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 캐릭터에 집중한 수사 드라마

날짜: 7월 26, 2020 에디터: 현정

잘 만든 캐릭터는 뻔한 수사극을 다시 보게 한다. [모범형사]는 주로 사건의 잔혹성을 부각하고 살인마와 형사의 대결 구도를 그린 사건 중심의 수사극에서 한 발짝 벗어나 대조적인 성격의 두 형사가 하나의 진실을 좇는 과정을 먼저 구축하고 인물과 함께 사건에 빠져들도록 끌어들인다.

이미지: JTBC

베테랑 형사가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다른 엘리트 형사를 파트너로 맞아 5년 전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는 설정은 얼핏 기존 수사물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두 형사는 트러블을 겪으며 합의점을 찾아갈 테고, 사건의 진실은 다가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암초에 부딪힐 게 뻔하다. 보기도 전에 익숙한 그림이 펼쳐진다.

그런데 섣부른 오해였을까. 강도창(손현주), 오지혁(장승조) 두 형사는 처음부터 예상과 다른 모습이다. 형사 생활 18년 차 강도창은 강력팀 형사보다 소시민에 가깝다. 그는 진급 심사를 앞두고 갑자기 팀원으로 합류해 파트너가 된 경찰대 출신 오지혁이 부담스럽다. 강력팀에 잠시 머물다 광역수사대로 돌아갈 게 뻔한데, 행여나 승진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 형사이기 전에 직장인의 짠한 비애가 강도창이란 인물에 선명하게 박힌다.

반면, 동료 형사들을 묘하게 불편하게 하는 오지혁은 덤덤하다. 사교성은 부족하지만 모난 구석은 없고, 어두운 사연이 있는 것 같지만 그늘져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의식하지도 엘리트 출신이라고 으스대지도 않고 형사로서 본분에만 관심 있다. ‘대꼴통’라는 별명도 있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기존의 형사와 달리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간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만큼 능력도 뛰어나다.

이미지: JTBC

[모범형사]는 현실에 단단히 발붙인 강도창과 의외성으로 눈길을 끄는 오지혁, 두 형사의 콤비 플레이를 차분히 가동하며 5년 전에 은폐된 진실로 향한다. 두 사람은 과거 강도창이 담당했던 ‘이대철 사건’의 새로운 정황과 맞닥뜨린다. 대학생과 담당 형사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후 사형선고를 언도받은 이대철이 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 형사 생활을 무탈하게 보내고 싶은 강도창이 곤혼스러움에 주춤거릴 때, 오지혁이 묵묵히 그를 자극하며 진실을 좇는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살인 미스터리는 현실적인 이유로 신념보다 안위에만 신경 쓰던 강도창이 양심을 따라 자신의 과오를 바로잡으려 결심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경찰서장과 동료 형사가 노골적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가운데, 진범으로 유력한 새 용의자가 부상한다. 오지혁의 사촌 형이자 막대한 돈으로 권력을 누리고 있는 오종태(오정세). 수사 과정에서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그가 살해된 대학생과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미지: JTBC

갖가지 의문점을 쏟아내며 강도창과 오지혁이 합을 맞추는 과정을 그렸던 이야기는 이제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과의 대립 구도로 나아간다. 이야기의 얼개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중심에 선 두 인물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갖게 한다.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밀고 나가는 형국이다. 오지혁이 명석한 두뇌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건을 꿰뚫는다면, 강도창은 오랜 형사 생활에서 얻은 노련함과 인간미로 든든하게 받쳐준다.

두 형사의 파트너십이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공고히 다져지는 것도 몰입도를 높인다. 이대철의 딸 이은혜는 잘못된 수사가 한 개인과 가족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며 강도창을 각성시키고, ‘적당히’라는 표현이 어울렸던 강력 2팀 형사들은 본보기가 되었던 강도창을 따라 힘을 실어준다. 기자로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했던 사회부 기자 진서경(이엘리야)은 두 형사와 공조해 실체를 파헤치기로 한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호연도 [모범형사]에 빠져드는 요인이다. 특히 손현주와 장승조의 힘을 뺀 연기가 캐릭터에 생생한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손현주는 서민적인 형사에 어울리는 생활 연기를 맛깔나게 살리고, 장승조는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을 유들유들하게 그려내 현실감을 입힌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호흡도 좋다.

기대보다 진서경의 역할이 크지 않고 4화에서는 캐릭터가 붕괴된듯한 모습을 보여 아쉽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잘 보인다. 초반부터 강도창과 오지혁을 중심으로 각 캐릭터들의 면면을 잘 구축해서 비밀을 움켜쥔 채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에 자연스레 탄력이 붙는다. 부디 이 즐거움이 끝까지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