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퍼시픽 림: 업라이징 vs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다시금 날씨가 쌀쌀해진 이번 주,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 두 편이 개봉했다. 한층 강력해진 카이주와 맞서 싸우는 예거들을 볼 수 있는 [퍼시픽 림: 업라이징]과 한여름에 펼쳐졌던 17세 소년의 뜨거운 첫사랑 이야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그 주인공들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했던 전작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할 [퍼시픽 림: 업라이징]과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고 트로피를 거머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중 주말 박스오피스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에그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UPI 코리아

 

에디터 J: 5년 만에 돌아온 거대 로봇과 괴수의 대결은 묵직한 어둠을 걷어내고 환한 햇살을 받으며 눈부신 몸체를 드러낸다. 어두운 바다에서 싸우느라 움직임을 쫓아가기 힘들었던 전편에 비하면, 마지막 전투신까지 환한 대낮을 선택해 한층 더 위력적인 사이즈로 돌아온 로봇과 괴수의 전투신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다. 다만 그 역동적인 시퀀스의 체감지수가 그리 길지 않다. 사이즈는 분명 커졌는데, 거대해진 규모를 담은 스토리가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만약 로봇과 괴수 영화에 대한 뚜렷한 덕심이 없다면, 곳곳에서 개그 욕심을 드러내며 전형성을 뛰어넘지 못한 스토리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이전보다 강력해졌다는 로봇 군단의 위용은 환한 햇살 말고는 실감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에디터 W: 에디터의 첫 아이맥스 경험은 [퍼시픽 림]이었다. 살면서 본 가장 크고 무거운 로봇이 거대한 괴수와 치열하게 싸우는 걸 보면서 받은 ‘압도적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1편보다 무게감이 덜하고 분위기도 많이 가벼워졌다. 예거는 더 크지만 날렵해졌고, 등장인물들은 1편만큼 삶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았으며, 전투를 한 장소도 모두 밝거나 하얗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타일이나 특유의 묵직함이 사라지며 진짜 ‘할리우드 영화’다워졌지만 크게 아쉽진 않다. 중국과 일본이 주 무대가 되면서 블록버스터에서 보기 힘든 다인종 구성을 갖췄고, 후반부를 가득 채운 로봇과 괴수의 쉴 새 없는 대결은 여전히 눈을 즐겁게 한다. 액션의 규모가 압도적인 만큼 영화를 ‘체험’할 수 있을 만한 큰 극장에서 보시길 권한다.

 

에디터 Y: [퍼시픽 림:업라이징]은 ‘킬링타임용 블록버스터’로 즐기기 적합한 영화다. 지구를 외계 괴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모인 주인공들이 거대 로봇을 조종하며 괴수와 싸우는 액션 장면은 분명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다만 스토리 흐름이 다소 들쑥날쑥하다. 초반 주인공들이 본격적인 전투를 하기까지의 전조 부분이 늘어지고, 다른 악역 로봇과 싸웠다가 외계 생명체인 ‘카이주’와 겨루는 싸움들이 끊겼다가 이어지기가 반복된다. 다행히 작품은 주인공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사명감을 키워나가는 성장 서사에 지나친 드라마를 할애하지 않아 영화의 오락성을 충실히 살려낸다. 적당히 주·조연들의 매력을 느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다.

 

이미지: 소니 픽쳐스

 

에디터 J: 1983년, 엘리오와 올리버의 그 해 여름은 이 땅의 모든 순수한 사랑과 욕망에 바치는 찬가다. 눈부시게 찬란한 햇살은 오해와 머뭇거림을 반복하며 혼란과 두려움이 앞서는 서툰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설렘과 탄식이 교차하는 두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도록 이끌며 온몸의 감각을 황홀하게 일깨운다. 비록 그 사랑이 예견된 행로를 벗어날 수 없다 해도 마침내 수많은 엇갈림을 지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에 이르면 터질 듯한 벅찬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 시절 듣고 싶었던 인생의 조언이 흘러나오며, 때론 시간이 흐른다 한들 쉽게 변하지 않을 절대적인 감정과 찬란했던 순간의 소중함을 전한다. 장작불 앞에서 수많은 상념에 빠진 엘리오가 그랬듯 영화가 끝난 뒤 순수한 열망에 사로잡혔던 아련한 감정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감정적 전이를 경험하게 된다.

 

에디터 W: 지난 한 해 동안 엄청난 호평을 받아왔던 영화라 기대치가 높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뜨거운 여름, 푸르른 이탈리아의 풍경을 정신없이 눈에 넣다 보면 엘리오와 올리버가 어느새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속삭이고, 이별하고 슬퍼한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고 ‘내가 분명히 놓친 게 있다’라고 생각한 그 순간, 방금 전까지 본 영화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과, 눈빛과, 말을 조금씩 곱씹으며 다가갈수록 머릿속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고, 영화는 큰 퍼즐이 아니라 정교한 예술 작품이 되어 황홀함을 선사한다. 매력적인 두 주인공은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지만 더욱 아름다운 건 그들이 사랑을 향해 다가가는 모든 순간이었다. 쉽게 잊기 어려운 영화가 될 것 같다.

 

에디터 DY: 아름답지만 혼란스러웠다.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주인공의 감정선을 철저하게 따라가면서도,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고 여유로운 한여름 이탈리아의 풍경을 구경할 틈도 없이 엘리오의 격렬한 감정 변화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혼란스러움이 극에 달할 때쯤 깨달았다. 이 영화가 17살 소년 엘리오의 첫사랑 이야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상대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가슴 미어질듯한 답답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첫사랑이다. 엘리오의 혼란스러움과 애틋함과 답답함을 오롯이 화면에 담아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나의 마음까지도 요동친 것이었다. 깨닫는 순간 영화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지만 극중 올리버는 야속하게도 엘리오에게, 그리고 나에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게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날 영화가 아니다. 한 번만 보고 말기엔 이 영화 속에서 내가 놓친 것들이 지나치게 아름다울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