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재검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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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재검토하다

DC 영화 전체 전략을 바꾼 <원더 우먼>

written by 아브라함 리즈먼
translated by 겨울달

 

<원더 우먼> 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DC 엔터테인먼트에는 역설이 있다. 이는 슈퍼맨 유니폼을 입은 두 남자로 요약할 수 있다. 한 사람은 타일러 호클린으로 TV 드라마 <슈퍼걸>에서 슈퍼맨 역을 맡은 멋진 미국인이다. 다른 사람은 헨리 카빌로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에 이어 곧 개봉할 텐트폴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으로 등장하는 조각 같은 영국 미남이다. 호클린의 슈퍼맨은 사람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레귤러 출연진은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드라마에 아낌없는 애정을 퍼붓는 팬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반면 카빌의 슈퍼맨은 이미지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는 비평 면에서 다소 무시당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심한 조롱도 당했다. 간단히 말하면, 한 슈퍼맨은 높이 날고, 다른 슈퍼맨은 난기류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는 DC 엔터테인먼트의 축소판과 같다. 영화는 꾸준히 악평을 받아왔지만 다른 곳에서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 DC 코믹스로 출발해 2009년 구조를 재편한 DC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워너 브라더스의 다른 자회사와 함께 슈퍼히어로 콘텐츠를 TV, 게임, 상품, 영화로 만들고 있다. 코믹스는 최근 ‘리버스(Rebirth)’ 시리즈 덕분에 다시금 호황을 맞고 있다. <고담>, <애로우>, <플래시> 등 DC TV 시리즈는 시청률도 좋고 팬들의 충성도도 높다. <인저스티스>, <배트맨: 아캄> 시리즈도 게임 중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게다가 워너 브라더스의 머천다이징 파트너십도 결실을 맺고 있다. 슈퍼히어로 걸스 토이 라인은 웹 카툰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책과 함께 작은 제국을 이루기도 했다.

 

이런 상반된 평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DC 엔터테인먼트 팀의 주요 인력이 다른 분야와 달리 영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튜디오 내 다른 사람들과 영화인들에게 인정받는 데 노력해야 했어요.” DC 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제프 존스는 올 7월 샌디에이고 코믹콘 기간 동안 샌디에이고 메리엇 호텔에서 열린 DC 임원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난 16 개월 동안 그들은 영화 작업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변화는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제프 존스의 옆에 앉아 있던 DC 엔터테인먼트 사장 다이앤 넬슨은 말했다. “마냥 혼란스러운 게 아닙니다. 의도한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싸움 한가운데 있다. 수년 동안 그들은 극장에서 라이벌 마블이 날아오를 때 고전해야 했다. 마블은 2008년부터 할리우드에서 가장 떠들썩한 컨셉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개척해 왔다. 동일한 세계에 여러 개의 개별 영화가 존재하고, 캐릭터들은 다른 영화로 건너가며, 모두 모여서 거대한 영화를 만들어낸다. 디즈니 산하 마블의 철권 아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운영하며 수십 억의 눈과 돈을 벌어들였다. 영화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력하게 컨트롤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을 본 워너는 2013년 <맨 오브 스틸>로 그들만의 영화 유니버스를 열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것과 달리 결말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음울한 슈퍼맨을 그려내 비판받았다. 2016년에는 암울하고, 거칠고, 제작비도 많이 든 <배트맨 대 슈퍼맨>을 개봉해 거센 악평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8억 7300만 달러를 벌어들여 같은 해 개봉한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11억 53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불과 몇 달 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7억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비평가들에게 난도질당하며 로튼 토마토 미터는 겨우 25%를 기록했다. 방해물이 있다는 것도 충분히 나쁘지만, DC 영화들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개별 영화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전체 유니버스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넬슨은 개의치 않아 보인다. DC와 워너가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그들은 영화의 연속성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모든 영화가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아이디어를 덜 강조하길 원한다. “확실히 우리의 의도는 영화의 연속성을 통해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없게 하는 것이지만, 유니버스 내에서 스토리 라인이나 상호 연결성을 고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넬슨의 말에 다른 임원들도 동의했다.

