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레디 플레이어 원 vs 곤지암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쇼박스

 

한층 풀린 봄 날씨에 맞춰 전혀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뛰게 할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선사하는 대중문화 종합선물세트 [레디 플레이어 원]과 [기담]으로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케 했던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문화 아이콘들이 한데 모여 화제가 된 [레디 플레이어 원]과 실제 폐건물을 모티브로 해 더욱 생생한 공포를 안겨줄 [곤지암] 중 주말 박스오피스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에그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W: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 세계 너드(nerd)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 추억의 시대가 된 1980년대 대중문화 레퍼런스가 스크린에 한꺼번에 등장할 줄이야. 작정한 듯 쏟아져 나오는 캐릭터를 보자면 놀랍고 반가워서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평범한 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세상을 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블록버스터’ 다운 단순한 스토리, 전형적인 캐릭터와 인물관계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순진함 그 자체인 영화에 마음이 가는 건 착한 마음을 품은 존재들이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스필버그 감독의 시각 덕분이다. 2월 말 개봉한 [더 포스트]가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 생각하기 힘들 만큼 다르지만, 가상세계에서도 현실에서도 희망과 정의를 추구하는 삶은 포근한 위로를 전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은 정말 따뜻해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락’ 영화가 아닐까?

 

에디터 DY: 영화를 보면서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TV 앞에 달라붙어서 VCR로 [쥬라기 공원], [빽 투 더 퓨처]를 수도 없이 본 어린아이가 브루스 웨인, 라라 크로프트, 건담, 그리고 트레이서와 함께 자라 온 그런 인생 말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꼭 덕후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아는 만큼 재미있어지는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은 모르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했을, 왠지 익숙한 그때 그 시절 대중문화를 눈과 귀로 한껏 받아들이면서 추억과 향수를 곱씹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레디 플레이어 원]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일차원적인 스토리라인과 캐릭터가 이 영화의 문제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문화 아이콘들을 한 데 모으려 시도를 한 작품은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이니 한 번쯤은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에디터 Y: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영화다. 휘황찬란한 디지털 세계를 뽐내는 듯하지만, 그 안엔 과거 팝 컬쳐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가득해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내뿜는다. ‘오아시스’라는 가상 세계는 영화, 게임, 만화를 통해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덕후’들에겐 말 그대로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이를 지키기 위해 사투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아무리 착해 빠지고 진부한 영웅 서사라 해도, ‘덕후’들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기에 이 뻔한 이야기도 위로가 되고 감동을 준다. 영화 속 가상 세계를 감히 ‘가짜’라 부르지 않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 모두 실제라고 속삭여주는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팬레터를 쓰고 싶다!

 

이미지: (주)쇼박스

 

에디터 J: 울 정도로 무섭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나온 영화 중 공포 체감지수가 상당하다. 가지 말라는데 기어코 찾아간 사람들의 뻔한 이야기에 고프로, 캠코더, 오스모, VR, 드론이 가세해 식상해진 파운드 푸티지를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첨단장비와 만난 1인칭 시점 촬영 방식은 그곳에 있는듯한 생생한 현장감으로 실감 나는 공포를 조성한다. 뻔한 속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폐건물에 들어선 이들이 차례로 봉인된 공간을 해제할 때마다 스산한 긴장감이 엄습하며 뒷목이 뻣뻣해진다. 점차 두려움에 질려가는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 소셜미디어에 친숙한 1020세대를 저격한 트렌디한 설정은 사실적인 공포를 극대화한다. 마지막 종합선물세트처럼 한바탕 호러쇼를 풀어놓으며 밤잠 설치게 할 공포를 끝까지 완성한다. 모처럼 극장에서 비명 떼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에디터 W: [곤지암]은 이야기 대신 공포의 ‘경험’ 그 자체에 집중한다. 곤지암 정신병원 체험에 나선 주인공들의 사연이나 공간의 역사 외에 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들에 대한 정보는 생략한다. 초반부에는 영화의 오싹한 분위기를 쌓아간다.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시점이 바뀌는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데, 뭔가 있을 것 같은 순간은 그냥 지나가거나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조금은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방울 좀 짤랑대는 수준을 넘어선 악령들의 활약은 후반부에 시작된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비명을 냅다 지르게 되는 장면이 쉴 새 없이 나오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정신없이 무서워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난다. 질질 끌지 않는 깔끔한 마무리는 오히려 개운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 느낌 때문에 [곤지암]은 ‘정말 무섭지만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에디터 DY: 제발 가지 말라면 가지 말자… 영화를 보고 나니 어금니가 아팠고 가슴부터 팔 근육까지 저릿저릿했다. 에디터가 어떤 자세와 심정으로 영화를 봤을지 상상이 갈 것이다. [곤지암]은 관객을 놀라게 하려고 작정한 영화다. 순전히 ‘공포’에 온 힘을 쏟으니 서사나 인물의 갈등 등은 최소한으로 줄여버려서 ‘이야기가 있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제대로 빠질 것이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진 인터넷 방송에는 각본도 없고 연기를 하는 배우도 없다. 자신과 똑같은 일반인의 공포 체험을 생생하게 보는 기분을 영화 내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주는 공포감이 더욱 소름 돋게 다가올 것이다. 숫하게 등장했던 모큐멘터리 호러 영화에 각종 첨단 장비가 더해지면서 관객이 느끼는 생동감은 말할 것도 없다. 비록 후반부를 위해 전반부가 다소 루즈하게 흘러간 느낌도 없지 않으나,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마지막 2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