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왜 ‘디지털 대역’을 싫어할까?

 

에그테일은 ‘벌쳐’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독자 여러분께 추천할 만한 콘텐츠를 번역합니다

 

translated by. Tomato92
written by. 크리스 리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생명체의 절반을 학살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슈퍼 빌런 ‘타노스’를 구현하기 위해 라텍스 마스크에 의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블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영상 효과 담당 ‘디지털 도메인’은 조쉬 브롤린의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구현하려면 ‘디지털 대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타노스는 약 250cm에 육박하는 키에 보라색의 주름진 턱과 칠면조만한 손을 가진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는 캐릭터다.

 

디지털 도메인 소속 ‘디지털 휴먼 그룹’은 브롤린의 신체적 특징 및 걸음걸이를 포착하고 생김새를 고해상도로 뽑아내기 위해 수백 대의 SLR 카메라를 사용했다. 브롤린은 ‘머신 비전 카메라’라는 일련의 장치 앞에서 다양한 표정 연기와 여러 감정으로 대사를 읽으며 ‘컴퓨터 트레이닝 모델’을 만들었다.

 

‘최종 단계’는 물론 브롤린이 세트를 떠난 뒤에도 감독들이 디지털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타노스 캐릭터의 렌더링 작업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도메인의 ‘디지털 휴먼 그룹’ 책임자 대런 헨들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중에는 배우들의 생김새와 피부 움직임 같은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인다. 우리는 축적된 데이터를 사용하여 배우의 연기와 생김새가 사진을 보듯 현실적인 버전의 결과물로 만든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 스튜디오의 모회사 디즈니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9]에서 캐리 피셔의 레아 공주를 등장시키기 위해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데이터를 이용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공개됐을 때, 한 가지 불가피한 (그리고 매우 어두운) 질문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만약 브롤린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을 때 영화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하려면, 과연 디지털 렌더링을 얼마나 해야 할까?’ 이에 대해 헨들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누군가의 스캔 작업을 할 때, 우리는 이 작업이 스턴트 대역을 위한 것인지,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을 대체하기 위해 찍는 것인지, 제작사 측에서 배우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찍는 것인지 모른다.”

 

자, 여기서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 하나를 밝히겠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배우들의 디지털 스캐닝은 주로 촬영 전이 아닌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진행된다. 자칫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장면을 스턴트에게 찍도록 하여 배우의 얼굴만 덧씌우는 추가 스턴트 장면을 찍기 위해 주로 쓰인다. 상대적으로 발생기에 접어든 이 과학 기술은 편집 과정에서 배우들의 외형을 디지털로 재창조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간편한 상황에 널리 이용된다. 예를 들어, 본 촬영 후 살이 찐 벤 애플렉이 배트맨의 근육질 몸을 되찾기 위해 다시 운동하거나 크리스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44kg의 약골을 연기하기 위해 쫄쫄 굶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디지털화된 캐릭터의 얼굴을 실제 배우의 몸에 덧입히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레아 공주는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 나온 캐리 피셔의 모습을 복원하여 잉그빌드 델리아의 몸에 덧입힌 것이고, 타킨은 피터 커싱의 얼굴을 복원하여 가이 헨리의 몸에 디지털화해서 만들었다. 이러한 디지털 대역은 수치에 민감한 할리우드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역 배우들은 스타들의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촬영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을 제공한다.

주요 제작사 임원의 말에 따르면, 디지털 대역은 주연 배우의 이른 죽음이나 부재 혹은 예기치 못한 치료 시설 입원 같은 상황의 대비책으로 소위 ‘흥행이 보장된 영화’ 촬영 과정의 일부이자 비용을 분담하는 (불건전하고) 창의적인 방식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창의적인 방식이라 불리는 이유는 영화의 제작 예산에서 2-D 혹은 3-D 매핑은 시각 효과 창출 과정의 일부가 아닌 ‘보험’ 비용으로 청구되기 때문이다. 제작사 중역은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론 다들 디지털 효과를 줄여서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하지만, 2억 달러가 넘는 예산이 투입된 영화는 이를 보험 정책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단 나뿐만 아니라 돈에 민감한 사람들은 모두 디지털 대역을 사용하려 할 것이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보통 이틀 정도가 소요되고,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며 5~10 사이 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되는 디지털 대역 작업은 요즘 매우 흔하지만, 모든 배우가 이 과정을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제시카 차스테인은 몇 년 전 익명의 중간 예산 작품을 찍었을 당시 얼굴 모션 캡처를 하며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은 나를 어떤 방으로 이끌고 가서 내 얼굴을 스캔했고, 웃거나 찡그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들이 스캔본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랐던 나는 요청을 거절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우주 밀수업자 ‘랜도 칼리시안’을 연기한 도널드 글로버는 최근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대역에 결코 편하지 않은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촬영하면서 내 얼굴과 몸을 스캔하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 누군가 스캔 장면을 찍을 필요 없이 도널드의 다른 작품을 만들자며, 그가 죽은 지 15년쯤 됐지만 우리에게 스캔본이 있으니 원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할 때가 올지 모른다.”

