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향한 일침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이미지: 넷플릭스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작품은 그동안 수도 없이 나왔다. 그러나 이토록 공개 전부터 대중의 뜨거운 관심(긍정 &부정 모두) 속에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 있나 싶다. 인종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트럼프 정권 아래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특정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며 유튜브에서 압도적인 ‘싫어요’ 수(좋아요 2.4만 / 싫어요 6.5만)를 기록한 그 작품. 그런데 까놓고 보니 제목과는 달리 ‘모두 까기’를 선택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을 소개한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저스틴 시미언의 동명 영화(국내 제목은 충격과 공포의 [캠퍼스 오바마 전쟁])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백인이 절대 다수인 가상의 명문 대학교의 흑인 학생들이 인종 탄압에 맞서고, 그중 가장 과격한 인물인 샘 화이트가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신랄하게 백인들을 비판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이후 두 인종 간의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블랙 페이스 파티(흑인 분장 파티)’가 열리면서 무력 충돌까지 벌어지게 되는데, 드라마는 그 뒤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지: 넷플릭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작품의 제목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제목만 봐서는 마치 ‘反백인’ 사상으로 가득하고 “흑인이 옳다!”를 외치는 드라마 시리즈 같을 정도다. 물론 이러한 고집에 가까운 저항 정신이 주인공들(특히 샘 화이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은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이 ‘인종차별’이 아닌, 대학이라는 울타리 속 구성원들이 ‘차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와 정체성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쉽게 말해서 백인이 흑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적인 시선뿐만이 아니라, 백인을 향한 흑인의 차별, 혹은 흑인이 같은 흑인을 보는 시선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우선 샘 화이트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녀는 흑인의 권리신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과격한 행동주의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남몰래 만나는 백인 남자친구가 있고, 같은 흑인일지라도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親백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는 가차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어널과 레지, 코코, 그리고 트로이를 비롯한 수많은 인물들이 저 나름의 상처와 고뇌를 가지고 있고, 일련의 사건들을 거쳐서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다시 말해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토대로 삼고 있지만 특정한 시선으로 각 집단을 정당화하거나 상대를 비난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물들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시선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않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공개된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의 두 시즌 모두 이러한 전개 방식을 유지했다.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마다 개인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의 과거나 현재, 혹은 트라우마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면서 말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는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을 흥미롭게 봤다. 제법 오랜 시간을 타지에서 보냈고, 그 기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별을 직접 겪어보았기에 드라마 속 인물들의 고충에 제법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대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준 기분이었달까? 물론 이 드라마가 유색인종 전체를 대변해주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신랄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있던 문제를 드러내려 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권하는 이유는 너 나 할 것 없이 “나는 맞고 당신을 틀렸어”를 외치는 세상 속에서 “입 닥쳐, 다른 사람 이야기도 좀 들어봐”라며 신랄한 일침을 가하기 때문이다. 보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그러나 이 과정이 무겁고 불편하지 않게 적당한 가벼움과 유머를 겸비한 작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을 여러분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