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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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

 

written by 크리스 리

translated by 겨울달

 

<치욕의 대지> 이미지: 넷플릭스

선댄스 영화제에서 격렬한 반응을 얻은 <치욕의 대지>에서 가렛 헤드룬드와 제이슨 미첼은 1940년대 미시시피로 돌아와 평범한 삶에 힘들게 적응하는 2차 대전 참전 군인을 연기한다. 귀환한 지 얼마 안 된 항공기 및 탱크 부대 부사관은 전쟁 전엔 각각 바람둥이 낙천가와 소작농의 아들이었지만, 버번 한 모금과 충격적인 경험을 공유하며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눈다. 두 사람 모두 손을 떨거나 피로 물든 전장을 떠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 Traumatic Syndrome Disorder, PTSD) 증상이 있지만 진단받거나 치료받지 않았다. 미첼은 영화에서 말했다. “내 악몽은 항상 똑같아요. 소리를 질러요.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 나와요.”

 

그들의 악몽은 올해 시상식 시즌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5편 이상의 영화에 주요한 소재로 PTSD가 등장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참전 용사 중 11~ 20%가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미국 재향군인국에서 증후군 진단을 받은 병사가 지난 10년 간 3배가 증가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지금, 할리우드는 PTSD가 플롯 장치로서 가진 힘을 드디어 깨달은 듯하다. ‘인물의 갈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각본 집필 고금의 법칙을 위해 새롭게 개척한 영역인 것이다.

 

실화에 근거한 영화 <스트롱거>에서 제이크 질렌할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평범한 남자 제프 바우먼이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연기했다. 바우먼의 외상 후 스트레스는 알코올 중독과 자기혐오, 그리고 자신이 PTSD를 앓고 있다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데이비드 핀켈이 집필한 책이 원작인 <땡큐 포 유어 서비스>에도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온다. 이라크 파병 후 캔자스에서 민간인으로 새롭게 살아가며 다양한 형태의 PTSD와 씨름하는 참전 군인 3인이 주인공이다.

 

그중 한 명(솔로 역의 ‘바우라 코알레’)은 전쟁 경험에서 파생된 우울증과 기억 문제로 고통받는다. 마일스 텔러가 연기한 다른 캐릭터는 동료 병사가 자신 때문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마지막 한 명은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냉혹한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했다. 2016년 정부 연구에 따르면 매일 20명의 예비역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땡큐 포 유어 서비스>의 작가 겸 감독 제이슨 홀은 PTSD에 시달리는 군인이 주인공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홀은 벌쳐와의 인터뷰에서 “오롯이 인물의 머리와 가슴에서만 일어나는 전쟁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영화를 시작했고, 침묵과 내면의 절망으로만 드러나는 정신적 부상을 영화적으로 표현해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PTSD를 정의하거나 입증된 치료 방법이 없는 증상을 분류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홀은 말했다. “촬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첫 번째는 참전 군인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것이 내면의 고통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관객들에게 그들의 내부에서 무엇이 울려 퍼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보여줘야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처럼 사람들이 그들과 그들이 가진 트라우마의 비밀과 함께 살 수 있게요. 내면의 비밀을 풀어내고, 비밀스러운 삶을 살게끔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PTSD를 좀 더 민감하게 다루는 경향은 왜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 홀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영웅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 본다. “우리는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홀은 말했다. “인간의 희생정신을 이해하게 된 겁니다. 전통적으로 영웅에겐 남성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터프함, 강인함, 기술, 용기, 결단력 같은 것들이죠. 여성적인 요소로는 내면에 해당하는 동정심, 공감, 용서, 사랑, 다정함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영웅과 우리의 이야기,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말입니다.”