 

새로운 접근법은 이미 테스트를 거쳤으며,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성공적이었다. <원더우먼>은 올여름 영화 중 최고 수익을 올리며, 로튼 토마토에서 다른 마블 영화보다 훨씬 높은 92%를 기록했다. 넬슨과 동료 임원들은 유니버스의 다른 요소를 무시하고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한 것을 성공의 열쇠로 보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존스가 말했다. “<저스티스 리그>같은 영화는 캐릭터를 모두 모으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쿠아맨(2018년 개봉 예정)> 같은 영화를 모든 작품과 연결되게 하는 것이 우리 목표는 아닙니다.” 넬슨 또한 “앞으로 DC 영화는 유니버스 내에서 존재하겠지만, 각 영화는 이를 만드는 감독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분산 전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존 세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시네마틱 유니버스 바깥에 존재할 영화를 통칭할 별도 레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유명 영화 제작자들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완전한 단독 영화를 제작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 더 큰 시계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논의 중인 첫 번째 프로젝트는 슈퍼 빌런 ‘조커’의 단독 영화이며, <행오버>와 <워 독스>의 감독 토드 필립스가 각본과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존스는 조만간 이 ‘별도 레이블’의 이름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은 이전 DC 영화들이 유니버스 형성에 지나치게 매여 있다고 여겼던 비평가들에게는 환영받겠지만, 워너 브라더스의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비관적인 말들을 모두 없애진 못할 것이다. DC 엔터테인먼트가 TV, 코믹스, 게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음에도 영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큰 문제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고비를 넘겼다고 보고 있다. 워너와 DC가 현재 극장에서 구현하려는 방식은 거저 얻어진 것도 아니며, 영화의 부정적 반응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성장과 실수, 이익을 위한 조심스러운 선택의 결과물이다.

 

DC 엔터테인먼트의 성공 스토리가 코믹스라면, 아마 서로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이 짝을 이루는 작품일 것이고, 그들은 ‘괴짜’와 ‘기업인’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존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괴짜로 평생 코믹스를 읽어왔으며 모든 내용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넬슨은 지금 회사에 오기 전까지 만화책은 펴보지도 않았다. 존스는 항상 공개 석상에 나서고, 괴짜 블로거부터 기업 라인에 이르기까지 즐겁게 인터뷰를 하는 반면, 넬슨은 저널리스트와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며 뒤에서 운영한다. 존스는 1999년 DC 코믹스에서 작가 일을 시작하며 경력을 쌓아 왔고, 넬슨은 경영 파트를 거쳐 워너 브라더스의 해리 포터 브랜드를 관리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09년, 이들은 DC를 위협하는 공통의 적 마블을 마주하기 위해 모이게 됐다.

 

그때까지 배트맨은 워너에게 가장 큰 수익을 안겼다. 가장 최근의 경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스>와 10억 달러 수익을 올린 <다크 나이트>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전략을 보유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자체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개봉해 돌풍을 일으킨 <아이언 맨>과 그보다는 덜 흥행한 <인크레더블 헐크>를 선보이며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후속편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마블은 심지어 B급 슈퍼히어로가 등장한 영화까지 성공시켰다. 워너도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마블이 유니버스 세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다.

 

“DC는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마블에 한참이나 뒤쳐져 있어요.” DC의 전 에디터가 말했다.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어요. 영화 쪽에선 워너 브라더스도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어요.” 워너 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의 회장이자 CEO인 베리 마이어, 사장 겸 최고운영자 앨런 혼, 워너 영화부문 책임자 제프 로비노프는 한데 모여 DC가 마블의 상승세에 대항할 보루임을 강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DC 코믹스 시대의 종결과 조직의 재개편을 의미했다. DC 엔터테인먼트는 DC의 각종 IP를 워너 산하의 다른 부문에 공격적으로 부여할 권한을 가지며, 슈퍼히어로 상품을 가능한 많은 매체로 밀어 넣었다. ‘해리 포터’를 제외하고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리더는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2009년 9월 9일 DC 엔터테인먼트의 로비노프는 넬슨에게 일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를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넬슨은 코믹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DC가 거의 모든 전권을 가져야 되는 것을 알았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 겸 에디터인 짐 리와 경영자인 댄 디디오에게 공동 발간인 직책을 맡겼다. 그들의 가장 첫 일은 수년간 판매 부진을 겪은 코믹스를 원상 복귀시키는 것이었다. 그들은 ‘뉴 52’라는 전례에 없는 전략으로 이를 해냈다. 기존의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모두 취소하고, 완전히 통제되는 새로운 유니버스에 기반한 52개의 새로운 코믹스로 대체했다. 이것는 훗날 영화에서 시도할 유니버스와는 다른 세계였다. 시도는 대성공을 거뒀으며, 코믹스 판매 성적은 마블을 앞질렀다.

