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트렌치코트는 애써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을 내는 패션 아이템이다.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하는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트렌치코트.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옷장 속 트렌치코트를 소환해야 할 것 같다. 스타일링에 따라 여성스러운 우아함과 세련되고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기에 앞서 영화 속에서 인물의 개성과 분위기에 맞게 연출한 그녀들의 스타일을 살펴보자.

 

 

전지현 – 베를린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남편과 베를린에 상주하며 통역관으로 일하는 련정희는 유독 말이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 오해받기 쉬운 그녀는 동명수의 계략에 빠져 남편 표종성의 의심을 사는 데다 상관의 지시로 내키지 않은 일도 해야 했다. 한 마디로 이래저래 외로운 인물. 마음을 토로할 수도 기댈 수도 없는 련정희의 외로움은 그녀가 늘 입는 트렌치코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차림이지만 허리끈까지 질끈 묶어 흐트러짐 없이 연출한 스타일은 어딘가 비밀스러운 련정희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김희애 – 쎄시봉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드나들던 남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뮤즈 민자영.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솔직함 때문에 상처를 주는 나쁜 여자이기도 하다. 오근태와 헤어지고 영화감독과 결혼한 뒤 여배우로 성공한 중년의 민자영을 연기한 김희애는 니트 머플러로 포인트를 준 트렌치코트룩으로 첫사랑의 추억을 우아하게 소환한다. 비록 오근태의 순정을 몰라주고 가슴 아프게 했지만, 20년 후 공항에서의 짧은 재회는 오근태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지 않을까.

 

 

탕웨이 – 색, 계, & 만추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여배우의 트렌치코트 패션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탕웨이는 두 영화에서 정반대의 패션을 선보였다. 영화 ‘만추’에서 애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리고 풀어헤친 코트 위에 무심하게 머플러를 두른 채 처음 만난 훈과 안개 가득한 시애틀 여기저기를 다닌다. 무심한 패션은 마음 쉴 곳을 잃은 애나의 공허한 마음을 닮았다. ‘색, 계,’에서 왕치아즈는 친일파 핵심 인물 이를 암살하기 위해 관능적인 매력의 막부인으로 변신한다.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붉은 립스틱과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치파오, 그리고 성숙한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트렌치코트와 페도라까지, 수수한 모습의 왕치아즈는 온데간데없고 완벽하게 막부인이 된다.

 

 

에이미 아담스 – 프로포즈 데이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애나는 4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의 청혼을 바라지만, 눈치 없는 남친은 선물만 주고 아일랜드로 출장을 떠난다. 때마침 여자가 청혼하면 무조건 승낙해야 하는 아일랜드 풍습과 겹치고, 잘 나가는 부동산 코디네이터 애나는 과감히 프로포즈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평소 클래식한 패션을 즐겨 입는 애나는 아직은 쌀쌀할지 모를 아일랜드 날씨를 감안해 트렌치코트를 외투로 선택했다. 캐주얼한 청바지와 입을 때는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고, H라인 스커트를 입을 때는 플라워 패턴 블라우스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여행룩보다는 데이트룩에 좀 더 가까운 애나의 스타일링 때문일 때, 그곳에서 만난 까칠한 남자 데클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제니퍼 로렌스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이 영화에서 패션을 논할 때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써도 매력적인 브래들리 쿠퍼가 당연하겠지만, 공허한 마음을 육체로 이기려 하는 티파니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예측불허의 행동과 과감한 발언으로 자신의 상처를 숨기는 티파니, 일상에서 즐겨 입는 옷만 봐도 황폐해진 마음을 알 수 있다. 상처와 죄책감으로 닫힌 마음을 상징하는 듯 블랙 계열의 옷을 주로 입는 티파니는 블랙 트렌치코트를 입을 때도 블랙 머플러를 걸친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은 패션처럼 보이는데도 지울 수 없는 섹시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제니퍼 로렌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가.

 

 

레베카 퍼거슨 –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신디케이트 조직에 납치당한 에단 헌트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의문의 여인 일사는 MI6 요원이다. 조직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위장 잠입한 일사는 헌트와 동등한 위치에서 활약하며 때론 헌트를 능가하는 액션을 뽐내기도 한다. 스파이 요원이라는 특성상 평소에는 튀지 않는 패션을 즐기는 일사는 짙은 색상의 트렌치코트에 블랙 팬츠와 블라우스를 매치한 시크룩을 선보인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는 일사의 성격과 어울린다.

 

 

앤 해서웨이 & 케이트 허드슨 – 신부들의 전쟁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결혼식 날짜가 겹치는 바람에 절친에서 라이벌이 된 엠마와 리브.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는 교사 엠마와 성공한 변호사 리브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답게 패션 스타일도 비슷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는 두 사람이 선택한 트렌치코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기적인 성격의 리브는 블랙과 베이지 트렌치코트로 심플하고 세련된 커리어룩을 연출하고, 다정한 성격의 엠마는 그린과 버건디 색상의 코트로 부드러운 매력을 드러낸다.

 

 

레아 세이두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짧은 분량에도 서늘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레아 세이두. 그녀가 연기한 냉혹한 킬러 사빈 모로는 무표정한 눈빛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프닝부터 강렬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걸음으로 무심하게 총을 쏘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차가움을 완성하는 듯한 패션도 잊을 수 없다. 어깨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려오는 금발 머리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그레이 코트에 블랙 토트백을 매치한 사빈의 패션을 프렌치 시크룩으로 완성한다. 바로 이게 반전이다. 언뜻 보기엔 어떤 의도도 감지할 수 없는 세련된 패션에 차가운 본능을 숨겨둔 사빈. 그 때문일까.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에서 섬뜩함이 풍긴다.

 

 

갤 가돗 – 원더 우먼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스테디셀러 트렌치코트는 전투용 외투에서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에서 군복으로 유용하게 쓰이며 이후 대중적인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원더 우먼’에 이처럼 밀리터리룩에 영감을 받은 의상이 등장한다. 트레버 대위를 따라 런던에 도착한 다이애나가 그의 비서 에타를 따라간 양장점에서 고른 옷이다. 에타가 권하는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마다하고 최종 선택한 옷은 단정한 원버튼 재킷과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로 구성된 심플한 투피스다. 거기에 짙은 색상의 모자와 뿔테 안경을 매치해 그 시대의 ‘신여성’ 패션을 완성한다. 단지 진보적인 패션에 머무르지 않은 다이애나는 이후 용기 있는 선택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지구를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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