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잉글리시 게임’ 지금의 축구를 있게 한 ‘역사’에 주목하다

영화관보다 넷플릭스가 편해진 요즘. 매주 쏟아지는 넷플릭스 신작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디터들의 후기를 참고하자.

필 굿(Feel Good) –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아슬아슬 현실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메이와 조지, 두 사람이 그려나가는 현실 로맨틱 코미디. 실제로 스탠딩 코미디언인 메이 마틴이 각본을 쓰고 메이 역을 연기하여, 픽션과 실제 경험이 적절히 뒤섞인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이성애자였던 조지는 메이를 만나면서도 주변에 알리기를 꺼리고, 마약중독자인 메이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조지에게서 숨기려 하면서 갈등이 벌어진다. 메이 마틴의 탁월한 스탠딩 코미디는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조지를 연기한 샬럿 리치 역시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필 굿]은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마냥 말랑말랑 사랑스럽게만 흘러가지 않고, 성소수자가 맞닥뜨리는 차별적 시선 속에서 현실을 찌르는 유머와 함께 메이와 조지의 불안한 감정을 그대로 비춘다. 여러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을 다시 확인한다. 메이와 조지 커플을 절로 응원하게 만드는 [필 굿],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Self Made: Inspired by the Life of Madam C.J. Walker) – 마음 가는 백만장자 스토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흑인 여성을 위한 헤어 제품을 만들어 백만장자가 된 마담 C. J. 워커의 자수성가 스토리를 그린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옥타비아 스펜서가 주인공 세라 역을 맡아 엄청난 존재감을 선보인다. 실패한 인생이라며 눈물짓던 세라가 어떻게 자신을 구원하고 세상을 바꾸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많은 자수성가 스토리가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주인공을 통해 뭉클한 감정을 들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셀프 메이드]는 이것을 독특하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가령 다음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는 세라의 머릿속을 뮤지컬 쇼처럼 구성하고, 라이벌의 도발을 위트 있게 넘기는 모습을 기품 있게 그린다. 눈물과 감동에 얽매인 따분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역경과 위기마저 흥미롭게 지켜보는 자수성가 드라마를 만나 반갑다. 그럼에도 여성 사업가를 인정하지 않는 꽉 막힌 사회와 인종차별, 가족 간의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그에 맞서는 세라의 모습도 당당하게 그려 뜨거운 용기를 전한다. 영화 내내 프로답게 사업을 진행하는 극중 세라처럼 드라마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 옥타비아 스펜서의 연기가 눈부시다. 세라를 완벽히 담아낸 옥타비아 스펜서 덕분에 마음 가는 백만장자 스토리로 다가온다.

잉글리시 게임(The English Game) – 지금의 축구를 있게 한 ‘역사’에 주목하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영국 ‘신사’들이 참여하는 아마추어 스포츠였던 축구가 프로페셔널 경기로 진화하는 과정을 바라본 역사 드라마. 당시 가장 유명한 선수이자 영국 축구에 큰 영향을 미친 아서 키네어드와 최초의 ‘유급’ 선수인 퍼거스 수터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서사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드라마는 그보다 더 큰 시대, 사회적 배경을 그린다. 계급성 강한 스포츠 축구가 만인의 엔터테인먼트이자 산업이 되는 과정이 영국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과 맞물린다. 개별 캐릭터가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인물인 것은 사실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하지만, 이야기 전반에 들끓고 있는 변화의 순간이 스토리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혹시 기대하는 분들이 있다면 미리 말씀드린다. 이 영화는 ‘축구’ 드라마 아니라 축구 ‘역사’ 드라마다. 현대 축구 같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하고 보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프로이트의 살인 해석(Freud) – ※경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생애를 다룬 전기 시리즈가 아닙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프로이트의 살인 해석]은 프로이트를 ‘오스트리아의 셜록 홈즈’로 재해석해 연쇄살인사건의 중심으로 밀어 넣는다. 여기에 조력자를 영매로 정하고, 악인의 능력을 ‘강력한 최면술’로 설정하는 등의 초자연적인 판타지 요소까지 추가하면서 이색적인 매력을 갖춘다. [에일리어니스트]와 [손 the guest]를 섞은 느낌이랄까?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로이트 역의 로베르트 핀스터는 연기뿐 아니라 비주얼 면에서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었고, 영매 플로레를 연기한 엘라 룸프 역시 허구의 느낌이 강할 법한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다만 잔혹하고 선정적인 연출이 잦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특유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시청을 고민해보길 권장한다. 반대로 평소 이런 류의 자극을 즐기거나 기존에 알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미지를 살포시 내려놓을 자신이 있다면, [프로이트의 살인 해석]은 정주행 할 가치가 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타이거 킹: 무법지대(Tiger King) – 비상식적인 사설 동물원의 세계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현재까지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가장 요란하고 추악한 인물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럿 등장한다. 7부작으로 공개된 [타이거 킹: 무법지대]는 호랑이, 사자와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로 유명세를 얻은 사설 동물원의 문제적 실태를 장장 5년에 걸쳐 따라간다. 유별난 차림새와 거침없는 언행의 사설 동물원 주인 조 이그조틱을 중심으로 맹수를 돈벌이 수단에 이용하며 컬트 집단 뺨치는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고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자행하는 탐욕스러운 인물들을 비춘다. 조 이그조틱이 그의 사업을 방해하는 활동가 겸 동물원 운영자 캐럴과 수년간 증오에 찬 갈등을 겪으며 몰락하는 과정을 큰 줄기로 마지막까지 눈살을 찌푸리는 동물 사육 세계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다. 다만 조 이그조틱의 개성이 독보적이라 부실한 법 제도와 사람들의 무지한 욕심이 이 같은 사설 동물원을 유지하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할까 염려스럽다. 문제적 인물 조 이그조틱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돈과 환상에 눈먼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건이며, 자연의 삶을 빼앗긴 동물에게는 큰 비극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