 

출처: DC Entertainment

 

넬슨과 그녀의 팀은 그때까지 (앞으로도) 자신들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다른 매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른 부문에 있어 넬슨은 유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새 일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워너의 다른 부문과 교류를 맡을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업무의 경계가 흐릿해야 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필요로 했다. 존스는 당시 DC 최고의 스타였다. 회사의 대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덜 알려진 캐릭터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그는 할리우드에서 경험도 있었다. DC에서 일하기 전에는 도너스 컴퍼니 제작사에서 인턴과 제작 보조로 일했다. 일련의 대화 끝에 넬슨은 존스가 완벽한 후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를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진행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물려받았다. 일부는 흥미진진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비디오 게임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혁신적인 게임 진행으로 찬사를 받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성 없는 영화 제작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DC에서 덜 알려진 캐릭터 ‘조나 헥스’ 단독 영화는 조쉬 브롤린을 캐스팅해 제작했지만 흥행에 참패했고, 폭력적인 안티 히어로 ‘로보’ 단독 영화는 제작 발표도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기이하고 절망적이게도, DC 코믹스 기반 프로젝트 중에서 워너가 가장 집중한 것은 존스와 넬슨이 접근하기 가장 어려워한 초창기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였다. 2008년 8월 <다크 나이트> 개봉 직후, 워너는 새로운 슈퍼맨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로비노프는 배트맨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제작 조언을 얻으려 했다. 놀란은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잭 스나이더, 두 명의 감독 후보를 제안했다. 스튜디오는 스나이더를 선택했다. 2009년 DC 코믹스 원작의 <와치맨>을 제작해 그저 그런 비평과 흥행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둘 중 선택될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진 인물이었다. 어쨌거나 <맨 오브 스틸> 제작은 시작됐다.

 

거의 같은 시기, 초기 DC 엔터테인먼트가 주목한 영화 프로젝트는 조직 개편 훨씬 전부터 기획 단계에 있던 ‘그린 랜턴’이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으며, 최소 1편의 속편을 제작할 목적으로 기획했다. DC는 영화 개발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하진 않았지만, 존스는 자문과 열렬한 응원을 맡았다. 감독 마틴 켐벨은 존스와의 회의에서 캐릭터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의논했다고 회상했다. DC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지원했다. 존스의 사무실은 워너의 다른 부문과 협업해 그린 랜턴 애니메이션 영화와 어린이용 만화를 만들었다. 기대가 정말 높았다.

 

그만큼 추락은 빨랐다. 2011년 개봉한 <그린 랜턴>은 간신히 예산을 회수했고, 토마토지수는 27%에 그쳤다. “당연히 영화는 실패했어요.” 캠벨은 솔직하게 말했다. “영화가 개봉한 후 모두가 우울해했죠. 반박할 수가 없었어요.” 비평가들과 관객 모두 어린애처럼 유치한 유머 센스와 일관되지 않은 클라이맥스, 고급스럽지 않고 만화 같은 효과를 엄청나게 비난했다. 속편 계획은 갑자기 취소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DC 셀룰로이드 영웅에 대한 큰 계획은 사라졌고, DC 엔터테인먼트 시대 이후 매체의 경계를 넘으려 한 첫 번째 시도는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넬슨과 존스는 더 큰 좌절에 직면했다. <맨 오브 스틸> 기획 과정에서 그들은 소외되었다. 슈퍼맨을 거칠게 그리기로 결정했고, 마지막 전투에 초고층 빌딩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숙적인 조드 장군을 처형하는 장면이 들어갔다. 존스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제프 존스와 다이앤이 대본을 읽었고, 제프는 캐릭터에 맞는 가벼운 터치나 유머가 없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맨 오브 스틸> 제작 과정을 아는 누군가가 말했다. “제프는 그 점을 분명히 지적했지만, 당시 집행부는 제프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2013년 영화는 DC 엔터테인먼트 이름을 달고 개봉했지만, 회사가 한 것은 거의 없었다.

 

또한 마블 스타일의 확장된 세계관이 시작되었다. 개봉한 지 몇 주 지나 2013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워너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대립하는 영화가 후속편이 될 것이며, 어둡기로 유명한 1986년 코믹스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많은 것을 가져올 것이라 밝혔다. 가벼운 터치가 필요하다는 존스의 경고는 무시됐다. 그해 워너의 새로운 CEO로 취임한 케빈 츠지하라는 전임자들보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더 저돌적으로 추진했다. 2014년 10월 그의 감독 아래, 스튜디오는 2020년까지 DC 기반 영화 라인업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모든 영화가 동일하고 거대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부였다. 이 결정은 미친 짓 이상으로 보였다. 당시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은 <맨 오브 스틸> 뿐인 데다 영화 자체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워너는 매번 DC를 따르지 않음에도 DC에 모든 것을 걸었다.

