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맨, 그래비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작가’가 우주로 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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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ed by. Tomato92

written by. 빌지 에비리

 

이미지 : UPI 코리아

 

현재 가장 잘나가는 세 명의 감독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고, 세 편 모두 조만간 극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라라랜드]의 데미안 셔젤 감독이 연출한 [퍼스트맨]은 이미 개봉했으며, 클레어 드니 감독의 [하이 라이프]는 뉴욕 영화제에서 상영한 이후 내년 상반기쯤 개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에드 아스트라]는 얼마 전 영화의 최초 스틸이 공개됐고, 내년 1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노리고 개봉일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세 작품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감독의 성향 차이를 고려했을 때 서로 극명하게 다른 내용을 선보일 거라 확신한다. 또 한 가지 장담컨대 세 감독 모두 앞서 소개한 차기작을 기점으로 그들의 커리어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감독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 때는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그들은 자신의 기교와 주제의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우주의 광활한 공허함이 갑작스러운 시간의 가변성과 결합해 감독의 좀 더 실험적인 면을 이끌어낸다. 이것은 [퍼스트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셔젤 감독의 영화 중 정서적으로 가장 사색적인 작품이다. 감독은 달에 착륙하기 위한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릴 때, 주로 핸드헬드 방식을 사용하여 추진력이 강한 연출을 한다. 하지만 선택적으로 아주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은 우주비행사의 어린 딸에 관한 회상 장면으로 되돌아가거나 때때로 실재하는 목표보다 꿈에서나 있을 법한 것으로 보이는 달에 관한 몽상을 하기도 한다. [퍼스트맨]은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이후에 길고 고요한 달 표면을 조명하며 거의 추상화처럼 변하는데, 어둠으로 가득한 화면을 보면 마치 백일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셔젤은 대부분 실화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를 다뤘기 때문에 그에 관한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있었다. 반면에 클레어 드니는 [하이 라이프]에서 오로지 추측과 은유로 영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녀는 심지어 무중력에 관한 내용을 이론에 맞게 다루는 것에 그다지 큰 흥미가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천체 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분통을 터트릴 것이다.) [하이 라이프]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죄수 무리들이 블랙홀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에 있는 소형 식민지로 보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자칫하면 노르웨이산 빈티지 스피커처럼 보이는 우주선으로 여정을 떠난 죄수들은,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하는 과학자 캐릭터에 의해 성적인 실험 참여를 강요받는다. 이 실험 이야기는 광활한 우주에서 어린 딸을 양육하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의 캐릭터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두 사람은 이 미션의 유일한 생존자들로서, 여생을 우주에서 보내다가 최종적으로는 모든 걸 파괴할 블랙홀에 빠질 운명에 처해있다.

 

[하이 라이프]는 클레어 드니 감독의 성향을 따진다 해도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다. 은밀하고, 외견상으로 무뚝뚝한 순간을 추구하는 그녀는 서사보다는 영화의 질감에, 캐릭터 자체보다는 그들의 행동에 더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장면들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게 가능하고, 또한 우리의 시선에서 그녀의 영화는 세밀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드니는 보통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관습적인 이야기를 집어넣거나, 극중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담지 않는다. 다시 그녀의 차기작에 대해 말하자면, [하이 라이프]는 그녀의 현재 관점을 조금 더 큰 캔버스에서 담은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10년 아니 몇십 년간 벌어진 일을 담았는데, 그 결과 기이한 혼합물이 탄생했다. 나름 그럴듯하게 진행되는 서사에 혼란스러움을 끼얹은 영화가 나온 것이다. 여러 사건을 다루는 와중에, 이전에 비해 약간의 캐릭터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해결책까지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요즘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극장에 걸린 우주 배경의 영화들은 나름의 훌륭한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매 시상식 시즌마다 한 편 정도는 대규모 개봉을 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이 작품은 우주 영화로서의 과시적 면모를 다수 드러냈지만, 굳이 따지자면 우주 배경은 아니다.), 리들리 스콧의 [마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등이 있다.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지만, ‘퍼스트맨’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편승하길 바라는 눈치다.) 앞서 예로 든 대부분의 감독은 우주 영화 제작이라는 과정을 겪고 어느 정도의 변화를 겪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주 영화는 오늘날 영향력 있는 감독이라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하나의 통과의례가 됐다. 빌뇌브는 훌륭한 솜씨로 수많은 사람의 찬사를 받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컨택트]는 상실과 언어에 관한 오랜 심사숙고 과정 후에 만들어진, 그의 가장 함축적인 작품이다. [인터스텔라]의 시간적 실험은 [인셉션]이나 [덩케르크]의 그것과 유사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의 친밀도와 감정선을 수 세기 동안 회자될 장관에 융합하려는 시도가 돋보인 놀란의 가장 야망적이고 개인적인 영화다.

