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웃음, 감동을 모두 챙긴 이민가족 이야기 ‘김씨네 편의점’

날짜: 11월 24, 2018 에디터: 띵양

이미지: 넷플릭스

 

영미권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양 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동양인’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서치]를 제외하면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음식 연구가 에디 황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대만계 이민가족의 삶을 그린 [프레시 오프 더 보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콘스탄스 우 주연)에 불과했다. 그랬던 에디터의 눈에 띈 작품이 바로 [김씨네 편의점]이었다.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토론토로 넘어간 한국 이민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Ins Choi(최인섭)의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하며, 이민 1세대인 부모와 자녀의 갈등과 화합이 드라마의 주된 소재다. 연극 공연이 현지인과 이민가족들 사이에서 크게 호평받자 캐나다 방송국 CBC에서 직접 TV 시리즈화를 제안했는데, 애초에 드라마 각본으로 썼다가 전부 퇴짜를 맞은 이후 연극으로 발을 돌린 덕에 결국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니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그렇다면 [김씨네 편의점]은 왜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은 것일까? 바로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다를지언정, [김씨네 편의점]의 재미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즉 ‘가족 이야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해외 거주자뿐 아니라 한국의 시청자에게도 재미를 선사하고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드라마의 ‘공감대 형성’은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이들 사이의 역학에서 비롯된다. 극중 아빠와 엄마는 전형적인 이민 1세대의 이미지다. 우선 두 사람 모두 한국식 영어를 구사하며 편의점을 운영한다. 미스터 김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데다가, 반일 감정과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심지어 자녀를 소유물처럼 대하기도 한다. 미세스 김은 한인 커뮤니티(특히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에서의 이미지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아빠’에 비하면 자녀 입장에서 말이 통하는 상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잦다. 우리가 다른 매체에서 수없이 봐온 모습이다.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과는 달리 아들 정과 딸 재닛의 캐릭터는 조금 특별하다. 그동안 접했던 ‘2세’의 이미지는 모범생에 가까웠다. 수학을 잘하고 조용하며 어딘가 괴짜 같은 모습, 즉 ‘너디함(Nerdy)’이 있었다. 그러나 정과 재닛이라는 캐릭터는 이러한 전형성을 마냥 따르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2030 세대의 모습을 담아냈다. 현재 렌터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정은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 다녀왔고, 그 사건을 계기로 아버지와 의절했다. 재닛은 토론토의 유명 예술대학 ‘오캐드(OCAD)’에 다닌다. 우리가 흔하게 미디어에서 접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보수적인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특히 아빠가 “우리 때는 말이야…”부터 “여자라면”으로 시작하는 시대착오적인 훈계를 시작하면 참다못한 재닛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라며 역정을 내고 문을 박차고 나가기 일쑤다. 분명 이러한 형태로 아빠와 정의 관계도 틀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자칭’ 자유분방하고 열린 사고를 가진 자녀 세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면 안된다”라며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고, 부모의 삶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부모만큼이나 보수적이고 고집이 있는 셈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다.

 

이미지: 넷플릭스

 

앞서 언급한 ‘현실성’이 드라마에 공감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김씨네 편의점]에서 보이는 한국 가족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거짓은 아니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 이민가족의 삶은 모두 ‘한국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팩트다. 긍정적인 이미지만큼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도 [김씨네 편의점]에 드러나기에 누구는 “안 좋은 모습이 부각되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앞선 걱정이다. 이 드라마의 목적은 ‘공감과 웃음’이지 ‘현실 고발’이 아니며 적당한 선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가 섞인 다큐멘터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이제껏 장점만 나열했지만, [김씨네 편의점]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Ins Choi는 분명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기는 하지만, 해외에서 더 오래 거주한 ‘한국계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한 섬세함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정의 룸메이트로 등장하는 ‘김치’가 대표적인 예다. 별명인 줄 알았는데, IMDb에서도 ‘Kimchee’로 표기된 것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유일한 동양인이 ‘초 챙(Cho Chang, 영미권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인 ‘ching chang chong과 비슷)’인 것과 만큼의 아쉬움이랄까? 또한 사촌으로 등장하는 ‘나영’의 이미지 역시 상당히 왜곡되었다. 일본인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가 되는데, 이 또한 일반적이지 않고 ‘성적으로 개방된 오타쿠’라는 선입견으로 가득한 모습이기 때문에 한국/동양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약간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네 편의점]은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코미디 시리즈다. 단점과 한계가 명확하지만 그보다는 ‘공감’과 ‘웃음’에서 비롯된 장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같은 작품이다. 꿀 같은 주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김씨네 편의점]을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동안 서먹했을지도 모르는 관계를 웃음과 공감, 그리고 대화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