 

<슈퍼걸> 출처: The CW

 

대형 스크린 프로젝트에서 소외된 존스와 닐슨은 작은 스크린에 집중했다. 그들은 그린 랜턴에 적의를 품은 베테랑에게 구원을 받았다. <도슨의 청춘일기>, <에버우드>의 작가 겸 제작자인 그렉 벌란티는 초기 <그린 랜턴> 각본을 썼으며, 다른 워너 영화로 재배정되기 전까지 연출을 맡기로 했었다. 당연히 완성된 영화에 불만이 있었고 워너와도 거의 결별하려고 했다. 존스와 TV 부문 임원 피터 로스, 수잔 로브너는 벌란티를 붙잡기 위해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해 보라며 응원했다. 벌란티는 DC 코믹스의 오랜 팬으로서 궁사 컨셉의 크루세이더 ‘그린 애로우’의 각색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 승인을 받아낸 벌란티는 공동 프로듀서 마크 구겐하임, 앤드류 크리스버그와 함께 CW의 <애로우>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거의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얻었고, DC 영화 유니버스와 연결하기 위한 논의도 없었다. 2012년 10월 10일 CW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며칠 만에 풀 시즌 제작을 확정했다. 존스는 조언에만 그치지 않고, 에피소드 몇 편을 집필했다. 결국 벌란티, 크라이스버그와 함께 DC 주요 캐릭터 ‘플래시’를 내세운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제작했다. 2014년 10월 7일 첫 방영한 <플래시>는 존스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관여한 TV 시리즈다. 몇 년 후 소위 ‘벌란티버스’라 불리는 세계가 추구됐고,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슈퍼걸>과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두 편이 추가 제작됐다. TV 시리즈는 벌란티 프로덕션 사장 사라 슈스터의 말처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스펙터클하며’,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는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현재 벌란티버스 드라마는 CW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DC는 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승리 전략을 TV 분야에서 발전시켰다.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 무엇이 먹히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벌란티가 제작한 드라마는 같은 세계를 공유하지만 <고담>, <아이 좀비>, <루시퍼>, 곧 방영할 <타이탄스>는 단독으로 존재하며 분위기도 작품에 따라 다르다. 제작자는 작품 방향과 분위기를 직접 결정할 수 있고, 존스의 팀은 믿을 만한 파트너에게 제안과 건설적인 비평을 하되, 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에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뉴 52’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코믹스에서도 창작자를 우선으로 한 전략을 채택했다. 2016년 5월, ‘리버스’라는 계획을 발표해 단단했던 연속성을 깨고 창작자의 좋은 아이디어가 펼쳐질 수 있게 했다. <플래시> 코믹스 작가 조슈아 윌리엄스는 ‘리버스’의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뉴 52’의 연속성을 깨는 것을 걱정했다. “그때 제프가 말했어요. ‘그냥 다 잊어버려요. 전부 다 잊어버리세요. 아무 상관없어요. 이 캐릭터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게 뭔가요?'” ‘리버스’는 2016년 5월 25일 런칭 직후부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리버스’ 데뷔 일주일 전, 폭탄이 떨어졌다. 코믹스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 존스는 코믹스와 관계없는 질문에 허우적거려야 했다. 전날 밤 보도에 따르면, 존스는 워너 브라더스 타 부서와의 연락책으로 일하는 것뿐 아니라 스튜디오 임원 존 버그와 워너의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도 맡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를 주목해왔던 사람들에게 메시지는 명확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치명적인 실패가 권력자들을 놀라게 했고, 리더십 구조의 변화가 필요했다. TV와 코믹스에서 성공을 거둔 후, DC 엔터테인먼트의 전문가들은 버그와 함께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발휘해야 했다. 존스와 그의 상사 넬슨은 문제아를 입양한 셈이었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리버스’ 데뷔 두 달 전부터 골칫거리 때문에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6년 3월 개봉한 잭 스나이더가 연출한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존스와 DC는 이전 영화와 마찬가지로 창작 과정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또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초기 예고편과 비슷한 톤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의 재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처참한 비평을 얻자 마침내 지금까지 해온 창작 과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롭게 참여한 존스와 버그는 지금까지의 암울한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을 새 전략의 핵심으로 정했다. 느닷없이, 존스가 인터뷰에서 DC 이야기가 어떻게 ‘희망과 낙관주의’에 기반하는지 말하는 것을 보게 됐을 것이다. 버그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네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마음, 영웅심, 인간애, 그리고 유머죠.”

