 연기일 것이다. 두 시간 동안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가 보고 싶다면, [버드 박스]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