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블랙핑크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소리도 없이(Voice of Silence) –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미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에디터 현정: ★★★ 익숙한 소재를 주무르는 솜씨가 신선하다. 홍의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리도 없이]는 범죄조직의 뒤처리 일을 하는 생계형 범죄자가 유괴된 아이를 맡으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이미 많은 영화에서 본 잔혹한 범죄가 서사의 중심에 있지만,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들은 관습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영화는 부조화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현실은 끔찍한데, 두 주인공은 성실하고 순박하며, 청량감이 짙게 배인 여름 농촌의 풍경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냉소와 위트를 담아 태연하게 넘나들며 무감각한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폰조(Fonzo) – 톰 하디의 혼신의 연기뿐
이미지: ㈜키다리이엔티

에디터 원희: ★☆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톰 하디가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미국 역사상 전설적인 갱스터 알 카포네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영화 [폰조]에서 실감 나는 분장을 통해 말년의 알 카포네로 변신했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억양, 걸음걸이까지 바꾸어 완벽하게 인물을 묘사한다. [덩케르크] 이후 톰 하디와 다시 만난 잭 로던을 비롯해 린다 카델리니, 맷 딜런, 카일 맥라클란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그러나 영화의 장점은 여기에서 끝난다. 질병으로 인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착란을 겪는 알 카포네는 주변의 모두가 자신을 노린다고 생각하며 점차 불신을 키워가는데, 의심스러운 구도로 비쳐야 할 인물들을 허술하게 담아내어 좀처럼 긴장감을 끌어모으지 못한다. 헐겁게 이어진 장면은 흥미를 반감시키고, 의심스러운 요소들의 정체가 허무하게 밝혀지면서 서사가 흩어진다.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 – 블랙핑크 입덕 가이드 그 이상의 매력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블랙핑크의 데뷔 때부터 월드투어까지의 이야기를 70분 동안 공연 영상과 인터뷰로 담은 다큐멘터리.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연습생 시절과 월드 투어 무대 뒤의 생생한 현장이 가득 담겨 블랙핑크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다큐멘터리는 의외로 팬들의 환호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연 장면보다 연습생 시절의 힘들었던 시간이 더 많다. 어린 나이에 쉴 새 없는 경쟁을 이겨내야 했던 고충과 연습에만 몰두한 나머지 유년 시절의 추억이 많이 없다는 당사자의 넋두리를 듣다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물론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후반부 멋진 공연 장면으로 다가와 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멤버들의 인터뷰도 재미있다. 여타 연애 매체의 형식적인 인터뷰와는 달리 멤버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비글미 넘치는 모습에 즐거움은 더욱 커져간다. 여러모로 이번 작품은 블랙핑크 입덕 가이드 그 이상이 매력이 있다. 인기에 편승한 겉핥기식 다큐가 아닌, 아티스트를 향한 애정과 기대가 진심 어리게 담겨있어 팬이 아닌 사람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 – 유령이 아닌 사람, 그리고 사랑 이야기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힐 하우스의 유령]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작보다 못하냐’라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가정교사 대니가 부모를 잃고 요리사와 가정부, 정원사와 함께 블라이 저택에 사는 어린 두 남매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저택에 머무는 이들은 오래도록 감춰진 끔찍하고 슬픈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평화롭던 나날들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전작에 비해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이는 공포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하지만 ‘공포 드라마’라는 틀 안에서 감성적인 로맨스를 선보이는 마이크 플래너건의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연출은 여전히 빛이 난다. 특히 인물들의 기억을 오가는 몇몇 에피소드 연출은 전작의 롱테이크 시퀀스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텔링, 연출, 메시지까지 전부 훌륭하니, 극중 인물의 말마따나 ‘더없이 멋진’ 작품이다.

데프 U(Deaf U) – 찬란하고 평범한 대학생활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미국 청각장애인 명문 대학교 ‘갤러뎃’의 재학생들을 관찰한 리얼리티 쇼. 인종, 성장 배경, 성격 모두 다른 개성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데프 유]는 음성 언어 대신 수어를 사용한다는 것 외엔 지극히 평범한 Z세대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파티를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솔직하고, 잘못과 실수에 괴로워하는 모습은 매우 익숙하다. 종교적 집안에서 자란 몇몇 학생이 학교와 가정의 가르침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데프 유]는 청각장애인 커뮤니티 내의 계급의식, 배타적 태도, 배제의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농인과 일부 청각장애를 구분하고, 농인 커뮤니티에서 자란 ‘엘리트’들이 공동체 외부의 문화를 차별하며, ‘농인 다움’의 패러다임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은 청인 1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