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복숭아 장면은 원작을 따라갔어야 했다

날짜: 3월 26, 2018 에디터: 겨울달

에그테일은 ‘벌쳐’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독자 여러분께 추천할 만한 콘텐츠를 번역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복숭아 장면은 원작을 따라갔어야 했다

 

Writtey by E. 알렉스 정

Translated by 겨울달

 

출처: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소설 부분은 번역서를 인용했습니다.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그해, 여름 손님], 도서출판 잔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는 아미 해머와 단단한 과일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미 영화 속 영향력이 가장 큰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해머가 연기하는 젊은 대학원생 올리버는 어린 연인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 있다. 어느 느린 여름날, 엘리오는 집 과수원에서 딴 복숭아 두 개를 자신의 방으로 가져가서, 하나를 먹고 씨를 버린다. 그러고는 나머지 하나를 보고 그게 엉덩이와 비슷하다는 걸 깨닫는다. 엘리오는 복숭아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씨를 빼고는 복숭아로 자위를 하고 그 안에 사정한다. 그리고 복숭아와 그 안에 든 것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잠이 든다. 중요한 순간은 그다음,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찾아오고, 엘리오가 멍든 과일로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된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이런 말을 전하는 게 정말 고통스럽다. 안드레 애치먼의 원작 소설과 달리, 아미 해머는 복숭아를 먹지 않았다.

 

전 세계 모든 레딧(Reddit) 괴짜들에게 사랑받는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이건 정설(Canon)이 아니다! 소설에서 올리버는 명확하게, 아주 사악하게 복숭아를 먹었고, 이는 내용과 주제 모든 면에서 아주 중요한 행동이었다. 책 속 관련 내용을 가져와 본다.

 

그는 복숭아를 입 안에 넣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사랑을 나눌 때도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중략) 바로 그 순간 그가 복숭아를 맛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것이 그의 입 안에 있다. 이제 단지 내 것만은 아니었다. 그 순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를 빤히 쳐다보는데 갑자기 울고 싶은 강한 충동이 몰려왔다. 오르가슴처럼 참지 않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 버렸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숨죽여 울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이 이토록 나에게 친절하거나 이만큼 나를 위해 준 적이 없기에 울었다. (중략) 평생 느껴 본 적 없는 그렇게 큰 감사를 표현할 길이 없어서 울었다. (P 190~191)

 

그가 복숭아를 다 먹고 엘리오가 다 울고 난 후, 올리버는 말한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건 네가 몰랐다고는 하지 마.” (P 191)

 

구아다니노는 복숭아 장면을 두고 걱정했다. 원작 소설 독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장면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또한 처음에는 소설이나 상상 속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시점에서는 장면 전체를 삭제하는 걸 고려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성적으로 착취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이거나, 심지어 의도하지 않아도 괴상하게 보이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정말 긴 과정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과정이란 복숭아로 하는 게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연기에 헌신적인 샬라메가 똑같이 했고, 그게 정말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촬영된 장면은 원작에 충실하지만, 한 곳에서 멈춘다. 올리버가 엘리오를 찾아오고, 엘리오의 그곳에 입을 가져갔다가 “뭘 한 거야?”라고 묻는 장면이다. 그런 후 올리버는 복숭아를 집어 들어 구멍에 손가락을 넣은 후 맛을 본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원작과 달라진다. 엘리오는 올리버가 복숭아를 먹기 직전에 울음을 터뜨린다. (위에 나와있듯이 책에서는 먹고 난 후에 운다.)

 

출처: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원본과 아주 조금 달라진 것 같은 이 부분이 왜 중요한 것인가? 왜냐면 복숭아는 은유이기도 하지만, 올리버와 엘리오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말 그대로의 다리이기 때문이다. 책의 원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두 사람이 섹스를 나눈 후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간청한 것으로, 자신과 연인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자 한 열망에서 나온 것이다. 이 지속적인 ‘닮아감’에는 특히 게이 남성다운 부분이 있다. 엘리오는 올리버가 되길 원하며, 많은 부분에서 올리버가 더 나은 사람이라 본다. (지옥 같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를 “쌍둥이 같은 남자 친구(boyfriend twins)”이라고 부른다.) 현대 게이 남성들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기술한 논문도 있을 테지만, 지금 당장은 보류하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이가 적은 쪽이 나이가 많은 쪽을 우러러보고 그처럼 되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한다. 그의 욕망은 연인처럼 되고 싶다는 것과 연인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 모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른 글에서도 인용했지만, 이런 게이 남성의 욕망은 플라톤의 [향연]에 있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에서 끌어온 개념이다. 이 이야기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의 기원은 원래 두 개의 머리와 두 쌍의 팔과 다리가 있던 인간이 둘로 나뉘며 생긴 것이라 주장한다. 사랑은 나의 다른 반쪽을 찾아 완전한 하나가 되는 과정인 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에 따르면, 그 존재는 남성-남성, 남성-여성, 여성-여성의 세 종류가 있었지만, 또 다른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이 그중 가장 대담하고 용감한데 자신과 같은 것을 욕망하고 후손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통해 유전 물질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이성애자들은 아이를 가지는 것이고, 게이 남성은 정액을 먹는 것이 된다.

 

복숭아 장면을 부드럽게 표현한 것은 영화가 책의 더 거칠고 메스꺼운 부분에 점잖게 접근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엘리오는 성욕이 왕성한 십 대로 올리버에게서 자신과 함께 절벽 가장자리에 함께 서 줄 만한 사람을 찾는다. 책에서 엘리오는 올리버의 눈꺼풀을 핥는다. 올리버는 엘리오의 입에 손을 넣어 그가 토하도록 도와준다. 그들의 로맨스가 끝날 무렵, 로마에서 두 사람이 함께 쓰는 호텔 방에서 엘리오가 올리버의 대변을 보고 싶다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의 육체는 이제 비밀이 없는 거예요.”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말한다. 엘리오는 올리버가 자신의 대변도 봐주길 바라지만, 올리버는 더 좋은 것을 한다. 그에게 키스하고, 그의 배를 문지르며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엘리오는 “우리 사이에 그 어떤 비밀도 칸막이도 없었으면 했다”라고 말한다. (P 214)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인데, 엘리오가 가장 사적이고 평범한 생리 활동조차 친밀한 행동이 되게 하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게 복숭아가 상징하는 것이다. 엘리오가 몇 년 후 그 순간을 기억할 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올리버가 내 복숭아를 삼킨 날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끝까지 인정하지 못했다. 물론 감동을 받고 잘난 기분이 든 건 사실이었다. ‘내 몸의 모든 세포를 걸고 말하건데 네 몸의 세포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돼. 만약 죽어야 한다면 내 몸 안에서 죽게 해줘’라고 말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같은 책, P 266~267)

 

아마도 구아다니노가 아미 해머에게 복숭아를 핥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도 모르지만, 복숭아 같은 과일의 열렬한 공급자로서 한 마디만 하겠다. 아미 해머가 복숭아를 다 먹게 해주세요!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Armie Hammer Should Have Eaten the Peach in Call Me by Your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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