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거부하는 10대들이 주인공인 드라마

 

하고픈 건 많은데 제약이 많은 10대 시절. 솔직하게 말하자니 아직은 몰라서 어려서 안 된다는 대답만 더 많이 돌아온다. 분명 어른들도 그 시기를 겪었을 텐데, 왜 잘 몰라주는 걸까. 여기 소개하는 10대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하고자 한다.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을 벗어나려다 흑역사를 만들고, 겁 없이 어른들의 세계에 도전하려다 낭패를 보고, 혹은 어른들은 모르는 비밀스러운 우정을 나누거나 벼랑 끝에 몰린 또래 친구들을 이해하며 성장해간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어떤 면에서는 패기 넘치는 10대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빠져보자. 모두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다.

 

 

 

데리 걸스(Derry Girls)

이미지: 넷플릭스

하루라도 말썽 없이 지나치면 아쉬운 10대들이 있다. 의도한 건 아닌데, 무언가에 열중하다 보면 결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향한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90년대 아일랜드 북서부에 있는 (런던)데리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에린, 미셸, 올라, 클레어, 제임스의 이야기다.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은 언제나 시끌벅적 변화무쌍하다. 새 학기가 됐으니 달라지고 싶고,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하고, 국적이나 종교가 다른 또래와 가까워지고, 호감 가는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뿐인데, 항상 황당무계한 시트콤으로 마무리된다. 떠들썩한 대가족 사이에서 만만치 않는 성장기를 보내면서도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에린, 이성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 거침없는 성격의 미셸, 때때로 주변 눈치 보느라 친구들을 곤란하게 하는 소심한 성격의 클레어, 흔히 말하는 4차원의 엉뚱한 기질이 다분한 에린의 사촌 올라, 그리고 가톨릭 학교의 존재감 없는 ‘유일한’ 남학생이자 미셸의 사촌인 제임스까지. 무언가 강력하게 웃을 일이 필요하다면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How to Sell Drugs Online: Fast)

이미지: 넷플릭스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있다. 제목부터 수상쩍은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괴짜 아웃사이더 10대들이 벌인 ‘진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서로가 유일한 친구인 모리츠와 레니가 온라인 마약상으로 거듭나는 별난 소동극을 그린다.

 

두 친구는 어쩌다 위험천만 불법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걸까. 시작은 모리츠의 구질구질 못난 성격 때문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여자친구 리자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선언하고 교내 마약상으로 소문난 다니엘에게 관심을 보이자 어리석게도 경쟁자 따라잡기에 나선 것이다. 우정을 빌미로 컴퓨터 천재 레니를 끌어들여 엉뚱한 야심을 하나둘씩 실현시키는데, 방구석 마약 거래는 다크웹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모하고 어수룩한 10대들의 통 큰 사업이 순탄하게 흘러갈 리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리츠의 통제력을 상실한 야욕을 따라 하면 곤란하다.

 

 

 

트링킷(Trinkets)

이미지: 넷플릭스

이제 막 새로운 곳에 정착한 엘로디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바로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도벽’. 한밤중 들른 마트에서 무심코 진열대의 상품을 주머니에 숨기다 발각된 후 강제로 도벽 치료 모임에 참여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올 때가 있는 법이다. 엘로디는 모임 첫날 같은 학교에 다니는 퀸카 태비사와 아웃사이더 모를 만나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우정을 쌓아간다.

 

도벽이란 공통점을 매개로 가까워진 세 친구는 저마다 삶의 한 축이 불안정하다. 엘로디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뒤 집과 학교 모두 소극적으로 겉돌고, 겉보기에 완벽한 태비사는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고 아버지의 외도에 마음 깊이 분노한다. 모는 자신의 얘기를 딱히 꺼내지 않지만, 전과자의 딸이라는 선입견을 피하고자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면서도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트링킷]은 골치 아픈 개인사를 가진 세 친구가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느긋하고 담백한 페이스로 담아낸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

이미지: 넷플릭스

밤이면 벽 너머로 엄마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집안 여기저기 성인용품과 야릇한 그림이 널려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오티스는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성 상담사 엄마가 부담스럽다. 개방적인 환경이 외려 10대 시절의 성적 호기심을 죽여버린 기분이다. 나름대로 호기심 어린 시도는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절친 에릭은 입버릇처럼 가볍게 놀리기 일쑤다.

 

그런데 어느 날 유난히 개방적인 환경에서 쌓아온 성 지식을 뽐낼 기회가 생긴다. 은근히 짝사랑하는 메이브에게 말이다. 더 나아가 엄마가 성관계 트러블로 갈등하는 커플에게 조언을 해주듯 오티스도 차마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있는 또래 친구들의 상담사로 나서게 된다. 고단한 환경에도 강한 생활력으로 버티는 메이브와 일종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 성 고민 상담소를 운영하는데, 오티스의 강점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드라마 속 어른들이 스스로 관계 단절을 자초할 때 오티스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배려하며 은밀한 해결사로 거듭난다.

 

 

 

아메리칸 반달리즘(American Vandal)

이미지: 넷플릭스

학교 방송반 피터와 샘은 주변의 부조리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두 친구는 고교생 탐정단처럼 학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에 의심을 품고 방송반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전말을 파헤치기로 한다. 첫 번째 사건은 학교를 발칵 뒤집은 19금 낙서 사건이다. 누군가 수업이 없는 날 교직원 자동차 27대에 낮 뜨거운 그림을 그린 것인데, 문제아로 악명 높은 딜런이 용의자로 낙인찍힌다. 평소 장난의 정도를 넘어 교사와 학생 상대방을 가릴 것 없이 악행을 일삼은 딜런은 억울한 용의자일까, 아닐까.

 

두 번째 사건도 만만치 않다. 이번엔 점심시간을 충격과 혼돈의 도가니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배설물 사건이다. 딜런 사건으로 유명세를 얻은 피터와 샘은 제보를 받고 고약하고 악의적인 테러 사건 취재에 나선다. 이 사건 역시 평소 학교에서 엉뚱하고 특이한 학생으로 소문난 케빈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범인의 조건에 부합한다고 해서 철저한 조사 없이 낙인찍어도 되는 걸까. 가벼운 탐사보도를 보듯 추적 과정은 체계적이고, 곳곳에 흐르는 위트는 드라마가가 경직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게 조절한다. 다음 이야기를 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The End of the F***ing World)

이미지: 넷플릭스

제임스는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고 확신한다. 8살 때 자신에게 유머 감각이 없다는 걸 깨달은 뒤 단지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어서 끓고 있는 기름에 손을 집어넣고, 의미 없이 작은 동물들을 죽여왔다. 이제 제임스는 동급생 앨리사에게 살인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앨리사는 무감각한 제임스와 달리 툭하면 분노의 감정이 요동친다. 한 번씩 은근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무시하는 계부는 너무 싫고, 재혼한 뒤 새 식구에게 관심을 쏟는 엄마는 실망스럽다. 앨리사는 거침없는 언행과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감정을 삭인다.

 

접점이 없는 열일곱 두 친구는 앨리사의 돌발적인 제안으로 인연이 시작된다. 제임스는 언젠가 앨리사를 죽이겠다는 음흉한 속셈으로 사귀자는 제안도 가출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이는데, 앨리사의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을 함께 하면 할수록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뜻밖의 감정이 밀려온다. 생각해보면 제임스와 앨리사가 세상과 어긋나 버린 게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