 

영화 제작자들은 오래 전부터 ‘전투 피로’ 또는 ‘전투 신경증’이라 불린 고통에 항상 동감하지 못했다. <택시 드라이버>, <디어 헌터>, 심지어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같은 70~80년대 영화 다수에서 PTSD를 망가진 인간이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시한폭탄처럼 묘사해 왔다. <허트 로커(2008)>나 <엘라의 계곡<(2007)> 등 최근 영화에서는 전투에 중독되거나 살인 충동을 느끼는 비인간적 행위의 원인을 외상 후 증후군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시상식 시즌 영화 중 두 편에서 PTSD는 창작적 돌파구가 되어 대중 문화의 지형을 바꾼 촉매재로 등장한다. 10월 개봉한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에서 극작가 겸 소설가인 A.A. 밀른(도널 글리슨)은 백만 명의 사상자를 내며 제 1차 세계 대전 사상 가장 격렬했던 솜 강 전투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내향적인 태도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뒀던 밀른은 윙윙거리는 꿀벌의 비행을 총알이 날아가는 것으로, 풍선이 터지는 것을 박격포 공격이라 여겼다. 이는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상이다. 아내와 8살 아들과 함께 서섹스의 시골 마을로 이사한 작가는 자신의 고뇌를 아동문학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곰돌이 푸로 탄생시켰다.

 

“책이 큰 인기를 얻은 건 제 1차 세계 대전 중 잃어버린 순수성을 다시 찾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사이먼 커티스 감독이 말했다. 그러면 PTSD가 없었다면 곰돌이 푸가 없었다고 생각해도 될까? “그게 영화의 시사점 중 하나일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게 예술의 흥미로운 점이죠. 어디에서 올 지 알 수 없으니까요.”

 

9월 극장 개봉한 J.D. 샐린저 전기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또한 <호밀밭의 파수꾼>의 집필을 PTSD에 대한 직접적 반응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패기있는 젊은 문학도 샐린저(니콜라스 홀트)는 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한 육군 병장을 등장하는데, 그가 지니고 있던 6개 챕터는 훗날 데뷔 소설로 발전한다. 하지만 전투 후 뉴욕에 돌아온 그는 참전 경험을 두려워하는 듯 보였고, 지나치게 긴장하고 은둔 생활을 하면서 불면과 공황 장애로 고통받았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강제 수용소에서의 기억이 밀려들어왔고, 살이 타는 냄새가 여전히 코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샐린저가 전쟁터에서 고생한 경험은 작가로서 성숙해지는 자양분이 된다. 요가와 명상으로 PTSD를 완화하는 것을 배운 후 그는 위대한 미국 문학을 완성했고 문학계의 검증된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전쟁으로 그는 더 훌륭한 작가가 됐어요.” 영화에서 샐린저의 에이전트(사라 폴슨)가 말했다. “하지만 그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죠.”

 

<호밀밭의 반항아>의 작가 겸 감독 대니 스트롱은 벌쳐와의 인터뷰에서 PTSD는 샐린저가 전성기 시절에 출간을 그만두고 뉴햄프셔의 황무지에서 은둔하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린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신경 쇠약을 앓은 참전 군인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신경 쇠약에 걸린 반항기 어린 10대 소년 홀든 콜필드를 만든 것이죠.” 스트롱은 말했다. “또한 샐린저가 건강식만 먹고, 고독하게 살아온 것이 설명되기도 합니다. 전쟁 외상을 치료하지 않았던 것이죠. 도시의 괴물 같았던, 카리스마 넘치던 사람이 갑자기 시골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명백한 PTSD 증상이고, 본인이 스스로 치유하려 한 것이죠.”

 

스트롱은 덧붙여 말했다. “제가 영화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PTSD 문제와 예술가로서 성장을 조명하기 위해서죠. 예술가가 되기 위해 샐린저는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장애물이죠! PTSD가 샐린저를 제대로 살아가기 어렵게 했어도, 더 나은 아티스트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스트롱이 말했다. “예술가로서의 성장과 PTSD 이야기는 떼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인 겁니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Why Is Hollywood Only Now Figuring Out How to Portray PTSD Sensiti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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