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팬덤이 할리우드를 망치고 있다

날짜: 6월 15, 2018 에디터: 에그테일

 

 

 

에그테일은 ‘벌쳐’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독자 여러분께 추천할 만한 콘텐츠를 번역합니다

악랄한 팬덤이 할리우드를 망치고 있다

 

translated by. Tomato92

written by. 아브라함 라이즈먼

 

이미지 :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요즘 앨런 무어가 쓴 그래픽 노블 [왓치맨]의 한 장면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약골인 나이트 아울과 허무주의자 코미디언이 안티 슈퍼히어로 폭동을 진압하려는 장면에서, 절망에 빠진 나이트 아울은 “도대체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아메리칸드림은 어디로 사라진 거냐고?”라며 자문한다. 그는 아마 이 말을 수사적으로 흘린 것이겠지만, 코미디언은 “이루어졌잖아. 지금 보고 있네.”라고 대답한다. 덕후 문화를 조금씩 좀먹어 가는 증오와 자격 여부 논쟁의 불길이 끊임없이 번져가는 상황에서, 지금 세태가 ‘팬덤 드림’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길 바란다. 신이시여, 우리의 영혼에 자비를 베풀어 주길.

 

서문에 [왓치맨]보다 더 교양 있는 텍스트를 인용하면 좋았겠지만, 이 문제에는 내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내가 지금껏 읽은 산문책은 슈퍼히어로 코믹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코믹콘에 가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한 횟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재탕했지만, 내가 여태 본 오즈 야스히로 감독의 영화에 관점을 제시하려면, 10년 가까이 묵은 수업 노트를 꺼내 봐야만 한다. 얼마 전까지도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이 주류 출판계의 예술 작가가 되지 못했다. 난 이 같은 구조에서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직업을 가진 것을 일종의 기분 좋은 기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만약 권력을 가진 이들이 나처럼 좋아하는 것에 힘껏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 이 세상은 보다 나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하는 말에 계속 주목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잘못이 생길지 깨닫지 못했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까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켈리 마리 트랜이 인스타그램 계정의 모든 사진을 삭제했다. 어쩌면 그녀는 ‘SNS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치를 깨닫고, 시간이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정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표독한 인종차별 발언과 함께 그녀의 체구를 비판하는 인터넷 어그로꾼들과 일부 라스트 제다이 안티팬의 끊임없는 괴롭힘에 넌더리가 났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녀가 어떤 독설을 받아 왔는지를 여기 직접 명시하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보기 망설이는 사람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6학년짜리 아이가 누굴 괴롭힐 때 쓰는 언사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미지: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누군가에게 이런 악랄한 반감을 내비치는 현상은 트랜에게 국한되지 않으며, 또한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스타워즈 팬덤의 일부가 변절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제작 및 개봉 때쯤이다. 먼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본인의 목소리를 높였던 스타워즈 덕후들은 주연을 맡은 흑인 배우 존 보예가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각본가 맥스 랜디스는 프리미어 상영 이후 데이지 리들리의 ‘레이’를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를 조롱할 때 쓰는 용어인 ‘메리 수’라 지칭하고, 본인이 만든 캐릭터에서 종종 형편없는 일을 저지르는 여성 인물들을 예로 들며 레이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켰다. [라스트 제다이]가 공개된 이후 어그로들이 전면적으로 활개치기 시작했는데, 로튼 토마토 사용자 리뷰 페이지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들의 비평은 다양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소위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들이 이 프랜차이즈를 다소 부드럽고 과할 정도로 진보적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리뷰 페이지에 있는 자칭 스타워즈 팬은 영화에 대해 “모든 것이 너무 디즈니스럽다. 레이 (메리 수), 레아 (메리 포핀스), 여성의 힘, 세상 구원, 엄격한 채식주의자 츄바카, 전쟁보다 사랑 (로즈/핀), 새로운 젊은 관객 유입을 위한 농담, 동물들까지 모든 것이 ‘스타워즈’답지 않다.”라며 비판했다.

 