 

[그래비티]는 우주 유영, 우주 재난 과정에서 펼쳐지는 훌륭한 무중력 장면들로 쿠아론의 완벽한 연출적 기교를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다. 그는 빌뇌브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많은 사랑을 받은 흥행작을 만들었지만, [그래비티]의 성공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명망과 찬사를 동시에 얻었다. (12월에 나올 ‘로마’는 ‘그래비티’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앞서 언급한 감독들 중 리들리 스콧만 [마션]을 본인의 다른 영화와 비슷하게 다룬 듯한데, 이는 아마 그를 명성 있는 감독의 반열에 올린 [에일리언]이라는 그의 ‘진짜’ 우주 영화를 이미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 Metro-Goldwyn-Mayer

 

물론, 우주 영화의 최고봉은 두말할 것 없이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일 것이다. 이 작품 이전에도 온갖 종류의 공상 과학 영화들이 나왔지만, 큐브릭 감독은 인류 발전과 은하계 탐사에 관한 그의 장편 영화로 개인적 신비로움과 영화 제작 실력의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오딧세이 이전의 그는 고전적 분위기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적으로 확신하면서도 신중히 전하는 스토리텔러였다. (심지어 정신 나간 일이 연이어 벌어지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도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은 꽤나 시원스러운 편이었다. 또한 풍자하는 내용이 주였음에도 매우 심각한 내용인 원작 소설 ‘Red Alert’을 신기할 정도로 충실히 담고자 했다. 큐브릭은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다루는 과정에서 영화의 ‘코믹한 광기’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큐브릭이 오디세이를 통해 무수한 미스터리, 넋을 빼놓는 지루함, 놀라울 정도의 야망을 보여 준 이후 사람들은 그를 감독 이상의 인물로 여겼다. 그는 감독이자 철학자였고 심지어 반신반인에 가까운 존재로 보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그가 만든 것을 단순히 영화로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우주 영화에 대한 흥미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 중 하나가 오딧세이의 망령이 아닐까 싶고, 큐브릭의 영화는 당시 거의 항상 다른 작품들을 억매는 기준에 반기를 들었다. 오딧세이 개봉 몇 년 후에 나온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오딧세이 영화에 대한 소련의 회신 정도로 여겨진 작품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타르코프스키는 큐브릭의 영화를 혐오했으며, 작품에 담긴 연출적 능란함과 추측에 근거한 듯한 요소를 반인륜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솔라리스]가 오딧세이처럼 철학적이고 나른한 우주 영화일지언정, 기억에 철저히 근간을 두고 있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이후 스티븐 소더버그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리메이크했지만, 그는 큐브릭의 작품도 함께 가져가려는 과욕을 부렸다. 소더버그의 [솔라리스]는 타르코프스키의 작품을 내면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던 큐브릭의 정신까지 탐하려다 보기 좋게 망했다.

 

정형화된 한계를 늘리려는 열망은 타당성이 거의 없는 우주 영화가 나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대니 보일은 2007년 [선샤인]을 만들기 전에 이미 문장가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선샤인]은 죽어가는 태양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시도를 하는 과학자와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보일은 이 영화를 위해 거의 죽을 노력을 다했고, 그 결과 섬광으로 가득한 프레임, 꿈을 꾸는 듯한 이미지, 위아래가 뒤집힌 장면 등의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우주선이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며 연출적인 면에서 미학적 특질이 점증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영화의 서사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관습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슬래셔 영화를 보는 기분까지 든다. 사람들은 이런 국면이 너무 피상적으로 느껴진 나머지 감독의 노력은 언급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품에 형상화된 이미지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편집점은 정신없으며, 감정을 자극하는 접선 장면들이 너무 휘몰아쳐서 우리는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미친 침입자가 우주선을 돌아다니며 영웅들을 죽이는 것이 그저 상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흥미롭기도 하면서 약간은 혼란스럽고, 때때로 아름다운 장면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대니 보일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그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감독들보다 더 많은 명작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선샤인]은 그를 극히 일부 사람들만 이해하는 영화적 궤도에 올려놓아야 마땅했지만, 박스오피스에서 참패하고 비평가들의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받으며 씁쓸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보일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고, 올림픽 개막식의 총감독을 맡았으며, 가장 뛰어난 감독들만 건드릴 수 있다는 아론 소킨 각본의 연출을 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샤인] 이후 어딘가 달라졌다는 기분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그는 그때의 씁쓸한 실패를 기점으로 기교적으로 대담한 작품을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 만약 이 작품이 성공했다면, 오늘날 007 시리즈를 연출하는 계약을 할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지 : Warner Bros.

 

물론, 우주 영화 중에는 감독이 딱히 평지풍파를 일으킬 목적으로 만들지 않은 영화도 많다. 론 하워드의 [아폴로 13]은 감독의 필모 중 가장 사랑받은 흥행작이지만, 그가 이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했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는 조금 더 기묘한 작품인데, 이는 인류와 외계인의 첫 대면을 다룬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 또한 감독이 연출력을 자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런 결과 창의적 요소 또한 분산된 듯하다. 아마도 이 두 작품은 기존의 법칙을 깬 예외적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 그들은 이 우주 영화 이후의 작품으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게 아니라 그 영화들이 그들의 가장 우수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론 하워드의 경우 [아폴로 13]으로 위신 있는 감독에 도달했고, 몇 년 후에 두 개의 아카데미 트로피를 획득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는 그의 대표작이자 아카데미 수상작인 [포레스트 검프]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의 공상 과학 영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우주 영화에서 주로 말하려는 바는 지구의 속박에서 벗어나 광활한 세계에서 우리 본연의 모습이 되라는 것인데, 이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듯하다. 또한 우주를 그리는 데는 영화의 장르나 설정, 무대의 제약이 없다. 때문에 이 우주라는 동일한 캔버스 안에서, 복잡한 걸 싫어하는 감독은 무난한 이야기를 다루고, 철학자 같은 이들은 철학적 사색을 더욱 파고들며, 문장가들은 화려한 기교를 마음껏 펼친다. 아마도 우리가 우주 영화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이처럼 감독들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투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First Man, Gravity, 2001: A Space Odyssey: When Auteurs Go to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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