 

이런 접근 방식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다가올 여름에 개봉 예정인 패티 젠킨스가 연출한 <원더 우먼>이다. 최종 버전에서 작가 크레디트를 받진 못했지만, 존스는 작가 앨런 하인버그의 집필을 도우며, 젠킨스와도 긴밀히 일했다. 그들의 파트너십은 지금까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을 낳았다. 현재까지 북미에서만 4억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워너 브라더스 영화 중 놀란 감독의 배트맨 2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여성 감독이 연출한 실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면서 페미니즘 역사에 길이 남을 상징이 되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아닌 원더 우먼이 DC의 최고 캐릭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쫄쫄이 유니폼을 갖춰 입은 문제가 남아 있다. 11월에 개봉하는 <저스티스 리그>다. 전망은 좋지 않은 편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역풍에도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를 맡았다는 사실은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 부정적인 반응이 낳았다. 영화의 일부를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내부 논의도 있었다. 존스와 버그는 스나이더가 아닌 다른 사람을 데려와 영화의 새 장면을 쓰게 하는 것도 생각했다. 때마침 우연히도 마블 <어벤져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는 조스 웨던이 영화 제작을 논의하기 위해 존스와 버그를 만났다. 두 사람은 뭐든지 하고자 했지만 (결국 배트맨의 동료인 배트걸을 선택했다), 나중에 다른 목표도 이룰 수 있음을 깨달았다. 존스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모두들 조스가 DC 유니버스의 일원이 되는 것을 기뻐했고, 그가 우리가 넣고 싶은 (저스티스 리그의) 장면을 집필하고 연출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스티스 리그> 이미지: 워너브라더스코리아

 

그들의 선택은 이후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힘을 얻었다. 스나이더의 딸이 올해 3월 자살을 한 것이다. 감독은 몇 달 동안 영화 일을 계속해 왔지만, 결국 5월 22일 딸을 애도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하차하고, 영화의 남은 분량을 웨던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후 영화에 대한 소문이 아주 조금씩 흘러나왔다. 웨던은 영화의 결말을 포함해 1/3 정도를 다시 썼고, 2014년 발표된 <저스티스 리그>의 속편은 올해 코믹콘에서 언급이 없어서 제작이 취소된 것이라는 예측을 낳았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일정을 맞추기도 힘든 막판 재촬영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DC와 워너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텐트폴 영화의 이미지 메이킹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DC 영화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이미지 컨트롤로 보인다. 그들이 뒤에서 일을 수습하는 것을 대중은 거의 보지 못한다. 사람을 고용하거나 개발 계약을 맺은 사실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해지는데, 이를 보면 스튜디오가 어떤 일관된 목표 없이 그저 일을 해치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배트맨’ 단독 영화를 맡은 맷 리브스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가 다음날에는 당연히 유니버스에 포함된다고 말을 바꿨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스핀오프 <고담 시티 사이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영화로 대체한다고 하더니 <사이렌>이 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적도 있다.

 

기자가 존스에게 전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에 대해 묻자, 그는 평소의 낙천적인 모습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일부는 사실이지만, 일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이야기하거나 각본 때문에 누군가와 계약을 맺거나 하면, 때때로 그 소식이 새어나간다. 가끔 잘못 이해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좀 힘들다. 우리도 앞에 나서서 전략을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오히려 물을 흐릴 뿐이다. ‘어떻게 조금씩 물을 깨끗하게 만들 것인가?’ 같은 대화가 내부에서 많이 오가고 있다.

 

아직까지 <저스티스 리그> 이후 첫 DC 영화 <아쿠아맨>이 큰 문제를 겪고 있다는 말이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워너는 <저스티스 리그>가 만족할 만큼 나오진 않더라도 다음 영화는 잘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넬슨은 영화만 바라본다면 DC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몇 년간 경험해온 진전을 놓치는 것이라 말한다. 그녀는 “영화는 정말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어디서든 잘 될 수 있게 하고 싶고, 상당히 전례 없는 방법으로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면에서 넬슨의 말이 틀리진 않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코믹스, 게임, TV에서 잘 되고 있다. DC 엔터테인먼트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첫 영화 <원더 우먼>도 확실히 성공을 거뒀다. 이제 조직과 시기의 문제가 남았다. 과연 대중의 선입견을 헤치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맨 오브 스틸, 다크 나이트, 데미스키라의 다이애나의 어필을 이해한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존스는 ‘리버스’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DC 캐릭터가 다른 것과 차별화되는 요소에 대해 질문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회사가 직면한 어려움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상징과 그것이 가진 이념의 재현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에 내제된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없으면, 비어있다고 느끼게 되는 겁니다.”라고 존스는 말했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DC Rethinks Its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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