‘스타워즈답지 않다’라니 한숨만 나온다. 상황을 타개하는 쉬운 방법은 “도대체 여태 스타워즈 시리즈를 어떻게 봤길래 그런 소리를 해?”라고 되받아치는 것이다. 분노와 증오를 억제하는 것에 대한 요다의 교훈적인 말을 인용하거나 루크 스카이워커가 레이만큼이나 ‘메리 수’스럽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혹은 과거 스핀오프 영화에서 비인간 종족에 대한 제국의 편협에 맞서는 반란군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시간 낭비다. 최근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부진한 박스오피스 성적을 보며 정신승리하는 ‘스타워즈 보이콧(#BoycottStarWars)’ 집단을 상대로 사실에 기반을 둔 토론으로 설득할 리 만무하다. 심지어 기존의 사실이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일부 생각 없는 팬은 스타워즈 처음 세 시리즈에 인종, 성 다양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혐오를 정당화한다. 이를 보고 있자니 ‘헌법 수정 제2조’를 근거로 총기 소유를 합리화하는 총기광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반-비차별주의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이들과 생산적인 토론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들은 원하는 바를 얻어낼 때까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시 ‘팬덤 드림(Fandom Dream)’의 비극적인 결과물을 말해보자. 그 꿈은 ‘당신이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것 또한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라는 격언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2013년, 덕후의 아이콘 윌 위튼은 ‘덕후’가 되려면 ‘사랑하는 대상’이 아닌 ‘사랑하는 방법’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팬덤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당신의 소중한 자산을 있는 힘껏 쥐는 것과 같다. 자산이 되는 그 무언가를 소비하고, 다른 팬과 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컨벤션에 참여하거나 팬픽 혹은 팬아트를 창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을 바라든지 그 이상의 무엇인가 나온다면, 지금껏 나온 최고만큼이나 좋을 거란 사실이다. 얌전한 팬은 이런 바람을 평온히 간직하며,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팬들은 [빌리언스]의 바비 액슬로드처럼 본인의 요구를 만천하에 떠벌리는 사람들에게 휩쓸린다. 정말 놀랍고도 위험한 사실은 할리우드는 지난 20년간 후자의 집단에 계속해서 먹이를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앞뒤 볼 것 없이 자신이 원하는 하나만 바라보고 직진한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이 집단의 최초 희생양은 조엘 슈마허 감독이다. 작가 글렌 웰든이 배트맨의 역사를 기술한 ‘The Caped Crusade’에서 말했듯이 ‘Ain’t It Cool News’와 같은 사이트에 모여든 찌질이 슈퍼히어로 덕후들은 슈마허가 90년대에 만든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 앤 로빈]을 비난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워너 브러더스가 슈마허를 내쫓으면서 그들이 보기에는 나름의 승리를 쟁취했다. 이후 워너는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을 기용해 [배트맨 비긴즈]를 만들면서 다시 ‘배트맨’ 시리즈를 품안에 들였다. 그 사이 할리우드 유력인사들은 ‘Ain’t It Cool News’ 사이트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돈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해리 놀스와 같은 영화 비평가가 당신의 별난 영화를 칭찬하면, 영화 프리미어에 참석해 일반 관객층까지 끌어들이는 덕후 팬덤이 자연스레 유입된다는 것이다.

 

2018년 현재, 덕심을 자극하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 접근법이 얼마나 일반적으로 용인된 철칙처럼 굳어졌는지 알 수 있다. SF 감독 혹은 홍보 담당자와 대화하면서 ‘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줘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만약 영화가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나 속편일 경우, 그들은 사랑받은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떠든다. 또한 티저 예고편에 대한 덕후들의 블로그 리뷰나 트윗 반응에 매우 민감하다. 어느 홍보 활동에서나 그렇듯이 덕후 팬층은 다수가 아니면서도, 권력층은 그들이 최대한 드러내길 원한다. 물론 이것이 최악 중에서도 최악인 요구까지 무조건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할리우드는 현재 조금 더 많은 이들의 보편적인 의견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정권자들은 팬덤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울이며, 그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에 깊이 관심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끊임없이 어필한다.

 

어쩌면 그게 실수다. 스타워즈의 악랄한 팬들은 이와 같은 수사법을 이미 익히 알으며, 깊이 새겨두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들은 영화 관계자들이 일반적으로 팬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본인의 요구 사항을 말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을 고성방가하듯 소리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결국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더 많은 팬들이 ‘특정 집단’의 구성이 너무 편협한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 말이 도덕적 등가성의 경계를 그리자는 것은 아니다. 포용은 본질적으로는 훌륭한 일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식’에 관한 것이다. 라이언 존슨 감독이 [라스트 제다이]에서 당신의 장난감을 모두 부수기로 결정했을 때, 그는 팬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존슨이 트란의 상황에 대해 원인으로 지목된 ‘다 큰 아기’들을 공개적으로 나무랐던 언사는 정말이지 고결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초한 문제로 말미암아 일어난 광기 어린 반응에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리우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으려고 보통 대충 얼버무리거나 침묵으로 일관한다. 물론 할리우드의 모욕적인 조롱보다 비굴한 태도에 익숙한 어그로들은 끝까지 귀찮게 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그들은 할리우드의 비굴함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 트렌드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쉬이 알지 못한다. 이번 스타워즈 사건이 더 많은 영화감독들을 자극해 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현상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자극해 결속력만 더 높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프랜차이즈 영화 관계자들은 팬들을 달래기보다 작품을 만드는 위치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것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미지: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앞으로는 악랄한 팬덤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스타워즈나 마블 영화, 그리고 덜 진보적인 세대에 토대가 세워진 작품에 지나친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을 의무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우리가 머리를 모아 새로운 길, 가능한 많은 이들을 끌어모으는데 정신이 팔린 회사에 근간을 두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할 때다. 이 과정에만 성공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참다운 진실을 대담하고 단호히 보여줄 수 있는 세대가 탄생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루트는 과거 하찮은 취급을 받은 창작자와 캐릭터가 중심인 참신한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돈을 더 투자해서 ‘우리’의 가치를 투영하는 것뿐 아니라 그 캐릭터들을 좀 더 심화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대중문화 진보를 위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가 되거나? 앞으로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들이 나오기 전이 좋았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처리해야 할 산물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우리들은 끝까지 고군분투할 것이다. 어그로들이 지분을 차지하지 못할 새로운 팬덤을 건설해야 한다. 아마 어둠의 세력이 호시탐탐 허점을 노리려 할 테지만, 나는 빛의 힘을 믿는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We Can’t Trust Hollywood to Fix Toxic Fandom

© 2018 All rights reserved. Distributed by Tribune Content Agency

저작권자 ©테일러콘텐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