 

중국의 슈퍼스타 이연걸은 제작사가 그의 발차기와 권법에 대한 디지털 소유권을 주장할까 두려워 1998년 당시 [매트릭스]의 세라프 역을 거절했다. 그는 지난 10월 중국의 뉴스 사이트 ‘웨이보’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들은 장장 6개월간 내 움직임을 모두 녹화하여 디지털화하길 원했고, 이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면 움직임에 관한 모든 권리가 제작사에 넘어갈 수도 있었다. 난 평생을 훈련하며 살아왔고, 우리 무술가들도 사람이기에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그들은 (내 일생의 노력이 담긴) 지적 재산을 확보하여 평생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역할을 거절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다룬 스릴러 [모털 엔진]의 시각 효과 총괄자 켄 맥가는 배우들이 스캐닝 과정을 꺼리는 이유가 ‘무편집본’이 대중에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그는 스캔 작업이 필수였던 [마이 리틀 자이언트],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시각 효과도 담당했다. “스캐닝을 싫어하는 배우들을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배우들은 보통 스캔 작업을 할 때 맨얼굴 상태로 신축성 있는 소재의 라이크라 의상을 입는다. 아무래도 촬영 당시 얼굴이 말끔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그들은 관련 사진이나 영상이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런 이유로 스캔 작업 시 과정에 정말 필요한 사람만 들어오길 원한다. 그 외에 본인의 몸 대신 스턴트 배우의 몸을 디지털화해서 사용하는 것을 우려하는 배우들도 더러 있는데, 그럴 때는 ‘스턴트 배우의 스캔 작업을 하는 건 다른 걸 덧입히기 위해서다’라고 말하며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 준다.”

 

배우들이 디지털 도플갱어 창출 과정에 품는 의문이 무엇이든 요즘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는 계약서상에 스캔 작업을 거절하는 행위를 협상 결렬 요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시각 효과 총괄자 벤 모리스는 ‘촬영한 배우들의 디지털 클론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밀 아카이브가 따로 있는가’라는 인버스(inverse.com)의 질문에 광대한 분량의 디지털 대역 데이터베이스가 있다고 답했다. “(스캔본을) 언제 쓸지는 모르지만, 항상 모든 주연 배우의 디지털 스캔 작업을 한다. 스캔은 아카이브 과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의 레퍼런스를 위함이다.” 또한 ‘스타워즈’에서 보통 누가 이 절차를 밟느냐는 질문에는 외계인 역할을 포함한 남녀노소 모든 배우가 스캔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보 잔젠은 시각 효과 부문의 인재를 양성하는 노몬 스쿨의 교육 지도자이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픽셀], [노아]의 시각 효과를 담당했다. 그는 배우의 결점이나 허리의 군살을 없애고, 정교한 근육을 만드는 시각 효과의 사용은 이제 매우 보편적이며, 작업 퀄리티가 워낙 높기 때문에 오늘날의 관객 대다수는 그게 ‘인위적’인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 보통은 이런 기술 발전을 장점으로 생각하겠지만, 잔젠은 배우의 사후에 디지털 대역을 쓰는 게 (적어도 이론상) 미래의 영화적인 ‘마술’ 사용에 어떤 골치 아픈 딜레마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각 효과 일을 직접 하는 입장에서, 죽은 배우를 영화에 등장시키는 건 관객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이미 행해지고 있는 다른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전에 다음과 같은 일련의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죽은 배우를 어떤 역할로 다시 등장시킬 때 그들의 가족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브로크백 마운틴 2]를 찍기 위해 존 웨인의 모습을 쓴다면, 이것이 관객의 분노를 야기할 것인가? 그게 과연 도의적으로 옳은 행동인가? 그리고 당신이 대역을 봤을 때,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은 의견에 디지털 도메인의 헨들러는 디지털 대역의 사용이 관객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실추하거나 대체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비록 스타들이 자신의 생김새를 라이선싱 하여 상속자의 미래 수익을 꾀하는 건 있을 법한 일일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를 해당 영화 촬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조쉬 브롤린을 타노스로 만드는 건 조쉬의 연기다. 만약 내가 타노스를 연기한다면 지금처럼 흥미로운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할뿐더러, 나온다 해도 그런 걸 보려고 돈 주고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Digital Doubles Are Revolutionizing Hollywood. But Why Do Movie Stars Hat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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