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에 지친 마음, 데스메탈로 다스리자! ‘어그레시브 레츠코’

날짜: 1월 12, 2019 에디터: 띵양

이미지: 넷플릭스

 

출퇴근의 지옥철, 무료하게 반복되는 직장생활과 끝날 줄 모르는 야근, 얌체 동료나 ‘꼰대’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5분만 투자해서 넷플릭스 [어그레시브 레츠코]를 보자. 귀여운 캐릭터에 혹하거나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레츠코의 울분과 분노가 섞인 그로울링(growling)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어그레시브 레츠코]는 레서판다를 모티브 삼은 산리오社의 캐릭터 레츠코의 고달픈 직장생활을 그린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무역회사 경리부에서 일하는 평범한 25세 직장인 레츠코는 평소 자기주장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소심한 여성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의 취미이자 스트레스 풀이 방법은 데스메탈 부르기. 귀여운 용모의 그녀가 이마에 ‘烈’ 자가 새겨진 채 마이크를 잡으며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습은 시리즈의 존재 이유 그 자체일 정도로 임팩트가 대단하다.

 

이미지: 넷플릭스

 

[어그레시브 레츠코]는 지난해 4월(국내는 2018년 9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기 전에 이미 일본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귀여운 캐릭터가 데스메탈을 부른다는 반전 매력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레츠코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개 직원으로, 그리고 여성으로 겪는 고충이 지극히 현실적인 데 있다. 이는 ‘여성스러움’을 특히 강조하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나아가 해외에서도 [어그레시브 레츠코]가 사랑받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를 살펴보자. 레츠코가 다니는 무역회사는 주번을 정해서 사무실(이라 쓰고 황돈 부장의 사무 공간)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골프채나 휘두르며  “바쁘다”라고 외치는 황돈 부장은 레츠코에게 “무능한 여자는 능력 좋은 여자보다 덜 성가시다”라는 식의 성차별 발언을 일삼고, 매일 차(茶)를 내오라고 시킨다(물론 시즌 1에서 한 두 차례 정도는 황돈 부장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다). 약삭빠른 동료들과 유독 레츠코를 미워하는 츠보네 상사는 퇴근 5분 전에 그녀에게 산더미 같은 일을 맡기고 사무실을 나선다. 이럴 때 레츠코는 무엇을 할까? 참고, 억지로 미소를 짓고, 그들의 요구에 따른다. 지켜보고 있는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레츠코의 인내는 ‘착하고 성실한’, 혹은 ‘평범한’ 직원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고구마를 열 개는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고등학교 동창 푸코나 입사 동기 페네코와 하이다에게 “휴대전화 앱 이용 약관을 끝까지 읽기 전엔 ‘동의’ 안 누르는 타입”이나 “옷 가게에서 아무것도 안 사면 미안해서 양말이라도 사는 타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정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 그럴 때마다 찾는 노래방, 화장실에서 평온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꺼내어 분노의 샤우팅을 내지르는 모습은 모두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그녀의 절규는 사회생활에 지친 우리 마음속 응어리를 대변한다. 그리고 실컷 분노를 표출한 뒤에 “10초만 지나면 나는 다시 착한 직원”이라며 스스로 다독이는 모습, 각박하고 반복적인 삶에 지쳐 자유로운 푸코의 삶을 동경하는 모습마저도 슬프지만 현실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이 비단 여성만이 아닌, 사회생활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사는 이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각 에피소드의 분량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중반까지 동일하게 패턴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출근하고 부당한 일을 겪고, 그것을 데스메탈로 해소하는 패턴이 반복되는데, 이는 처음에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반복되다 보면 다소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레츠코의 연애담과 일상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되는 시즌 후반부는 단조로웠던 전개에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투입하면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미지: 넷플릭스

 

하루 안에 [어그레시브 레츠코] 한 시즌을 정주행 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만큼 시리즈가 매력적이고 공감이 가며, 15분이라는 분량은 출퇴근 길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만큼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하루에 한 에피소드씩 보는 걸 추천한다. 극중 레츠코가 하루의 고단함을 데스메탈이나 요가 등의 ‘소확행’으로 해소하듯이, [어그레시브 레츠코]도 사회생활에 찌든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현재 시즌 1과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피소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있으며, 시즌 2는 올해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