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알아본다, 선댄스가 먼저 알아본 영화

 

 

영화지망생의 등용문 선댄스영화제!

 

by. Jacinta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선댄스영화제가 시작됐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독창적이면서 신선한 작품들이 앞다투어 선보인다. 선댄스영화제는 독립영화를 장려하고 발굴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지만, 독립영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해 영화 산업의 흐름이 시작되는 곳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마켓 경쟁에 넷플릭스, 아마존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가 가세하면서 향후 선댄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지난해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각각 10편과 5편의 영화를 구매했다는 사실만 봐도 선댄스영화제가 영화 산업에 미칠 영향력을 짐작하게 한다.

뿐만 아니다. 장르불문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들이 먼저 선보이며 비평가와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얻는 만큼 영화지망생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1985년 열린 제1회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분노의 저격자]가 코엔 형제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선댄스영화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동안 선보였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선댄스에서 먼저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이후 할리우드에 입지를 구축한 감독과 배우들의 영화를 소개한다.

 

 

 

1. 겟 아웃(Get Out, 2017)

 

이미지 : UPI 코리아

 

코미디언 출신 조던 필 감독의 데뷔작 [겟 아웃]은 인종차별을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내 비평가들의 찬사와 관객들의 지지를 얻은 영화다. 불안을 자아내는 기묘한 분위기가 트럼프 시대의 위기감과 겹치면서 더 많은 시너지를 일으켰다. 선댄스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이후 북미에서 개봉해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강제 개봉이라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현재 각종 시상식 후보로 오르고 있으며,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 위플래쉬(Whiplash, 2014)

 

이미지: (주)쇼박스

 

한국에서 유독 많은 많은 사랑을 받은 [위플래쉬]도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임에도 탄탄한 각본과 신들린 연기가 만나 그해 전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찬사를 받았다. 그 결과 아카데미에서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다음 작품 [라라랜드]는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아카데미 6관왕을 차지했다. 데이미언 셔젤은 명실상부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올라섰다.

 

 

 

3.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Fruitvale Station, 2013)

 

이미지: 영화사 진진

 

2013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다음 달 [블랙 팬서]로 한국을 찾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주연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은 이 영화를 시작으로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실제 있었던 흑인 청년의 죽음을 재구성한 영화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이 평범한 남자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독립영화로 시작해 디즈니라는 메인 스트림으로 진출한 감독의 [블랙 팬서]가 올해 첫 마블 영화라는 점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4. 윈터스 본(Winter’s Bone, 2010)

 

이미지: 씨제이씨지브이㈜

 

[윈터스 본]은 오늘날의 제니퍼 로렌스를 있게 한 작품이다.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진실을 추적하는 17세 소녀 ‘리’의 외로운 분투를 서늘한 풍경으로 담아냈다. 전형적인 스릴러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탄탄한 각본이 형성하는 서스펜스와 나이를 초월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강렬한 영화적 경험을 불러온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뒤, 아카데미를 포함한 여러 시상식에 후보로 지명되는 등 높은 완성도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5.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2009)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두 남녀의 로맨스를 일종의 성장영화처럼 담아내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영화다. 천편일률적인 식상한 전개에서 벗어나 현실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연출로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힌다. 뮤직비디오를 주로 연출하던 마크 웹 감독은 호의적인 반응에 힘입어 스파이더맨 시리즈 리부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연출직을 맡았다. 비록 아쉬운 성적으로 삼부작 트릴로지로 진행되진 못했지만 감독 데뷔작 [500일의 썸머]만큼은 로맨스 영화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분명하다.

 

 

 

6. 원스(Once, 2007)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절제된 감성과 감미로운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다. 그 시작은 2007년 선댄스영화제였다. 뮤지션 출신의 감독과 배우가 만들어낸 두 남녀의 만남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아카데미 주제가상도 수상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존 카니 감독은 [원스]의 성공에 힘입어 할리우드로 건너가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와 [비긴 어게인]을 찍고,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싱 스트리트]를 연출하며 자신만의 음악영화 세계를 공고히 했다.

 

 

 

7. 쏘우(Saw, 2004)

 

이미지: 영화사 한결

 

무서운 장면 없이도 무서운 [컨저링]을 연출한 제임스 완은 대표적인 고어 영화로 꼽히는 [쏘우]로 데뷔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생존 게임을 긴장감 있는 연출과 충격적인 반전으로 그린 영화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쏘우]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제임스 완 감독은 [인시디어스], [컨저링]과 같은 전혀 다른 색의 공포영화와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아쿠아맨]의 연출을 맡는 등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8. 아메리칸 사이코(American Psycho, 2000)

 

이미지: 길벗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찬 베일의 진가를 알린 영화다. 살인 충동에 빠진 부유한 남성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통해 현대인의 모순과 병폐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드러내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 패트릭을 연기한 베일의 소름 돋는 연기에 대한 찬사가 잇따랐다. 이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베일은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삼부작을 비롯해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9.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 1999)

 

이미지: Artisan Entertainment

 

페이크 다큐 혹은 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레전드라 불리는 영화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는데 영화제 기간 중 마치 실제 사건처럼 홍보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선댄스에서 시작된 입소문 전략은 단단히 먹혀들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으며, 이후 [블레어 윗치]처럼 핸드헬드 기법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케팅 전략에 분노한 사람도 있지만, 영화가 해낸 성과는 마케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10.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

 

이미지: 와이드 릴리즈(주)

 

[유주얼 서스펙트]는 지금까지도 관객을 속이는 영리한 반전의 스릴러로 꼽힌다. 199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퍼블릭 액세스]의 브라이언 싱어와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함께 작업한 두 번째 작품이다. 선댄스에서 먼저 공개된 뒤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과 비평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로 유명세를 얻은 브라이언 싱어와 케빈 스페이시는 공교롭게도 불미스러운 일로 현재 활동을 중단했다. 브라이언 싱어는 불성실을 이유로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해고된데 이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으며, 케빈 스페이시는 성추문 사건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두 하차하는 수모를 당했다.

 

 

 

11.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

 

이미지: 미라맥스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은 미국 독립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극단적인 폭력과 잡담에 가까운 대사, 독특한 전개 방식은 낯선 경험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선댄스영화제 공개 당시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제이미 버나드는 영화를 본 충격을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에 비유할 정도였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평가들과 관객에게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안겨준 이 영화를 발판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된다.

 

 

 

12.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 Videotape, 1989)

 

이미지: 미라맥스

 

스티븐 소더버그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권태에 빠진 부부를 포함한 네 인물의 성적 관계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으며, 칸영화제에도 초청되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 소더버그 감독은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 [더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